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장관 면죄부 주기, 뒷북 개선안, 사후약방문. 22일 청와대가 고위 공직 후보자 원천 배제 7대 기준을 발표하자 쏟아진 말들이다. 청와대는 이날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기존 5대 원칙에 음주운전과 성 관련 범죄 경력 등을 포함해 7대 배제 원칙을 내놨다.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춘추관에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21일 야당이 '내로남불 종합세트'라며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홍종학 중소벤처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홍종학 장관 임명으로 문재인 정부의 내각이 195일만에 완전체를 이뤘다. 기존 기록인 김대중 정부의 175일을 훌쩍 뛰어넘은 지각 내각구성이다.  

불명예는 또 있다. 초기 내각 기준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급) 후보자를 5명이나 임명한 것은 역대 최다다. 홍종학 장관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있다.

임기 초 차관급 이상 고위직 낙마자 수도 7명으로 박근혜 정부와 같다.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 유용 의혹 사건으로 지난 16일 사퇴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포함하면 낙마자는 8명에 이른다. 스스로 5대 인사 기준을 지키겠다던 당초 문재인 정부의 인사 성적표 치고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홍종학 장관 임명 강행으로 야당은 협치는 물 건너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어렵게 내각이 구성되자마자 청와대는 새로운 고위공직자 후보검증 새 기준을 발표했다. 대선공약 5대 비리를 구체화하고 음주운전·성범죄을 추가해 ‘7대 비리 배제 원칙’을 내놨다. 문제인 대통령의 지시 두 달 반이 지나서다.

새 기준안의 세부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1기 내각에 대한 면죄부성 성격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내각 구성 하루 뒤 전격 발표라는 시점도 묘하지만 도덕적 기준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5대 비리 고위공직 배제' 원칙을 먼저 제시했다가 스스로 인사 난맥상을 자초했다. 장관후보 2명은 청문회에 가보지도 못했고 1명은 청문회 후 여론이 더 악화되면서 그만뒀다. 

통합과 탕평 인사를 강조했지만 현실은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인사라는 비판에 몰렸다. 도덕적으로 느슨해지면서 1기 내각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향후 쉬운 인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창와대는 병역 면탈과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는 발생 시점을 제한하지 않고 배제 원칙으로 삼았다. 위장전입과 논문표절,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에 대해선 적용 시점을 달리해서 기준선을 제시했다. 

위장전입의 경우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투기 또는 자녀의 선호학교 배정 목적으로 2회 이상이면 공직에서 제외키로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1989년 한 차례 딸을 위장전입한 이낙연 국무총리와 2000년 딸 위장전입 전력이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1994~96년 3차례 딸 위장전입 의혹을 사고 있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모두 ‘검증원칙 위반’이란 꼬리표를 떼게 된다. 

논문표절은 연구윤리지침이 제정된 2007년 2월 이후부터 음주운전은 최근 10년 이내 2회로 한정했다. 이 경우 1982년, 1992년 논문 표절 의혹을 받는 김상곤 교육부 장관과 1991년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새 인사기준에 위배되지 않는다.

새롭게 추가된 성 관련 범죄·비위는 국가의 성희롱 예방 의무가 법제화된 1996년 7월 이후 처벌받은 경우'로 제한했다. 과거 저서에서 여성 비하로 논란을 일으킨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도 면죄부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직 장관까지 나서 교체를 건의했지만 건재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로 마련된 안은 소급 적용되지 않고, (시점 기준이 있어) 소급하더라도 배제 원칙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1기 내각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뒷북 개선안, 사후약방문이라고 비난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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