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근로자 복지 투자 미미…낙수효과 없고 양극화만 부추겨

새해부터 주요 대기업들의 법인세율이 올랐다. 과세표준 3000억 원을 넘는 기업의 경우 종전 22%에서 25%로 올라간다. 기업들은 앓는 소리를 한다. 보수야당은 세계적 추세와 역행한다며 반기업정서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법인세 인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불을 붙였다. 미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은 35%에서 21%로 낮추었다. 일본 역시 29.97%인 법인세 세율을 20%로 내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영국도 얼마 전 19%로 낮춘 최고세율을 곧 17%로 낮출 것이라했다.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속개된 제354회 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속개된 제354회 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법인세를 내리는데 한국 정부만 인상했으니 시끌벅적한 것은 당연지사다. 특히 대기업과 보수 야당에서는 ‘일자리 날라간다’ ‘기업만 때린다’ 등 연일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반기업정서에 기인한 것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법인세 인상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무엇일까. 현 정부가 국민들의 반기업정서에 편승한 것일까. 아님 올릴만한 저간의 사정이 있었을까. 소득주도성장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아마도 눈여겨 본 것은 사내유보금이 아닐까?

기업 입장에서는 펄쩍 뛴다. “사내유보금은 곳간에 쟁여 놓은 현금이 아니라 투자에 사용하거나 당장 투자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가능성 있는 부지를 매입하는 등의 용도로 활용되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사내유보금은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을 더한 것이다. 여기서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계속 사업을 전개하며 발생한 영업이익 중 배당을 제하고 남은 이익의 누적을 의미한다. 사내유보금에는 공장이나 점포 부지에 해당하는 유형자산, 재고자산,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이 폭넓게 포함된다. 

문제는 사내유보금의 순기능적 투자보다 곳간에 쌓아두면서 말썽의 빌미를 줬다는 것이다. 더욱이 기업 규모가 커지며 자산이 증가하는 와중에도 일자리는 오히려 뒷걸음쳤다. 현금성 자산과 기업 규모가 커졌으면서도 임직원 복지 확대나 투자활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블룸버그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기업의 지난 3년간 사내유보금(각 그룹 계열사 사내유보금 총합)은 크게 늘었다. 상장된 모든 회사의 사내유보금은 ​2015년 ​759조7570억 원에서 2017년 3분기 857조 9310억 원으로 12.92% 증가했다. 이 중 10대 기업이 보유한 사내유보금은 515조650억 원으로 전체의 66%를 차지한다.

재계 1, 2위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내유보금은 304조 3350억 원이다. 기업 전체 사내유보금의 35.47%에 달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삼성과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4년 12월 31일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14년 12월 31일 1조 6433억 원에서 2017년 3분기 2조 9559억 원으로 증가했다. 현대자동차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083억 원에서 1조 원으로 증가했다.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예기치 못한 리스크나 경영 활동에 긴급하게 큰 자금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하는 비상금적 성격임을 강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삼성 갤럭시노트7 사태나 현대자동차의 사상 초유 리콜사태 등 예기치 못한 자금 발생 요인이 있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이 재벌의 곳간이 아니며, 경영활동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며 회계상 개념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이 투자에 나서면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투자자산으로 회계 처리되고 사내유보금에는 변동이 없다.

정부는 쌓아둔 사내유보금을 투자·​주주배당·​임금 등으로 기업의 투자활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만들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투자 확대나 임금 인상보다 배당확대 정책을 펼쳐왔고, 기업들이 배당을 늘려 법인세를 줄이려 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결국 법인세 인상이란 칼을 빼든 이유다.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투자도,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그리고 미래의 세수입도 늘려주지 못한다는 경험칙에 의한 판단이다. 법인세의 투자유인효과, 일자리창출효과, 경제성장효과, 그리고 외국자본유인효과는 실증적 근거가 없다. 

한국 역시 법인세를 인하해온 지 30여 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나 낙수효과는 없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부는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며, 소득 불평등은 경제성장을 오히려 가로 막는다’라는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보수 정권 10년 동안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법인세 감세 정책을 펼쳤으나, 기업소득은 3.8% 증가했지만 가계소득은 3.1%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법인세 인하 정책의 혜택은 오롯이 기업만 누렸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지도 못하면서 기업의 유보이익만을 증가시키는 법인세 인하는 설 자리를 잃었다. 재정적자를 만들고 필요한 정부지출을 어렵게 하며 소득양극화를 방기하기에 경제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 

법인세 세율의 과도한 인하는 국가 재정을 약화시킨다. 소득 양극화와 노령화 문제 등 국가 지출이 늘어나면서 이를 보전할 다른 재원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결국 기업 곳간 돈은 사회갈등을 심화시키고 내수경기를 침체로 몰고 가게 된다. 기업의 곳간은 차는데 국가경제는 어려워진다. 이것이 법인세 인상에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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