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은 우리에게 이상적인 복지와 교육, 생활수준,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의 모습은 여러 미디어와 책을 통해 ‘우리가 따라가야 할 모습’으로 전달돼 왔다.

하지만 오히려 복지국가로서의 면모나 시스템적인 부분만 분석하려다 보면 더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좋은 곳이긴 하지만 우리는 도달할 수 없는 어떤 이상향처럼 말이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가 지난 2013년 5월 '유럽을 통해 본 한국 복지사회의 미래', 북서유럽지역 주한대사 초청 연속강연회에서 주제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라르스 다니엘손 전 주한 스웨덴 대사가 지난 2013년 5월 '유럽을 통해 본 한국 복지사회의 미래', 북서유럽지역 주한대사 초청 연속강연회에서 주제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100년 전만 해도 스웨덴은 가난한 농업국가였다. 혹독한 기후와 흉작 때문에 185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130만 명의 농민들이 미국으로 단체 이주를 하기도 했다.

아울러 60여 년 전만 해도 스웨덴에서도 여성이 짧은 치마나 깊게 파인 옷을 입으면 남성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유발한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성평등 보너스처럼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일을 높이려 생겼다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라진 제도도 있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행복한 나라’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변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는 한국이 스웨덴에게, 스웨덴이 한국에게 묻고 답하고 싶었던 점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라르스 다니엘손은 2011년부터 주한 스웨덴 대사로 한국에 부임하여 4년간 한국인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밤늦게 학원에 갔다 오는 한국 학생들을 보고 놀랐다는 그는 스웨덴 작은 코뮨(지방자치단체) 행정관부터 총리실 국무수석까지 거친 경험으로 지금 한국에게 필요한 스웨덴의 모습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것인지 통찰을 제공한다. 

또 한 명의 저자 박현정은 30여 년을 스웨덴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어쩌면 그들보다 더 그들을 잘 이해하는 한국인이 됐다. 같이 생활하고 때로는 부딪히기도 하면서 그들의 일상에 체화된 시민의식과 평등의식 등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탐구했다. 

책은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복지국가로서의 스웨덴’과 시스템을 강조하는 대신, 다양한 스웨덴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두 아들을 키우며 번갈아 육아휴직을 신청한 동갑 부부에게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교육과 아동의 행복을 이야기할 때는 말 타기를 좋아하는 10살 꼬마에게 지금 행복한지를 묻는다.

평등한 사회에 대해서는 난독증이 있지만 개의치 않고 예술가의 꿈을 키우는 고등학생과 과거의 스웨덴을 아는 68세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한다.

행복하냐는 질문에 고등학생은 행복하다는 답을, 할머니는 행복하지 않으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정치에 도전하려 한다는 답을 내놓는다.

평범한 스웨덴 사람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스웨덴 동성결혼 1호 커플, 국영 라디오 방송 기자, 사회민주당 국회의원, 이민 관련 단체 종사자까지 각각의 주제에 대해 가장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배경을 가진 스웨덴 사람 등을 저자가 직접 찾아가 들었다. 

다루는 주제는 스웨덴 사람들의 소소한 성향부터 문화, 경제, 외교까지 다양하다. 

우선 스웨덴 사람들이 사랑하는 법(연애, 결혼, 동거, 육아, 동성애 등)에 대해 알아보며 이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려 하는지를 탐구한다. 이어 스웨덴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평등의식과 날씨에 집착하는 성향, 라곰(Lagom), 피카(Fika) 등의 문화에 대해 알아본다.

라르스 다니엘손·박현정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
라르스 다니엘손·박현정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

특히 스웨덴 경제에 대해 살펴보며 스웨덴 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대학 진학 대신 취업과 창업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의 역동성을 살펴본다. 기자와 사회민주당 국회의원의 이야기를 들으며 투명하고 평등한 정치 문화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또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어를 잘하는 나라가 될 만큼 세계무대에 진출하고 있는 스웨덴의 면모와 유럽연합,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다룬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국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스웨덴 사람이 직접 말하는 스웨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완벽한 것 같은 나라도 한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좋은 사회는 구성원 모두가 기여해야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이들의 지금 모습을 이끌어낸 과정을 하나하나 듣다 보면, 오늘날 전환점을 맞이한 한국이 가야 할 길이 보일 것이다. 

이 책은 오로지 한국 독자를 위해 기획·집필·출간됐다고 한다. 단순히 결과로서 완벽한 스웨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 가장 궁금해하는 스웨덴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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