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과 인사관련 담당자들이 채용비리 혐의로 자택 압수수색을 당했다. 20명으로 된 VIP리스트를 관리해 윤 회장의 증손녀를 포함한 3명의 행원 채용에 비리의혹을 받아오던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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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홍 기자

호사다마. 윤종규 회장은 9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성과를 냈다. 그의 연임은 순조로운 듯했다. KB금융은 글로벌 금융 도약을 위한 리더라고 자찬했다.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기 전의 이야기다. 

금감원의 채용비리 조사는 리딩뱅크의 최고경영자의 신뢰성과 책임성을 실추시키기 충분했다. 필기 최저점의 친인척 신입 응시자에게 면접 최고점을 준 게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부실기업에 대출해주면서 최고점의 신용도를 주도록 최고위층이 압력을 행사한 것과 진배가 없다. 

특히 그는 근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 불법개입 의혹부터 무혐의 처리된 연임 찬반을 묻는 노조투표에 불법으로 개입했다는 의혹, 증손녀를 채용하기 위해 부당한 인사개입을 했다는 의혹까지 양파껍질처럼 까면 깔수록 새로운 속살이 드러나면서 번번이 놀라움과 충격을 준다.

문제는 윤종규 회장의 증손녀 특혜 채용에 KB금융의 해명은 ‘사기업’이고 일정부분 관행처럼 이뤄진 일이라고 답변했다는 사실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허나 명백한 불법이다. 법조계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충분히 해당되고도 남을 만한 사안이라고 단정한다. 

이미 당시 상황을 잘 아는 KB국민은행 인력지원부 전 팀장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돼 윤 회장 역시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굳이 법적으로 논하지 않더라도 집마다 실업 청년을 거느린 국민의 반감을 만회할 도리가 없다. 윤 회장의 채용비리 의혹은 ‘석고대죄’를 해도 시원치 않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봄은 왔으나 취업전선은 한겨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취업자수는 한 해 전에 비해 10만여 명 증가에 그쳤다. 월 기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취준생은 역대급 취업난에 날마다 터지는 채용비리, 여기에 채용비리를 관행이라고 치부하는 국민은행의 구태의연한 '적폐' 해명에 분개한다. 오죽하면 불매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는가. 

윤종규 회장은 지난 KB 주최 우수기업 박람회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KB만의 차별화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국민의 꿈과 행복을 함께하는 ‘국민의 평생 금융파트너’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진정 그가 '차별있는'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꼭 해야 할 일이다. 다른 은행과 차별화된 일자리 창출 은행으로 거듭나는 일이다. 일자리와 일거리에 목말라하는 취준생을 위한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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