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초일류기업 향한 '환골탈태' 한목소리

2018년 새해에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빅4' 그룹은 초불확실성 시대에 맞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주력키로 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 국내 현안 뿐 아니라 유가상승 및 환율 변동, 나아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이르는 산적 현안을 극복하는 동시에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 미래 고부가가치 먹거리 발굴에 사세를 집중하기로 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신년사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원천 마련과 끊임없는 혁신을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 와병과 이재용 부회장의 영어생활로 '오너 리스크'를 안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해 ▲미래를 창조하는 초일류 기술 회사 ▲지속 성장 가능한 조직문화 창출 ▲고객과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회사' 등 올해 3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전자 김기남 반도체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는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며 “작년의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변화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

"초심으로 돌아가 변화와 도전,

지속성장으로 고객과 더불어 '질적' 초일류 지향"

그는 "인공지능·자율주행·빅데이터 등 IT 산업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는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새해에는 과거의 관행과 업무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새로운 마음가짐과 재정비된 조직을 바탕으로 질적인 도약을 이루자"며 고객과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초일류 회사로 거듭나자고 당부했다.

안팎이 곱사등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미래 먹거리 확보와 CEO 책임경영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래기술 혁신이 가속화하고 경쟁은 더욱 심해지면서 자동차산업이 급변하고 있다”며 “올해는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 미래 자동차산업을 선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외부적으로는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가 본격화 된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등 위기상황이다. 내부적으로도 기아차가 통상임금 판결에서 사실상 패소해 위기를 겪고 있다. 현대차 노조 역시 강성 지도부를 선출, 강도높은 임단협 기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회장

"책임경영 통해 환경변화 신속 대응,

미래 자동차산업 선도"

현대차그룹은 중국발 위기극복 방안, 통상임금 소송 패소 후속조치, 노조와의 갈등 해소방안 등 경영구상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미국권역을 시작으로 권역별 생산 판매 통합 운영 체제를 갖추고, 고객과 시장 중심의 의사결정을 강화키로 했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아세안 등 새로운 시장을 적극 개척해 글로벌 판매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차는 신형 싼타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 등 글로벌 각 지역에서 SUV 라인업을 한층 강화키로 했다.  지역 특화 전략 신차도 대거 선보여 판매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준중형 스포티 세단, 준중형 SUV, 엔트리 SUV를 통해 판매를 견인하고, 기아차 '씨드'를 통해 유럽시장, 현대차 '이온 후속 모델'로 인도를 비롯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자동차 핵심 기술 내재화는 물론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상용화의 속도를 낼 계획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커넥티드 및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기술이 적용된 미래형 자율주행차를 보여주기로 했다.

또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글로벌 주요 혁신 거점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하고, 스타트업 투자 및 개방형 협업을 강화해 미래 신사업 발굴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비롯, 주행거리를 대폭 늘린 코나 전기차, 니로 전기차 등 그룹의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시킨 친환경 모델을 통해 환경차 대중화 기반을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매년 전기차를 1차종 이상 출시하는 등 현재 2차종인 전기차를 2025년 14차종으로 확대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3위, 전체 친환경차 시장에서 2위를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둔 SK그룹도 올해 위기관리 경영과 혁신 경영에 전사적인 역량을 주력키로 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년간 그룹 이익이 200배 성장했지만 냉정한 성찰도 필요하다”며 “껍질을 깨는 방식으로 종전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혁신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최태원 SK회장

"냉철한 성찰로 껍찔을 깨고

종전 비즈니스 모델 혁신"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는 지난해 최태원 회장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올해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통한 낸드 플래시 사업전략 등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와 에너지화학 등에서 경쟁업체들보다 과감한 선제적 투자에 나서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SK주력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SK이노베이션은 2020년에는 배터리 생산량을 10GWh(기가와트시)까지 확보하고,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30%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 8월에는  배터리 사업 조직을 개편했다. 기존 배터리와 정보전자소재사업을 함께 담당하던 'B&I사업(배터리&인포메이션·일렉트로닉스)'을 '배터리 사업'과 '소재사업'으로 각각 분리해 CEO 직속 사업 조직으로 두고 각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0월 배터리 생산 거점인 중남 서산에 중대형 배터리 생산을 위한 제2 공장동을 신규 건설하고 이 공장에 전기차 3만대 규모의 800MWh(메가와트시) 4호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 계획을 밝혔다. 

서산 배터리 제2공장동은 축구장 4개를 합친 것보다 큰 연면적 약 4만㎡(1만2000평) 규모로 지어지고 있다. 내년 말 생산라인 7호기 증설까지 완료되면 SK이노베이션은 국내에만 전기차 배터리 4.7GWh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앞으로 SK이노베이션은 신규 생산설비 주요 공정에 고도화된 스마트 팩토리 개념을 적용시켜 생산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스마트 팩토리 모델에는 원재료 투입부터 완제품 검사 및 포장 공정까지 전 공정의 설비 자동화와 빅데이터 기반의 설비 운영 모델 고도화, 제조 운영 관련 중앙관리 시스템이 적용되게 된다.

LG그룹은 글로벌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올 한해 환골탈퇴에 경주키로 했다.

구본준 부회장은 “보호무역의 거센 파고와 글로벌 경기 악화 가능성 등 정치·경제 환경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익숙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려 사업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그룹은 올해 경영 목표인 △R&D 혁신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 확보 △사업방식의 철저한 변화 △국민과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기업 등에 전사적인 역량을 강화키로 했다.

구본준 LG부회장

"고정관념 탈피, 사업방식 근본적으로 바꿔야...

세계 최고 기술과 국민이 신뢰하는 기업 만들자"

LG그룹은 마곡 LG 사이언스파크 융복합 연구개발(R&D) 단지를 중심으로 한 미래 신사업 방향에 대한 경영 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아울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제조 혁신 활동을 진행하는 동시에 경영 체계와 운영·조직 구조를 보다 유연한 형태로 바꿀 예정이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제품 품질 향상에 주력, 소비자를 대상으로 브랜드 신뢰성를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세울 계획이다.

LG그룹은 올해 신규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8% 늘려 19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특히 투자 금액의 절반 이상은 전기자동차 부품·자율주행 센서·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카메라 모듈·바이오 부문 등 신성장 관련 산업 분야에 집행될 예정이다.

또 자동차 부품과 OLED 디스플레이는 물론 에너지, 인공지능(AI), 5G, 그린·레드바이오와 같은 향후 성장 동력이 될 만한 산업들을 내년도 역점 사업 분야로 두기로 했다. 적자가 거듭되고 있는 휴대전화 분야와 관련해서는 차세대 스마트폰 등을 개발하는 등의 방식으로 반전을 꾀할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5G 통신과 로봇 등 산업별 융복합을 위한 기술 개발 등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LG그룹의 올해 사업 계획에는 대기업과 협력사 사이에 있는 과도한 격차를 줄여가기 위한 정부 정책 방향성에도 부합하는 형태의 상생 계획도 있다. 

관계사와의 협력 범위를 자금 지원 등에서 넓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환경, 안전·보건, 에너지 등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자금난을 겪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무이자로 1862억원 규모의 대출을 운영하거나 동반성장펀드 등을 통해 6719억원 규모의 자금을 저금리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와 계약 중인 중소규모 장비·재료 회사와의 협력을 늘려, 주요 성장 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는 디스플레이 산업 분야 장비의 국산화율을 더욱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가치와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한다"며 "특히 올해 국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고경영진은 흔들리지 말고 투자와 채용에 적극 나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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