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중국과 한국은 근대사의 고난을 함께 겪고 극복한 동지"라며 "저는 이번 중국 방문이 이런 동지적 신의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한 차원 더 발전시켜 나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베이징 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같이 밝힌 뒤 "저는 중국과 한국이 '식민제국주의'를 함께 이겨낸 것처럼 지금의 동북아에 닥친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강연 주제는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였으며 베이징대 교수와 교직원, 학생 300여 명이 강연장을 채우며 성황을 이뤘다. 베이징대는 1898년 설립된 중국 최초의 국립종합대학으로 내년 개교 120주년을 맞는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1992년 양국 수교가 동북아 지역 탈냉전의 서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한·중 관계가 보다 성숙해지고, 수교 25주년 성과를 뛰어넘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인 양국 청년들 간 상호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5년 전의 수교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이, 양국이 함께 열어나갈 새로운 25년도 많은 이들의 노력과 열정을 필요로 한다"면서 "여기 있는 여러분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말해 학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지난 14일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평화안정 확보 4대 원칙 합의'가 연설에 상당수 반영됐다. 

두 정상이 합의한 4대 원칙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등이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중국과도 이웃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 개발 및 이로 인한 역내 긴장 고조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의 평화와 발전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중 양국은 북한의 핵 보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할 수 없으며,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며 북핵문제는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데 대해서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과의 대립과 대결이 아니다.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경우 국제사회와 함께 밝은 미래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두 사람이 마음을 함께하면, 그 날카로움은 쇠를 절단할 수 있다는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이라는 말이 있다"며 "한국과 중국이 같은 마음으로 함께 힘을 합친다면 한반도과 동북아의 평화를 이루어 내는 데 있어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중 양국 경제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은 지난 25년간 경제통상 분야에서 놀라울 만한 협력을 이뤄 왔고, 한·중 간 경제협력의 잠재력은 무한하다"며 "양국은 경제에서 경쟁 관계에 있고, 중국의 성장은 한국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생각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의 오랜 역사에서 보듯이, 또한 수교 25년의 역사가 다시 한 번 증명하듯이, 양국은 일방의 번영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운명공동체의 관계라고 저는 믿는다"며 "그간 전통적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양국간 경제·통상 협력을 ICT·신재생 에너지·보건의료·여성·개발·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중간 전략적 정책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 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우리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간의 연계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강연 말미에 왕안석의 시 명비곡의 한구절 '인생락재 상지심(人生樂在相知心)'을 인용했다. 서로를 알아주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란 의미다.

문 대통령은 "저는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역지사지하며 서로를 알아주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처럼, 나라 사이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은 항상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수천 년간 이어진 한·중 교류의 역사는 양국 간의 우호와 신뢰가 결코 쉽게 흔들릴 수 없음을 증명한다"며 양국 관계가 사드로 경색됐지만 극복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저는 '소통과 이해'를 국정 운영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두 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마음을 열고 서로의 생각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진정성 있는 '전략적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도자 간에, 정부 간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사이에 이르기까지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면서 "저는 우리 두 나라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화와 번영의 운명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양국 국민 공통의 염원이며, 역사의 큰 흐름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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