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뉴스 연중 기획]
독일은 월드컵때 '친절한 독일' 내세워 브랜드 재구축
한글-한식 등 브랜드 생활화-산업화 -세계화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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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나라다운 나라’다. ‘나라다운 나라’는 그럼 어떤 나라일까. 지도자가 올바르고, 부정부패가 없고, 노동자와 서민이 살기 편하고, 학생들이 무용의 지식을 배우느라 고생하지 않으며, 집값이 늘 안정적이어서 투기가 일어나지 않고, 재난과 사고가 별로 없으며 설혹 발생한다 해도 신속하고 믿음직스럽게 처리한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지극히 높아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니 먹어도 된다”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믿고, 정부 또한 국민을 신뢰해 공짜표를 단속하기 위한 지하철 개찰구 따위를 만들지 않는다. 여기에다가 문화예술 또한 융성하여 세계적으로 많은 예술인과 과학자들을 배출한다. 이 모든 것의 전제조건으로 강력한 경제력이 자리하고 있음은 당연지사다. 

이 나라는 어디인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화려하지 않으며 1등을 추구하지 않는다. 독일은 그저 잘 사는 나라, 제조업이 발달한 부자 나라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는 내면의 단단함을 기르고자 한다.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나라, 독일이 오늘날 신(新) 패권국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그러나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였기에 항상 유럽 다른 나라들의 눈치를 보는 입장이었고 이런저런 간섭을 받아야 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특히 독일이 강해지는 것을 늘 견제했다. 구 소련도 동독을 양보하지 않았다. 

독일은 이른바 '과거사 트라우마'로 인해 자국민으로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기 어려웠고 기술·기능주의와 같이 기존의 경직된 국가브랜드는 제조·철강 외 산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독일은 대내적으로는 ‘Du bist Deutschland(당신이 독일입니다)’, 대외적으로는 ‘Land of Idea(아이디어의 나라)’ 슬로건을 활용해 국가브랜드 재건에 힘을 쏟았다.

독일 대내 브랜드 슬로건 / 자료=위키피디아(wikipedia)
독일 대내 브랜드 슬로건 / 자료=위키피디아(wikipedia)

아인슈타인 등 독일 위인을 활용한 광고를 통해 독일인이라는 정체성 확립을 유도함으로써 국가브랜드 대외 캠페인을 시행하기 전 국민 공감대를 확보하고 자발적 홍보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독일은 2006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혁신적 제품과 유머스럽고 친절한 국민의 독일로서 국가브랜드를 재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에는 고집 세고 유머감각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독일인들이 독일 월드컵 경기를 통해 재미있고 친근한 이미지로 바뀐 것이다. 실제로 이를 계기로 독일인들은 자국를 철저히 재브랜딩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산업정책연구원이 지난 2013년 발표한 국가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는 선두인 미국(13조6000억달러)에 이어 독일(8조3000억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그 다음으로 영국,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1조9000억달러로 9위로 평가됐다.

이에 앞선 자료인 앤홀트의 국가브랜드 지수(2007)에 따르면 독일은 국가 브랜드 자산과 관련해 세계 3위권 내의 나라다. 이 국가 브랜드 짖수는 '독일' 브랜드의 가치가 약 46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미국(179억달러)과 일본(60억달러)의 뒤를 이은 높은 브랜드 가치로 평가된다. 

이러한 수치는 한 국가의 브랜드 자산이 제대로 활용되고, 그 브랜드가 효율적으로 관리될 경우 많은 것들이 얻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독일은 자국의 36개 업종별 협회를 대표하는 독일산업연맹(BDI)과 연방정부 중심의 민·관 협의체인 ‘아이디어의 나라 협회(Land der Ideen e.V.)’가 국가 브랜딩 사업을 주도했다.

이 협회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바스프(BASF), 도이치 뱅크, 도이치 텔레콤 등 대기업이 포함돼 있다. 정부에서는 외무부, 내무부, 경제기술부, 교육연구부 등이 참여했는데, 홍보대행사인 ‘FC 도이칠란드(FC Deutschland)’를 별도로 설립해 대언론홍보와 같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했다. 

이들은 국가브랜드에 대한 자국민 공감 확보와 의식 개선을 위해 국내에서 지역 기반 창의성을 발굴하는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했다. 1년 동안 ‘365일 아이디어의 나라(365 Landmarks in the Land of Ideas)’ 프로젝트 시행했는데, 전국 공모를 통해 혁신적인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 공공·사립기관, 연구소 중 365개를 선정해 매일 ‘오늘의 장소’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다.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설치된 조형물 / 자료=아이디어의 나라 캠페인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설치된 조형물 / 자료=아이디어의 나라 캠페인

마침내 독일 월드컵이라는 스포츠 행사를 통한 브랜드 대외 노출을 극대화하는 한편 ‘아이디어의 산책(Walk of Ideas)’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적 시각에서 역사적 업적을 조망함으로써 독일의 혁신성을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독일은 당시 축구화, 알약, 자동차, 책, 음표, 아인슈타인의 공식으로 된 6개의 조형물 전시했다. 각 조형물들은 기능성 축구화, 아스피린으로 대표되는 독일 제약, 자동차, 구텐베르크 활자로 가능해진 도서출판, 베토벤 등 클래식 음악,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 독일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창의성을 상징했다.

더불어 친절한 월드컵 개최 및 유머코드를 접목한 투자유치 광고로 딱딱한 독일 이미지 완화를 추진했다. ‘세계를 친구로 사귀는 시간(A time to make friends)’을 월드컵 공식 슬로건으로 지정했으며 관광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는 친절교육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이같은 사례를 볼 때 국가 브랜딩에 있어 브랜딩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며 감독하는 것이 하나의 기관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을 비롯한 많은 조직들이 이 국가 브랜딩 과정에 동참해, 결국 각각의 물품들은 자국의 국기를 달고 제품들은 'Made in Germany' 꼬리표를 부착하면서 하나의 국가 브랜드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는 한 국가의 브랜드 정체성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은 국가 브랜드 관리가 대단히 복잡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국가 브랜드는 복합적인 상징으로서 뿐만 아니라 그 국가의 특정한 현실에 대해 국내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가지는 인식과 평가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만큼, 국가 브랜드가 아주 복잡한 브랜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병종 숙명여대 교수(국제관계 대학원)은 "중요한 것은 정부 내 국가브랜드 통합 관리 조직이 있어 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의 브랜드 작업을 통합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각 분야에서 시행되는 브랜딩 작업이 통합적으로 움직일 때 낭비를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 중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브랜딩 정책도 정권 변화와 관련 없이 지속적으로, 중장기적으로 추진돼 하는데, 이러한 조직에는 정부 인사 뿐 아니라 많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해 지속적인 정책 추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Korea' 무엇을 브랜딩 할 것인가

한국은 휴대폰, 자동차, TV 등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IT강국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들 제품은 소비자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한국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유명한 문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한글의 아름다움에 빠진 아일랜드 대사 부부 / 뉴시스(2014)
한글의 아름다움에 빠진 아일랜드 대사 부부 / 뉴시스(2014)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철학적이며 대중적인 글자인 한글,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식, 세계 최고의 건강음식 김치, 세계인의 술로 거듭난 서민의 술 막걸리 등이 있다. 여기에 세계 유명 패션계를 놀라게 한 한복과 천 년 세월 썩지 않는 한지, 세계적인 장수식품인 비빔밥,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룬 한옥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러한 우리 전통문화에는 자연친화적이고 인간중심적이며,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메커니즘이 담겨 있다. 더불어 세계 인류를 포용하는 평화와 상생의 실천정신과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철학이 흐르고 있다. 이는 미국의 패권주의적 자본주의나 과거 배타적 민족주의적인 국수주의와는 근본이 다른 이념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선조들이 이룩해 놓은 문화에 대해 너무도 무관심했던 게 사실이다. 수준 높은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바탕으로 한 축적된 문화가 없었다면 우리가 오늘날과 같은 부(富)를 이루기는 애당초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그간 잊고 있었던 우리의 우수한 문화에 담긴 위대한 이념에 대해 더욱 눈을 떠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의 시대라는 21세기에 우리의 전통문화와 민족문화의 상징은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 콘텐츠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동양에 대해 낯섦과 신비로움을 갖는 외국인들에게 한글, 한복, 한식, 한지, 한옥 등의 브랜드를 생활화, 산업화, 세계화를 함으로써 한국 문화를 확산시키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이병종 교수는 "대한민국의 브랜드는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제반 유무형 가치의 총합으로, ‘코리아’ 브랜드 제고는 세계시장에서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케 하는 원천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문화를 비롯해 국민성, 역사, 정책, 자연 등 여러 가지가 혼합돼 브랜드를 결정하는 만큼, 한 국가가 갖고 있는 현실과 정체성과 동떨어질 수 없다'며 "현실과 정체성과 전혀 다른 브랜드를 추구할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만큼, 국가브랜드는 한번 형성되면 오랫 동안 지속되며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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