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범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개헌안 국민투표를 자신의 대선 공약대로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당초 21일 발의하기로 한 정부 개헌안을 “야당과 합의해 개헌안을 마련할 시간을 달라”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닷새 늦춰 26일 발의하겠다고 했다.

대신 청와대는 개헌 발의에 앞서 20일부터 개헌안 내용을 차례로 공개해 시민의 이해를 높이겠다고도 했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기간을 준수하되 국회가 개헌에 합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개헌 발의 일을 못 박은 데 이어 개헌안 공개로 여론몰이하면서 국회를 다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는 이날도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들이 만났지만 개헌 시기와 방향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헤어졌다. 

문 대통령은 만일 국회가 26일 전까지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 동시투표'에 합의할 경우 정부 개헌안을 발의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부 개헌안 발의 이후에도 6·13 지방선거 때 개헌안 동시투표가 가능한 시점까지 국회 개헌안이 발의될 경우 정부 개헌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여당은 대선당시 후보들의 공약대로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 동시투표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4당은 모두 문 대통령이 정부 개헌안 발의 시점을 못 박은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

특히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한국당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단독 개헌안 발의 시 개헌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의 의석분포를 감안하면 여야의 극적인 타협이 없이는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는 이제 가능성이 적다고 봐야 한다. 

개헌안 국민투표 지방선거 동시실시는 지난 대선 때 주요 정당 후보들이 내건 공약이다. 하지만 국회에 특위를 구성해 1년 3개월가량 논의했음에도 아직 투표 시기조차 정하지 못했다. 

개헌이 지체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유한국당의 반대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동시개헌 약속을 뒤집고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한국당이나 홍준표 대표가 공약 파기를 깨끗하게 사과하고 논의를 전개했으면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개헌 논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냉정히 살펴 다시 시작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오는 26일 정부 개헌안을 발의하더라도 현재 상황으로는 재적 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 국회 관문을 통과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지켰다는 명분을 얻겠지만, 향후 개헌 논의는 실종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대통령 발의 추진은 고육책으로 이해한다. 만일 대통령 발의마저 없었다면 여야간 개헌 합의안이 언제 나올지 기약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물론 일부 여당 원로들조차 대통령 주도 개헌에 부정적인 현실에서 26일 발의가 이뤄진다면 향후 개헌 동력을 얻기 어렵고 향후 정국은 급속히 냉각될 게 뻔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이후 한반도 문제에 해결을 위해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했고 지금 그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한 인내심을 가지고 야당과도 끝까지 소통해야 한다.
 
국민은 개헌을 통해 새로운 헌정체제가 구축되기를 원한다.그러나 지금까지의 개헌 논의에는 국민이 보이지 않는다.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입장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개헌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개헌안의 대통령 발의는 부진한 개헌 논의의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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