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보면 결국 호남 출신 국무총리는 장식품에 불과하다

19대 대통령 선거가 1주일 남았다. 이번 선거의 유력 후보 세 분이 모두 영남 출신이다. 그 분들 중 선거 시작과 동시에 “호남인이 바라는 지역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안철수), “인사 등에서 호남차별을 없애겠다.”(문재인)는 발언이 유력 후보의 입에서 나왔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런 구호가 나왔을 법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필자가 알기로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후보가 다른 지역, 특히 영남을 의식하여 말하기 어려운 ‘호남차별’까지 발언한 것은 호남 사람 입장에서 기대감이 클 것이고,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성 차별, 장애인 차별, 성소수자 차별 등 다른 차별은 일반적으로 누구나 존재하는 차별을 인식하고 차별을 하지 말자고 발언해 왔고, 일부 차별이 시정되고 있다. 그러나 박정희 이후 호남 차별에 대하여는 유독 존재하는 차별을 말하지 못한 시대가 지속되어 왔다. 호남 출신 김대중 대통령조차도 그와 같았으니 그 차별이 시정될 수가 없었다.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출신지역을 물어보거나 쓰라고 하면 별 생각 없이 말하고 쓰지만 호남 사람들은 혹시 나를 차별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호남 사람들이 출신 지역을 감추고, 말투를 바꾼다고 비난하는 일은 많지만 그 이유가 우리 사회의 차별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호남 차별도 말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문화 가정 출신, 북한 출신 자녀들의 차별을 말하고 개선할 수 있을까?

인사차별의 시정책으로 유력 후보 중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고 비영남 출신, 특히 호남 출신 국무총리를 공약으로 거론하고 있다. 총리는 조선시대 영의정에 비견되는 지위에 있다. 즉 헌법에는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국무위원이나 행정 각부의 장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는 등 형식상으로는 대통령 다음으로 막강한 권한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역대 국무총리 중 이해찬(노무현) 총리 등 극히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권한의 근거와 범위가 헌법은 물론 법률에도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고 시행령(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겨우 등장하는 대통령 비서실장 보다 그 실질적인 권력이 한참 미치지 못했다.

형식적 인사권과 현실적 인사권의 차이는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조선시대 이조전랑은 판서·참판·참의의 하급관리인 당상관 이하 이조의 인사권을 주도하면서 지금의 장관인 판서 등을 무력화시켰고, 고급 관리인 당상관의 천거에서도 판서 등이 전랑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이처럼 전랑은 요직의 하나로 특정 당파의 인사를 사실상 임명하였다. 그래서 1인지하 만인지상의 지위로 불리는 영의정이 아니라 이조전랑 때문에 당쟁이 초래되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였다. 시대를 떠나 인사 실무를 처리하는 자리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실질적인 힘의 차이를 3공화국 후 호남 출신들의 총리와 비서실장 기용 역사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박정희 이후 국무총리를 보면, 첫 대통령 선거에서 호남표 만큼 경쟁자인 윤보선 후보를 이긴 박정희 대통령과 그의 딸 박근혜 대통령은 호남 출신 총리를 기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대통령은 호남 출신 총리를 임명했다. 대표적으로 진의종(전두환), 황인성(김영삼), 고건(김영삼, 노무현), 한덕수(노무현), 김황식(이명박) 등이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기용으로도 호남 출신들의 인사 차별을 막지 못했다는 점을 보면 우리 총리의 실상을 알 수 있다.

그 반면에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보면 박정희는 국무총리라는 형식적 2인자는 물론 실질적 2인자인 비서실장에 호남출신을 기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참 특이하다. 그 후계자들인 전두환, 노태우는 물론 김영삼 조차도 호남출신 비서실장을 한명도 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시작과 함께 영남출신 김중권 비서실장을 임명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임기 초반은 아니지만 임기 중반 이병완 비서실장을 기용해 1961년 이후 44년 만에 영남 출신 대통령이 최초로 호남 출신 비서실장을 배출했고, 그 이후 다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비호남 출신만 비서실장에 기용하다가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와 같이 비서실장은 물론 국무총리도 호남 출신을 기용하지 않다가 국회 탄핵 소추 직전에서야 호남 출신 한광옥을 기용했다.

이런 역사를 보면 결국 호남 출신 국무총리는 장식품에 불과하다.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위 등에 대한 인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대통령비서실에 인사위원회를 둔다.’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은 대통령비서실장이 된다.’고 규정하여 대통령에게 미치는 비서실장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고, 어떤 정부이든 출범 초기의 인사가 중요하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호남 출신 대통령 비서실장을 임명하여 차별의 역사를 바로 잡기를 바란다.

 

정한중(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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