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두려워 진상규명 무력화에 그토록 열심인지?

[사진제공=뉴시스]

그동안 정부로부터 한 푼의 예산지원도 받지 못해 진상규명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하면서 거부했던 기존의 방침을 철회하고 행정지원실장을 포함한 공무원 파견을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의 강경함에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세월호참사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오랜 진통 끝에 통과된 ‘세월호 특별법’의 무력화가 의심되는 모법 취지를 벗어난 시행령을 정부가 선포하자 이에 세월호 희생자가족이 강력 반발하고 국회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여야 합의를 통해 국회법 개정안을 의결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여당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기존 방침을 바꿔 재의결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시행령은 정부안 그대로 효력을 발생하게 되었으며 여당 원내대표는 배신자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그 자리를 내려와야 했다.

정부가 강행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조위의 행정지원실장 등 핵심 3개 보직에 공무원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월호 특조위는 세월호 사건에 책임이 있는 해양수산부 등 공무원이 이들 직위를 맡았을 경우 진상규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특조위에서 행정지원실장은 기획행정담당관의 보좌를 받아 위원회 업무를 총괄·조정하고, 조사1과장은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세월호 특조위는 활동비가 없어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특조위는 지난 2월 17일 정부에 올해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5개월이 넘도록 예산을 배정받지 못한 상태였다. 또 오는 27일 신규 임용 별정직 공무원 31명이 출근을 앞두고 있지만 정부가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당장 이들에게 지급할 급여도 준비돼 있지 않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이처럼 장기간 정부기관에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업무 개시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전례가 있는지 의문이다.

거기에 정부는 행정지원실장, 기획행정담당관, 조사1과장이 없는 기관에 예산을 편성·지원할 수 없다며 강경함을 바꾸지 않고 있어 업무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을 방관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해서 특조위의 공무원 파견 요청은 현재 뚜렷한 방안이 없는 만큼 남은 기간이라도 특조위를 가동해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고심 끝에 할 수없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특조위는 앞으로 특별법 시행령에 의거 세월호 사건의 원인규명 및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조사결과만 분석 및 조사하게 된다. 또한 조사대상이 되어야 할 해경, 해수부 등이 자기 스스로를 조사하게 됨으로써,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에게 노골적으로 면죄부를 부여하게 될 확률이 높다.

정부가 무엇이 두려워 세월호 진상규명 무력화에 그토록 열심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정부의 의도는 성공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특조위의 독립성은 여전히 주요 가치며 그것을 훼손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특조위가 왜곡된 시행령으로 당장은 진상규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가족들을 비롯한 많은 양식 있는 시민들의 열망을 가슴에 품고 최선을 다해 이를 헤쳐 나가면 반드시 좋은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진실은 아무리 덮어도 꼭 밝혀지기 때문이다.

 

 

김상환(전 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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