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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구의 직언직설] 처절한 브로큰 애로우 '미투'
[홍승구의 직언직설] 처절한 브로큰 애로우 '미투'
  • 홍승구(전 흥사단 사무총장) (webmaster@straightnews.co.kr)
  • 승인 20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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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구 전 흥사단 사무총장
홍승구 전 흥사단 사무총장

전쟁을 증오하기에 전쟁 용어를 싫어 하지만 지금 상황을 표현할 적절한 용어가 떠오르지 않아 사용하게 되었다. 독자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

전쟁 영화를 보면 적이 아군 진지를 공격할 때 방어가 어려운 경우 포병이나 공군에게 포격 지원을 요청한다.

데인저 클로스(Danger Close)가 아군에게는 피해가 없도록 조심해서 포격하라는 뜻인 반면에 브로큰 애로우((Broken Arrow)는 아군의 피해를 염려하지 말고 포격하라는 뜻이다. 즉 아군도 일정한 피해를 입겠지만 적을 타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 이후 미투운동은 연극계와 문학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유명 영화배우는 자신의 삶을 버리는 선택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도지사는 지사직에서 내려 왔다.

집권 여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성추행 가해자로 폭로되면서 일부에서 미투운동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고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하거나 부인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성추행 피해자들은 피해당한 내용을 폭로하는 순간 브로큰 애로우를 요청한 것이다. 아직도 남성우위 문화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자신이 성추행 당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퍼트리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2차 피해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자신을 드러내고 폭로할 경우 ‘왜 거부하지 않았느냐?’며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으로부터 2차 피해가 시작된다.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사실 왜곡이 이어지고 폭로한 피해자 본인과 가족에 대한 신상 털기로 피해자 본인은 물론이고 피해자 가족까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도지사 비서를 지낸 피해자는 가족까지 왜곡과 악선전에 시달리는 피해를 견디지 못해 2차 피해의 고통을 호소하며 자필 편지를 써서 공개했다. 오죽하면 지난 2월 스위스에서 열린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카다리 부의장이 한국의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피해 발생을 우려하는 발언을 했겠는가.  

미투운동이 진행되고 성추행 폭로가 확대되면서 극히 일부이긴 하나 성격이 다르거나 당사자가 사실을 다투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실은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 그러나 사실을 밝히는 방법이 피해자에게 2차로 가해할 여지가 있는 방법이어서는 안 된다. 즉 사실 확인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어떤 국회의원은 자신에 대한 폭로가 나오자 사실관계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주위의 만류를 물리치고 국회의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자신의 지위를 내려놓으면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할만한 행동은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그의 행동은 바람직해 보인다.  

전투 상황에서 브로큰 애로우를 요청한 군인은 영웅 대접을 받는다. 그 이유는 자신을 희생하여 더 큰 피해를 막으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추행과 성폭력에 의한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미투운동의 목적이다. 폭로자들이 당한 피해는 이미 돌이킬 수 없기에 가해자가 사과하거나 처벌 받는다고 해서 회복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이 피해를 드러내는 것은 자신에게 2차 피해가 오더라도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추행을 폭로한 피해자들을 영웅으로 대접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고백을 존중하고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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