중국시장 코로나19 봉쇄에 패션·뷰티 위기
스타트업 발굴·M&A나서는 패션업계
북미·유럽 新시장 발굴 시도 뷰티업계

PCR 검사 받는 중국 간쑤성 란저우 주민들. 연합뉴스
PCR 검사 받는 중국 간쑤성 란저우 주민들.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패션·뷰티가 최근 중국의 도시 봉쇄와 전세계적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고민이 커졌다. 이에 패션업계는 스타트업 발굴과 M&A에 나서며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뷰티업계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북미와 유럽 등 새로운 시장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29일 증권가에 따르면 패션업계는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전환되며 출퇴근이 재개되고 외출이 잦아지면서 2분기에 실적이 개선됐다.

‘국내 패션업계 선두’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이 51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20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1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8%, 영업이익이 48% 증가했다.

이외에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 등 국내 주요 패션 기업들도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국내 패션 기업들은 올 1분기에도 '보복 소비' 심리 효과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을 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패션업계는 하반기부터 영업환경이 혹독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이 의류 소비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패션업계는 올해 상반기에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베트남의 락다운(전면봉쇄)으로 인한 타격도 적지 않았다.

LF 본사
LF 본사

패션업계는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기존 사업의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새로운 미래사업을 육성한다는 뜻이다.

LF는 자회사를 설립해 혁신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 발굴과 육성에 나선다. LF는 지난 14일 100% 자회사(설립자본금 110억원)로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등록을 위한 'LF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LF인베스트먼트의 금융감독원 등록이 마무리되면 패션·뷰티·이커머스·식품 등 라이프스타일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플랫폼이나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할 예정이다. LF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에는 조동건 전 디티앤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이 선임됐다.

디스커버리와 MLB 등의 브랜드를 운영 중인 F&F는 지난 7일 미국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 인수를 결정했다. F&F는 이번 인수를 통해 테니스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F&F는 '세르지오 타키니 IP 홀딩스'와 '세르지오 타키니 오퍼레이션' 지분 100%를 각각 712억원, 11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자금으로는 총 827억원이 투입된다.

BTS 미국 콘서트 현장에 설치된 아모레퍼시픽 부스. 아모레퍼시픽 제공
BTS 미국 콘서트 현장에 설치된 아모레퍼시픽 부스. 아모레퍼시픽 제공

국내 뷰티 업계는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주요 도시 봉쇄 여파로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상하이 등 도시 봉쇄 조치로 인해 생산과 물류, 매장 운영이 제한되면서 오프라인 영업에 타격을 받은 데다 라이브커머스 행사도 취소되며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매출이 줄었다.

29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해외 사업 매출이 2972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의 4452억원보다 33.2% 줄었다. 영업손실도 42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아시아 시장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 매출이 50% 이상 줄어든 영향이 컸다.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설화수 등 럭셔리 브랜드의 면세 매출도 하락하면서 국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LG생활건강도 부진했다.

대표 브랜드 '후'의 2분기 매출이 33% 감소하면서 뷰티(화장품) 사업의 매출은 23.6% 줄어든 8530억원, 영업이익 역시 57.4% 감소한 93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시장이 휘청거리고 중국인들은 자국 브랜드를 더 선호하기 시작하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시장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시장 다변화를 위해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온라인 채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북미 시장의 매출이 66% 확대됐고 유럽에서도 라네즈의 성장세에 힘입어 매출이 15% 늘면서 영업이익도 개선됐다.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는 북미 시장에서 올해 3월 글로벌 화장품 편집매장인 세포라의 매장 23곳에 추가로 입점하며 총 51개의 점포망을 확보했다. 설화수는 1월에는 덤스토어, 룩판타스틱, 스킨스토어와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에도 입점했고 4월에는 아마존에서도 판매를 시작하면서 1분기 북미에서 3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니스프리도 4월까지 세포라와 백화점 체인인 콜스에서 490여개 매장에 입점했고 '데일리 UV선크림'은 세포라의 선케어 카테고리에서 판매 6위에 올랐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986년에 미국 LA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이후 교민 시장 중심을 전개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2002년에 미국 뉴욕에 첫발을 내디뎠고 주요 도시 31곳의 매장을 전개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현지 회사를 인수하는 등 북미 지역의 유통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4월 미국 화장품 제조·유통사인 '더크렘샵' 지분 65.0%를 1억 2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재미교포가 설립한 크렘샵은 미국 MZ세대들을 겨냥한 기초·색조 화장품과 뷰티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회사다.

LG생활건강은 K팝과 K콘텐츠 영향으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크렘샵의 현지 마케팅과 영업 역량을 활용해 미주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앞서 LG생활건강은 지난해에도 미국 프리미엄 패션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폭스'를 소유한 보인카 지분 56%를 1억달러에 인수했다.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유명하지만 아직 북미시장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인지도 높이기도 중요한 과제다.

라네즈는 지난해 방탄소년단(BTS)과 협업한 제품을 출시하고 BTS의 미국 콘서트에 스폰서로 참여했다. 이니스프리도 미국 배우 겸 가수 소피아 와일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여러 행사를 통해 브랜드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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