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김현 의원이 22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소재 서울프라자 건물에 사무실을 내고 20대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가족대책위원회 임원들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 연루돼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의 세월호 대책위 상황실장 활동 등 안산과의 꾸준한 소통을 해온 그는 당초 비노 중진 김영환 의원을 겨냥해 상록(을)을 선택한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안산 유일의 여당의원 지역구로 자리를 잡음에 따라 당선이 손쉬운 길을 간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그가 출격하게 될 단원(갑)은 대표적인 야당 강세지역으로 15대 선거구 신설 이래 18대까지 천정배 의원이 내리 4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19대 총선 때는 백혜련 변호사를 전략 공천하는 바람에 통합진보당의 조성찬 변호사가 야권단일후보를 차지해 본선에서 패배한 곳이다. 3년 전에도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총선을 준비한 현 고영인 지역위원장은 천정배 의원의 보좌관과 경기도의회 대표의원을 역임하며 발군의 실력과 탄탄한 지역기반을 갖춘 인물이다.

2013년 대선 불복 선언으로 화제를 모았던 장하나 의원은 서울 노원(갑)을 지역구로 정하고 권리당원 모집에 들어갔다. 그는 6월 초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20대 총선 출마 준비사실을 알렸다. 17~18대 정봉주 전 의원이 출마한 이 곳 역시 야당 강세지역이었으나, 19대 당시 전략공천을 받은 나꼼수 진행자 출신 김용민 후보의 막말 전력이 문제가 되어 서울 강북지역에서 유일하게 패배한 선거구이다. 그때 예비후보로 활동했던 고용진 현 지역위원장은 노무현정부 청와대 행정관과 재선 서울시의원 등을 거친 지역밀착형 인물로 지명도도 꽤 높은 편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청년 비례대표 출신으로 제주도가 고향인 장 의원과 고 위원장의 한판 승부가 벌써부터 관심사이다. 역시 청년 비례대표 출신의 김광진 의원은 지난 1월 순천에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20대 총선 채비에 들어갔다. 그는 아예 매주 수요일을 ‘민원 장날’로 운영하고 있다. 그는 2013~14년 예산결산특위 위원 시절, 노골적인 예비 지역구(순천곡성) 예산확보를 마다하지 않는 등 지역구 의원 못지않은 열정을 보여준 바 있다. 지난해 조직강화특위에 지역위원장을 신청했으나 보류된 바 있다.

여성계 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남인순 의원은 서울 송파(병)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11월 지역위원장에 도전했다가 경선에서 낙선했지만 지역 사무실을 열고 20대 총선을 향해 내닫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송파(병)이 그를 손짓하는 것일까? 송파(병은) 18대 당시, 통합민주당이 서울 48개 선거구 중에서 7석밖에 건지지 못해 완패한 그 선거에서 승리한 지역 중 하나에 속할 만큼 매우 유리한 야당 초강세지역이다. 19대 총선에서는 뒤늦게 투입된 정균환 전 의원이 아들(배우 송일국)을 앞세운 김을동 의원에게 패배한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경력에 전문가 케이스로 영입된 은수미 의원은 경기도 성남중원을 두드리고 있다. 그 역시 지난해 11월 지역위원장 경선에서 에스콰이어 노조위원장 출신이자 지역 터줏대감인 정환석 후보에게 패배했다. 지난 4.29 보궐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정 위원장과 경선에서 맞붙었으나 이번에도 그 벽을 넘지 못했다. 내년 총선 때 다시 한 번 2전 3기를 준비 중인 그에게 성남중원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정당투표 득표율이 38.2%밖에 되지 못할 정도로 아주 매력적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 출신인 최동익 의원 또한 지난해 11월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장 경선에서 허동준 현 지역위원장에게 완패했다. 그러나 그 역시 최근 지역사무소를 개소하는 등 활발한 지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동작(을) 역시 서울시내 48개 선거구 중에서 새정치연합 정당투표 득표율 순으로는 상위 12~13 순위 정도가 되는 비교적 좋은 표밭이다.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출신 한정애 의원 역시 지난해 11월 강서(을) 지역위원장 경선에서 같은 비례대표인 진성준 의원에게 패배했다. 그러나 강서사무소를 폐쇄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인구가 늘어난 강서구의 분구 가능성도 있고, 여차하면 진 의원과의 리턴매치도 각오하며 권리당원 모으기에 여념이 없다. 백만 민란 집행위원장을 역임하고 ‘혁신과 통합’ 몫으로 비례대표에 안착한 최민희 의원은 경기도 남양주에 사무실을 열고 표 밭갈이에 한창이다. 그는 3년 전 문-안 단일화를 촉구하며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최재성 의원의 불출마가 현실화되거나 인구가 늘어난 남양주의 분구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남양주 갑을 두 개 선거구는 모두 야당이 초토화하다시피 한 18대 총선에서도 여당의 당선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야당의 아성이다. 따라서 지난해 남양주 시장후보로 나서서 석패한 김한정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관이 다크호스이다.

이처럼 총선 9개월여를 남긴 시점에서 지역구 쟁탈전에 나선 야당 비례대표 의원들과 원외 인사들 간 장외대결로 한 여름 무더위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새정치연합 소속 비례대표는 모두 21명이다. 이 중 차기 총선에 뜻을 두고 잰 발걸음을 움직이고 있는 의원은 17~18명 선이다. 일찍이 유례가 없는 비례대표의 지역구 도전 풍년이다. 우선 지역위원장을 맡아 차기 총선을 준비하는 의원은 4명이다. 서울 강서(을) 진성준, 서울 양천(갑) 김기준, 경기 용인(갑) 백군기, 대구 북구(을) 홍의락 의원이 그들이다. 이 중 홍의락 의원은 취약지역 안배 케이스로 국회에 입성, 일찍부터 야당 불모지 대구에서 표밭을 일구고 있다. 지난 2월 이부영 상임고문의 정계은퇴 기자회견에 동석한 진선미 의원은 25년 터줏대감인 이고문의 적극적인 후원 속에 서울 강동(갑)을 누비고 있다. 이 선거구는 17~19대 이 고문이 내리 3연패한 서울 강남권에 속한 지역으로 비교적 불리하다. 게다가 표밭을 갈아온 전직 지역위원장 등 원외 인사들의 불공정 시비도 넘어야 할 산이다. 취약지역(부산경남) 몫으로 입성한 배재정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불출마 선언으로 공석이 된 부산 사상구에 자리를 잡았다. 사상구는 이른바 낙동강 벨트의 핵심으로 부산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지역구의 하나다. 이밖에도 전순옥 의원은 경기도 안양동안(갑), 김기식 의원과 임수경 의원은 경기도 분구지역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여의도 정가에 파다하다. 따라서 이제 남은 이는 한명숙, 김용익, 도종환, 홍종학 의원 정도다.

김대중 총재가 전일적인 리더십을 행사하며 비교적 직능 대표성이 강했던 16대 전국구까지는 임기를 마친 의원들의 지역구 진출은 그리 많지 않았다. DJ는 정치를 전업으로 하는 당료 출신이나 전문가 케이스로 영입한 변호사 등 소수만을 지역구로 재차 공천했다. 13대의 이경재, 조찬형 의원, 14대의 나병선, 장재식, 김충현, 박지원, 박정훈, 김옥두 의원, 15대의 박상규, 천용택, 이훈평 의원 등 정도가 차기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을 받은 경우이다. 그러나 DJ가 정계를 은퇴한 이후, 전국구 의원의 지역구 진출도 비교적 자유로워졌지만 그만큼 공천경쟁도 치열해졌다. 따라서 16대 전국구 의원 중 17대 지역구 출마자는 한명숙, 허운나, 이미경, 김한길, 오영식 의원 등 5명에 그쳤다. 17대는 전국구가 비례대표로 전환되고 열린우리당이 23명의 당선자를 냈지만 차기 지역구 출마자는 박영선, 김현미, 김영주, 민병두 의원 등 단 4명에 불과했다. 18대도 15명의 민주당 비례대표 중 5명이 지역구에 도전장을 냈으나 공천장을 거머쥔 이는 김상희, 안규백 의원 등 2명에 불과했다.

지금 19대 야당 비례대표 의원들에 대한 당 내외 시선은 싸늘하다. 공천 과정에서부터 직능, 계층, 소수자 등 다양성을 반영하기보다는 특정 계파의 ‘자기 사람 심기’가 고려됐다는 비판으로 가득 차 있다. 새누리당조차 과학자, 다문화인, 재정학자, 복지전문가, 탈북자 등 다양한 구성으로 다원화된 사회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야당은 하나 같이 운동가 일색으로만 배치해 전문성에서 크게 뒤떨어졌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16년째 매년 국회의원 의정활동과 국정감사를 평가해오고 있는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이 지난 6월 말 발표한 19대 국회 3차년도 헌정대상 상위 20위 명단을 보면, 야당 비례대표 의원은 단 1명도 없었다. 또한 본회의 재석률이 양호한(85% 이상) 8명의 의원 중 야당 비례대표는 역시 단 1명도 없었다. 재석률은 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비율을 수치화 한 것이다. 결국 이것은 야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기본적으로 불성실하고 우수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최근 야당이 공무원연금개혁 등 주요 정책이슈에서 정부여당에 번번이 끌려 다니는 이유도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비례대표 탓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현역의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 전국 어디서나 사무실도 내고 의정보고를 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해온 원외 지역위원장 등과 불공정한 게임을 유발한다는 아우성이 적지 않다. 특히 19대 야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구만 찾아다니는 현상은 분명히 옳지 않다. 유망한 청년 정치인 김광진, 장하나 의원이 야당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과 서울 노원(갑)을 선택한 것은 당선 가능성만을 보고 명분을 놓친 처사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미 그들은 당의 혜택을 받아 손쉽게 금배지를 착용한 바 있다. 18대 전현희 의원처럼 당선이 무망한 서울 강남에, 그것도 경선에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남인순 의원은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인천여성노동자회에서 활동한 이후, 한국여성단체연합에 몸을 담아 줄곧 여성운동에 투신해왔지만 거주지는 주로 인천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지역구를 정한다면 당연히 인천이어야 할 텐데 서울에서도 야당 초강세지역이자 원외 지역위원장이 맡고 있는 송파(병)을 선택한 까닭은 도대체 무엇인가? 마찬가지로 야당 강세지역에 도전하는 김현, 최민희, 최동익 의원 등은 무슨 생각으로 이들 선거구를 선택했는지 따져볼 일이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도 이 지역들을 갈고 닦으면서 고생해온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과연 지금 시기 혁신의 대상이라도 된다는 것인지 먼저 되물어야 한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당을 환골탈퇴하는 혁신 작업이 한창이다. 현역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지역구에서 치열한 승부 없이 무임승차한 비례대표라면 솔선해서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현역들, 그리고 물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다선 중진들과 당당하게 한판 승부를 겨뤄라. 그것이 당을 살리고 진짜 혁신을 이루는 첩경이다.

 

최 광 웅

참여정부 인사제도비서관
민주당 조직사무부총장
현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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