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서울거주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중 9명(88.5%, 1770명)은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30일 이같은 내용의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데이트폭력 피해자 1770명 중 22%가 '위협과 공포심'을, 24.5%가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고 답했다. 10.7%는 신체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피해를 입은 190명 중 37.4%는 병원치료까지 받았다.

피해자 대부분은 사귄 후 1년 이내에 폭력이 시작됐다고 응답했다. 대응에 있어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과반을 차지했다. 

데이트폭력 피해자 46.4%는 상대방과 결혼했고 이 가운데 17.4%는 '가정폭력으로 이어졌다'고 응답했다. 

기혼 조사참여자 833명 중 742명이 데이트폭력 경험이 있고 그 중 46.4%가 가해 상대방과 결혼했다. 

피해자에 대한 행동통제로는 '누구와 있었는지 항상 확인했다'가 62.4%로 가장 많았다. '옷차림 간섭 및 제한'이 56.8%로 뒤를 이었다. 

언어·정서·경제적 폭력은 '화가 나서 발을 세게 구르거나 문을 세게 닫음'(42.5%)과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너 때문이야 라는 말을 한다'(42.2%)가 가장 많았다. 

신체적 폭력은 '팔목이나 몸을 힘껏 움켜잡음'이 35%로 가장 많았다. '심하게 때리거나 목을 조름'(14.3%), '상대의 폭행으로 인해 병원치료'(13.9%), '칼(가위) 등의 흉기로 상해'(11.6%)와 같이 폭력 정도가 심한 경우도 10%를 넘었다.

성적 폭력은 '내가 원하지 않는데 얼굴, 팔, 다리 등 몸을 만짐'(44.2%), '나의 의사에 상관없이 가슴, 엉덩이 또는 성기를 만짐'(41.2%)이 가장 많았다. '성관계를 하기 위해 완력이나 흉기를 사용함'(14.7%), '내가 원치 않는 성관계 동영상이나 나체 사진을 찍음'(13.8%)과 같은 피해도 나타났다. 

폭력 유형별 본인의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행동통제와 성적 폭력의 경우 '폭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36.7%, 30.3%)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행동통제의 경우 '나를 사랑한다고 느꼈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반면 언어·정서·경제적 폭력과 신체적 폭력의 경우 본인의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헤어지고 싶었다'(32%, 33.8%), '무기력 또는 우울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졌다'(32.3%, 30.7%)는 응답이 많았다. 

데이트폭력 유형별 본인이 취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 4개 유형 모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해 데이트폭력 피해를 쉬쉬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신고나 고소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많았다.

피해자가 전문상담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 중에서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데이트폭력 원인으로는 과반 여성이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58.7%)을 꼽았다. '여성혐오 분위기 확산'을 원인으로 든 응답은 20대(15.9%)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시민들은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으로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 강화'(73%)가, 피해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는 '가해자 접근금지 등 신변보호 조치'(70.9%)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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