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 신설돼야 ‘정치 경제 논리’ 배제되고 ‘교육논리’ 작동한다

주지하다시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병으로 신음하는 한국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경종이기고 하다.

교육은 한때 우리나라의 희망이었지만, 지금은 교육주체들 모두 교육 때문에 못살겠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과도한 경쟁교육으로 인해 학생은 학생대로 힘들고, 교사는 전문가가 아닌 지식전달자로 전락했다는 자괴감에 어깨가 처지고, 학부모는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등골이 휜다.

한국교육이 얼마나 불치병인지,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내려와도 당장은 고치기 어려울 것이라 하고, 한국교육을 치유하는 것은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주행상태에서 고치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까지 말한다. 물론 한국교육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어 단번에 풀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면 된다. 한국 교육이 이렇게 엉망이 된 까닭은 교육논리 아닌 다른 논리, 즉 정치논리, 경제논리, 경쟁논리, 이념논리, 진영논리 등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제 교육의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대 전환을 요구

지난 7월 20일, 국회에서 교육문제 진단 및 해결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 왜 필요하고, 어떻게 설치 및 운영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인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교육정책의 원칙과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대 전환을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다"며 '독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고, 공동발제자인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도 "교육정책의 난맥상과 교육 열망이 이어지는 한 국가교육위 요청은 계속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민병희 교육감이 열거한 ①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와 자사고 ②영어회화전문강사와 원어민영어보조교사 ③'한국형 토플' NEAT 사실상 폐지 ④교과교실제 ⑤수능 국어·영어 A·B형 도입과 폐지 ⑥복수담임제 ⑦집중이수제 ⑧대학수학능력시험에 EBS 교재 70% 연계 ⑨(국비 지원 없는) 기숙형 공립고 운영 ⑩대통령령 일부 개정령으로 교원능력개발평가제 실시(11년 2월) ⑪시간 선택제 교사 ⑫교학사 등 한국사 교과서 8종 수정·보완 파동(13년 9월) ⑬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개발... 등에서 보듯, 우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이 없는 교과부 시절"을 혹독하게 경험했다.

단팥 없는 찐빵처럼, 이명박 정부의 5년은 정치논리, 경제논리, 진영논리, 경쟁논리만 무성했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잘못이라면, 학교다양화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황폐화시킨 것이다. 다양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학교를 서열화하고 분리하는 수직적인 다양화는 분명 교육적이지 않다. 공부 잘하는 아이 따로 떼어 과학고, 외고, 자사고, 국제고 등 특목고 만들고, 장애아이 따로 떼서 특수학교 만드는 것은 교육논리가 아니다.

교육적인 관점에서 보면, 분리교육이 아닌 통합교육을 해야 한다. 단일 수종이 아닌 크고 작은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다채롭게 어울려 호흡하는 숲이 건강한 숲인 것처럼, 한 학교 안에는 경제적으로 잘사는 아이도 있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도 있고, 성적 우수자도 있고 다소 성적이 부진한 아이도 있고, 장애아이도 있고 비장애아이도 있는 통합교육이 교육적으로 올바른 교육이다.

어학, 과학, 문예체 영재를 위해 특별한 학교를 따로 두기보다 일반학교 안에서 교과 활동, 또는 비교과 활동을 통해 어학, 과학 영재를 키워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특수목적학교를 자꾸 만들어 기형화하기보다는 공교육 안에서 어학, 과학, 문예체 등 소질과 재능을 키워줄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보편적인 공교육 안에서 맑고 밝고 씩씩하게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제 시대는 달라졌고, 1995년에 만들어진 '5.31교육개혁안'이라는 낡고 녹슨 교육체제로는 새로운 20년을 준비할 수가 없다. 1등만 기억하는, 승자독식의 차가운 경쟁시스템이 아니라 사람과 생명을 더 소중히 여기고, 협력과 공존이 더 중요한 교육요소가 되는 따뜻한 협력교육, 행복한 두레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엄청난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한국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보다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신설돼야 '정치 경제 논리' 배제,'교육논리' 작동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3권 분립 국가이다. 그러나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정신이나 그 취지를 감안하면, '입법·사법·행정'에 '교육'을 더해 사실상 4권 분립을 지향하고 있다. 이 헌법적 가치에 부응하기 위해 현재 교육자치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세계 200여개 국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다.

입시경쟁, 암기, 지식 편중 등으로 상징되는 5.31경쟁교육체제로는 우리 교육의 미래가 없다며, 새로운 청사진의 원년을 열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교육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간절하다고 말한다. 교육계가 가장 소원하는 1순위가 바로 국가교육위원회이다. 그래야 정치논리, 경제논리, 진영논리가 아닌 교육논리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만큼은 정치논리나 경제논리, 시장논리로 접근하면 안된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교육논리와 교육적인 안목에 기초하여 교육정책 및 입시제도를 운영하고, 그 어떠한 통제도 없이, 교육부 관료들이 독점하고 있는 정책개발 기능을 집행기능과 분리시켜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2012년 경기도교육청의 정책연구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방안 연구'를 보면, 헌법에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이 명기된 만큼 독립기관으로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화신용정책이나 인권정책 등의 독립성·자주성을 헌법에 명기하고 있지 않은데도 금융위원회나 국가인권위원회를 독립기관으로 설치한 전례가 있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김용일 교수의 발제문에서 보듯, '박세일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해찬 전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최의창 서울대 교수', 그리고 전교조와 교총 등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이구동성으로 국가교육위원회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교육부조차도 관리감독하는 교육청의 발전과 지방교육자치를 위해 국가교육위원회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내년 총선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선거의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가교육위원회가 기계적인 중도로 흐를까 싶어, 또는 개혁과 혁신에 보다 방점을 찍자는 의미에서 김지철 충남교육감 등 몇몇 분들은 아예 '개혁'이나 '혁신'을 이라는 이름을 넣어 '국가교육개혁위원회, 국가교육혁신위원회'라고 하자는 분들도 있지만, 명칭은 조금씩 달라도 그러나 모두 초당파적, 초정권적인 '사회적 교육 합의기구', '독립적인 지위'를 표방하고 있다.

교육감 시절, 국가교육위의 필요성을 강조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도 최근 한 언론을 통해, "국가교육위원회가 적어도 국가인권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독립성 정도를 가지면서 교육의 중장기적인 정책과 큰 틀을 만들었으면 한다"면서 "교육에 대한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것은 교육부가 하더라도 아주 기본적인 집행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한 정권과 정치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교육정책을 일관성 있게, 미래 대한민국교육을 만들어 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구성은 교육계와 시민사회에서 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이 함께 꾸리고 정치권이라면 직접적으로 당을 대표한다든가 하는 의미가 아니라 전체정치권을 객관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 등이 꾸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자는 데는 다들 동의하고 있으니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이나, 그러나 어떻게 구성하여, 어떻게 운영하고,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게 할 것인가는, 첫째도 둘째도 교육논리와 교육적인 안목으로 철저하게 무장하되 '개혁(혁신)'과 '실효성'에 방점을 두어야, 핀란드처럼 큰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칫 진보 보수 간 나눠먹기식 배분이 되면 아무런 실효성과 진전도 없이 난상토론만 하다 세월을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법적 위상부터 위원 구성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별도 예산과 인력을 둔 "독립적인 국가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두되, 국가인권위보다 위원 구성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과 달리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 구성을 벤치마킹하여, 대통령을 포함해 국회, 교원단체, 대학 관련 단체, 기업과 노동단체, 학부모단체 등이 추천하는 인사들로 구성해 다양성을 확보하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교육전문가가 과반 이상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여야 모두 총선과 대선 대표공약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을 내걸어야

국가교육위원회를 "행정부와 입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국가상설기구로 운영"하고, "대법원, 헌법재판소에 버금가는 위상"으로 해야 한다는 박거용 교수의 주장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김용일 교수의 지적처럼, 헌법기구를 요청하면서 법률 제정 등을 말하고 있어 법리 차원의 엄밀한 검토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국가교육위원회를 헌법기구로 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용섭 전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의하면, "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5명을 포함한 15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로 되어 있는데, 15명의 위원으로 이 복잡하고 방대한 교육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데 무리가 따를 것이다.

크게 '유초중등교육위원회', '대학교육위원회', '평생교육위원회' 등 3분과를 두되, 한 분과에 7명 정도는 담당하게 해야 하니 최소한 21명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참고로 제헌의회가 1948년 12월 31일 제정・공포한 중앙교육위원회는 30명의 위원으로 구성) 또한 "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되,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로 되어 있는데, 핀란드처럼 일관성과 연속성을 위해 임기를 10년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 수준의 법적 상설 기구로 만들면 될 것이다. 위원장을 부총리급으로, 교원(교사+교수), 학생, 학부모 대표, 공익적 사회단체 추천인, 정부 추천인(교육전문가), 교육감, 교육부 장관, 노동부 장관 등을 그 위원으로 구성하고, 교육부는 대학의 지도감독 기능만 하면 된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되어야 대통령이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교육백년지대계가 실현될 것이다. 교육선진국 핀란드가 교육혁신에 성공한 이유이기도 하다.

60년대까지 농업 국가였던 핀란드가 교육개혁에 성공해서 세계 공부 1등의 나라가 된 비결은 무엇이겠는가? 에르끼 아호 핀란드 전 국가교육청장은 1972년부터 1991년까지 20년 동안 핀란드 교육개혁을 이끌었던 주역이다. 그가 교육청장을 지낸 20년간 수없이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여야 정치권의 합의로 20년 교육개혁 지휘봉을 잡았던 장본인이 바로 에르끼 아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어느 당이 집권하든 여야를 초월하여, 정치논리, 경제논리 아닌 교육논리로 교육문제를 풀어갈, 한국 교육을 혁신할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하다. 오세훈 시장과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논쟁에서 보듯 교육문제를 교육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나 경제논리를 접근하는 순간, 교육 혁신은 물 건너가고 불필요한 기싸움과 소모전만 하기 때문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제안은 한국교육단체총연합회가 2001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공약화할 것을 요구했고, 이후 2012년 당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다시 국회 공청회에서 제안했고, 이에 대통령 후보로 나온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모두 공약으로 제시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약집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공약을 슬그머니 뺐다.

이에 대해 김용일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 구상에 대해 정부와 집권 여당은 대체로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이다. 반면, 야당이나 선거에서 불리한 측이 적극적인데 이는 일종의 '법칙'과도 같다. 집권하게 되면 막강한 행정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마당에 굳이 권력을 분점 또는 분산시키는 제도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라도 국가교육위원회 구상이 법리나 정치이론 면에서 더 치밀하게 검토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용일 교수가 지적한 우려를 씻기 위해서도, 주요 정당이 내년 총선 및 이후 대선 공약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을 반드시 채택하도록 교육계와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또한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중병으로 신음하는 우리나라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또한 교육만큼은 바꿔달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뜻을 받들고, 진실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실현하겠다는 차원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을 대표 공약 중 하나로 내걸어야 할 것이다.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제8대 교육의원
김형태 riulkht@hanmail.net

http://cafe.daum.net/riulkht 
<행복한 변화, 새로운 교육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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