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전환 로드맵 완성할 ‘실력자론’ 대세로
두번 연기에 관심 집중…낙하산 불가론 힘 얻어

수협은행 본점 전경(제공=수협은행)
수협은행 본점 전경(제공=수협은행)

현 수협은행장 임기가 지난 10일 종료된 가운데, 오는 15일 수협은행장 최종후보 선정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두 번에 걸쳐 최종후보 선정이 불발되며 난항이 거듭돼 이른바 낙하산에 의한 외압이 없는지 선정의 공정성을 두고 지켜보는 눈이 많아져서다. 무엇보다 민영화에 이어 금융지주 전환을 통해 도약을 꿈꾸는 수협의 미래를 책임질 실력가를 안팎에서 고대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진균 수협은행장의 임기가 지난 10일 종료된 가운데, 차기 행장 최종 후보 선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 난항 거듭되는 최종후보 선정…외압 가능성 ‘솔솔’

지난 달 25일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가 1차 공모에 지원한 후보자 5명의 면접을 진행했으나 당일 최종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재공모에 나섰다. 하지만 약 2주 뒤인 이달 7일 새로 입후보한 신현준 한국신용정보원장과 강철승 전 중앙대 교수 등의 추가 면접을 통해서도 7명 중 최종 후보를 가리지 못하고 오는 15일로 결정을 미룬 상태다.

현 은행장 임기가 이미 만료된 가운데 최종 후보안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외압에 의한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높아지는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인 지원을 모토로 하는 특성상 정부와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과거의 역사가 반복되는거 아니냐는 우려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최종후보 선정이 워낙 중요한 사안이고 이번 뿐 아니라 과거에도 같은 과정이 반복됐던 선례가 있었으나 결국 원안에 있던 후보가 행장에 오른 사례도 있는 만큼 단순 외압에 의한 연기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협 관계자는 “예보에 진 빚을 다 갚고 금융지주로 거듭나 날개를 펴려는 이때 한시가 급한데 행장 임기 종료에도 차일피일 후보 확정을 미루는 것은 누가 봐도 의혹을 살 수 밖에 없다”며, “한번 미뤄진 결정이 그 다음 결정까지 8일이니 시간을 두는 건 외압에 의한 조율 가능성을 높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 금융지주체제 전환으로 외형 확장 노리는 수협

수협은행은 현재 금융지주체제 전환 청사진을 내놓은 수협중앙회의 핵심이다.

수협은 지난 9월 기존에 남아있던 공적자금 7574억원을 예금보험공사에 지급해 조기 상환했다. 다만 그 방식이 현금이 아닌 국채 형태라 예보의 공식 상환 인정은 미뤄지고 있다.

그간 공적자금을 갚기 위해 수협은행은 잉여자금이 생길 때마다 배당 가능 재원 전부를 공적자금 상환에 사용하는 긴축경영을 이어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기상환에 나섬으로써 향후에는 어업인과 수산업 발전을 위한 자금 집행을 늘리고 이를 위해 지주회사 체재로 전환해 몸집을 키우겠다는 것이 수협의 큰 그림이다.

11일 이양수 국민의 힘 위원실이 수협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협은 내년 비교적 작은 비용으로 인수 가능한 자산운용사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증권사와 캐피탈사를 인수해 Sh금융지주(가칭)을 설립하여 외연 확대에 나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상태다.

◆ 큰 그림 완성할 실력자 옹립 목소리…낙하산 불가론 ↑

그간 정부 정책에 맞춰 빚 갚기에 전념해온 수협은행은 누가됐든 이번엔 이런 큰 그림을 완성할 실력자가 은행장이 돼야 한다는 열망을 표출하고 있다. 다만 그 ‘실력’에 대한 해석에 차이가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 새로운 판을 열 수 있는 검증된 실력자, 정부와의 소통 능력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확보해야한다는 주장이 충돌 중이다.

7명의 후보 중 내부인사로는 현 김진균 수협은행장과 강신숙 수협중앙회 부대표, 김철환 전 수협은행 부행장 등이다.

김 행장은 충남 부여 출신으로, 충남대 수학과 졸업 후 92년부터 수협중앙회에 입회해 주요 부서를 경험한 인사다. 첫 내부출신 행장이자 임기 중 실적을 끌어올린 점이 강점이다. 다만 2년 전 중앙회와 정부 대립 속에 절충안으로 자리에 앉았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강신숙 부대표는 수협 내 여성 리더의 상징격인 인물이다. 최초 여성 본부장, 최소 여성상임이사 등 기록 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은 인사다. 다만 중앙회와의 네트워크가 좋은 만큼 수협은행 입장에서는 중앙회에 치우친 의사결정 가능성에 조심스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2년전 경합에서 9부능선 까지 갔다가 고배를 마셨던 김철환 전 부행장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막상 관심은 내부보다 외부 인사 쪽에 더 쏠리는 분위기다.

조직의 일신을 챙기기 위해 큰 물에서 놀아본 인사가 와야한다는 이른바 ‘큰경험론’이다.

최기의 전 KB국민카드 대표는 주택은행 출신으로 KB국민은행에서 개인영업본부장, 인사부장, 여신그룹 부행장 등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특히 전략그룹 부행장을 거치며 오늘날 KB국민은행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특히 은행에서 카드를 분리할 때 설립기획단장을 맡아 그림을 그리고 직접 사장 자리에 앉은 경험이 강점이다.

새롭게 후보로 합류한 신현준 한국신용정보원장도 강력한 후보다.

행시 35회 출신으로 동기로는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최준우 주택금융공사 사장 등이 포진하고 있다.

주로 재경부와 금융위 등에서 일했고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 단장 등을 거쳐 금융그룹으로 거듭나는 단계에서 정부와의 소통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기존의 업무를 무리없이 이어갈 사람이 아니라 조직 확장 국면이라면 큰조직을 새롭게 만들어 성공시켜 본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에 아는 사람 몇 명 있다고 일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 나이브한(순진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임직원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수협은행 블라인드(익명게시판)에 차기 후보로 최기의 전 국민카드 대표가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에 대해 수협은행 측에 질의하자 “임직원 각자의 생각일 뿐 반드시 전체 조직원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만큼 후보 선출 과정의 공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과거 같으면 수협은행장에 친정부 인사 명 보내는 것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을 것이나 최종후보안 도출이 두번이나 연기되면서 오히려 외압 여부를 지켜보려는 눈이 많아졌다”며, “정부가 최근 이태원 참사를 겪고, 금융 위기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자리싸움에 관여했다는 부담까지 지기 쉽지 않고, 누가 됐든 실력 있는 사람이 오는 것이 모두의 바람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