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의협, 문재인케어 전쟁선포]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의료계 반대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을 놓고 9차례 실무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이 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민건강수호 비대위 제1차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참가자들이 문재인케어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뉴시스<br>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민건강수호 비대위 제1차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참가자들이 문재인케어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정부와 의료계는 '모든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와 관련한 '예비급여'를 놓고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보장성 강화 대책을 통해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하고 치료에 필요한 의료행위는 신속하게 급여화하기로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비용·효과성이 떨어져 건강보험제도에 들어오지 못했으나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약 3800여 가지 의료행위가 '예비급여'라는 이름이 붙어 건강보험 제도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MRI나 초음파 등이 대표적이다. 

의료계는 이러한 예비급여의 도입이 비급여 진료항목의 축소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병원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비급여의 급여화에 앞서 수가 인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당초 정부는 이달을 시작으로 비급여 항목을 단계적으로 예비급여에 편입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아직 상복부 초음파 등을 포함해 37개 항목에 대해서만 적용이 결정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의료계는 정부의 예비급여 적용 고시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 아울러 올 하반기 예정됐던 부인과 등 초음파 적용 확대, 상급병실료 건보 적용 등 보장성 강화 계획도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실무협상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복지부는 새로 꾸린 협상단과 함께 협의를 재개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의협 회장 선거에서 뽑힌 최대집 당선인 역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의협은 '문재인 케어'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집단휴진 등 첨예한 갈등을 예고한 상태다. 의협은 '비급여의 급여화'가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 행위량을 제한하는 맹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복부 초음파가 건강보험에 편입돼 급여 기준이 정해고 나면, 기준을 넘어선 추가 치료는 무조건 불법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복지부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상복부 초음파 검사는 몇 회를 하든 모두 보험이 적용되며, 불법이 되는 경우는 없다"며 "보험 횟수가 제한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어 "이같은 주장은 보장성 강화 대책의 내용을 반대로 왜곡한 것"이라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은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본인부담률을 높여 보험을 적용하기 때문에 불법 비급여를 해소하고 의료인의 진료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재정 증가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 등 보장성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30조 6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재정계획을 이미 밝혔으며, 금번 상복부 초음파 보험적용도 재정계획에 기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당선인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후 상복부 초음파 고시 효력 정지 신청 및 고시 무효 확인 소송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대집 당선인은 지속가능한 전면적인 건강보험개편이 이루어져야 하며 문재인 케어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당선인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후 상복부 초음파 고시 효력 정지 신청 및 고시 무효 확인 소송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대집 당선인은 지속가능한 전면적인 건강보험개편이 이루어져야 하며 문재인 케어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의협이 '문재인 케어'에 반발해 평일 집단행동을 예고하면서 휴진 등으로 환자 불편 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와 같이 대형병원까지 집단행동에 참여해 의료 현장에 혼란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견차가 달라 휴진의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최 회장 당선인은 시행 일자로 "4월 22일, 27일, 29일 등"이라고 밝혀 환자가 많은 평일 시간대에 집단행동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사실상 집단휴진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의협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2014년 원격의료·의료영리화 반대 등에 이어 또 한번 실력행사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가 국민들의 지지도가 높은 정부 정책인 데다, 의사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의협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정부 주도의 보건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불만이 일시에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집단행동의 파급력이 큰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의 경우 종합병원 등에서 일하는 전공의들까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의사 사회의 실력을 과시한 바 있다.

올해 집단휴진의 경우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불투명하다. 의협 회원 중에서도 문재인 케어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도 있지만, 의협에서 문제 삼고 있는 상복부 초음파 급여 확대와 방사선사 급여화 허용 등에 대한 입장은 또 별개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의협의 집단행동 예고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양측간 충돌이 불가피한 상태다. 복지부는 의협이 집단휴진을 감행할 경우, 의사들을 상대로 설득에 나서는 한편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가용해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가용한 수단은 다양하다. 의료법 59조2항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했을 때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만약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할 경우 3년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형이 확정될 경우 면허취소도 당할 수 있다.

아울러 의협과 같은 단체가 회원들에게 휴업동참 등을 강요할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는다.이와 함께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의 소속 의사가 진료를 거부할 때는 형법상 소속 병원 및 대학에 대한 업무방해죄 성립이 가능하다.

복지부는 "국민을 최우선으로 두어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주요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과정에서 의료계의 합리적인 의견은 계속 수렴해 나갈 것이며,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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