쟝 보드리야르(Baudrillad, J.)가 이야기하는 상징의 전쟁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것

지난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렸다. 북한은 이 화성-14형은 정점 고도 2,802km까지 올라가 933km를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이 알레스카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전역이 축하의 분위기로 들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독립기념일에 크나큰 선물 보따리 하나 보냈다는 식으로 미국을 조롱하기도 했다. 언론들과 논객들은 앞 다투어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염두에 두고 협상에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고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속셈으로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지 전쟁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제와 핵 포기 압력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미국에 위협을 가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과시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발사 명령을 한 자필 사인을 공개하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화성-14 형 시험발사 과정을 현지에서 몸소 관찰하시고 그 빛나는 성공을 세계만방에 장엄히 선언하시였다"고 보도했다.

그 대응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엄중한 도발에 우리가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이 아니며, 우리의 확고한 미사일 연합대응태세를 북한에게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한미연합 미사일사격 훈련을 지시했다.

지난 8일 김일성 사망 23주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서 미사일 개발의 주역들이 김정은 당 위원장의 양옆 자리를 차지하고 참배하는 사진이 노동신문 1면에 실렸다. '화성-14형' 시험발사 성공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대내외에 이번 성과를 과시하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같은 날 미국의 장거리 전략 폭격기 B-1B 2대가 한반도 북쪽 상공을 날라 북한 핵심시설 정밀타격 훈련을 했다. 언론들은 앞 다투어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 2대, 미 공군의 F-16 전투기 2대와 함께 위용을 자랑하며 무력시위를 하는 B-1B의 모습을 보도하였다.

언론 보도 상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한・미의 대응에서는 이미 양측 간에 치열한 전쟁이 전개되었다. 붉은 불기둥을 뿜어내면서 하늘로 치솟는 양측의 미사일과 비행기 무력시위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군사적 대결의 모습을 모여 준다.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 이미지들은 군사적 대결의 우위를 보여주기 보다는 양측이 의도하는 정치적 상징과 의미들을 생산해낸다.

정치적 상징의 생산과 대립

미사일과 핵은 물리적인 무기인 동시에 하나의 상징이다. 전쟁이 벌어지고 전투가 진행될 시기에는 전쟁의 무기이지만, 비 전투 시에는 전쟁억제력을 갖는 상징적 권력으로 작동한다. 현재 핵과 미시일은 실전 무기 보다는 상징적 정치 투쟁의 도구이며, 담론 투쟁의 중대한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즉, 쟝 보드리야르(Baudrillad, J.)가 이야기하는 상징의 전쟁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연이은 미사일 발사는 미국과 국제 사회에 대하여 북한이 핵전쟁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보다 높은 지위와 대접을 받고 향후의 대외 협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하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미국을 향해 핵을 장착한 대륙간탄도탄을 발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이 무력시위로 대응하고, 북한에 대한 압박을 전방위적으로 강화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이는 무엇보다 핵과 미사일을 도구로 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적 상징을 북한에게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은둔과 예측 불가능함, 그리고 폭력적 이미지가 강력하게 새겨져있는 김정은 정권이 이 상징적 권력을 갖게 되었을 때, 북한에 대한 대응과 통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은 불 보 듯 뻔하다.

이러한 극한 상징적 대립, 무력적 이미지들 간의 대립 속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찾기가 어렵다. 이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한 체제 안전 보장, 남북합의의 법제화 추진, 북한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 등 남북교류를 제안했다.

문대통령은 대화를 통한 문재해결이라는 메시지를 생산해내면서 평화의 비둘기를 연상시키는 또 다른 상징적 의미들을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문대통령은 오른손에는 ‘미사일과 B-1B 폭격기’ 왼손에는 ‘평화의 비둘기’라는 정치적 상징을 쥐고, 본격적으로 대북정책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상징의 전쟁, 기호의 전쟁은 인식의 전쟁이다.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응해 만들어내고자 하는 ‘인식’과 한・미국이 북한에 대응해 만들어내고자 하는 ‘인식’ 사이의 간극이 극대화되어 있는 현실이 북핵문제와 남북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이 인식의 간극을 좁히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호간에 가지고 있는 선입관과 편견을 내려놓고,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은둔의 제왕처럼 보이는 김정은 위원장을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노력, 이를 통해 공통의 새로운 상징을 생산해내고, 이 상징들을 통해 남과 북이 공유할 수 있는 인식을 만들어 내는 정치적 노력이 요구된다.

                               

박태순
파리1대학 정치학 박사
성균관대학 초빙교수
미디어로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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