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기승 부리며 2차피해 속출
법-제도 개선없이 신고센터만 넘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촉발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여성폭력과 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데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미투운동의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가짜뉴스들도 속속 등장하면서 캠페인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미투생존자연대 발족식 및 권력형 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정책 제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뉴시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미투생존자연대 발족식 및 권력형 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정책 제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뉴시스

지난 5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 중구 서울YWCA회관에서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원인 진단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제1차 토론회는 '미투로 연대했다'라는 주제로 일상화된 젠더폭력 실태와 여성혐오 현상을 통해 미투운동의 의미를 진단했다.

미투운동으로 인한 2차 피해와 무고 등 법적 책임 공방의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 국회가 대책 마련으로 분주하지만 미투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전반적인 여성폭력과 차별에 대해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정부 차원의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례적으로 각 부처 차관들 책임 하에 정책마련을 하는 등 이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성폭력을 어떻게 개념정의 할 것인가'라는 근본질문이 결여돼 있고, 폭행과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보는 강간죄의 본질에 대한 문제제기도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각 부처가 국가, 시민을 상대로 어떤 정책을 펴나갈지에 대한 고민보다 개별 부처의 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 단계에 머물고 있다"며 "아직도 정책은 처벌 강화로만 가고 있고, 예방교육 의무화만 강조해 실효성 있는 교육 방식이 결여돼 있다. 각 부처별로 신고센터는 넘쳐 나지만 실효성 담보를 위한 노력이 결여돼 있다"고 우려했다.

홍지아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성희롱·성폭력을 다루는 미디어의 관점과 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홍 교수는 젠더화된 폭력보도의 문제점으로 "가해 남성을 일반인과 구별된 괴물로 재현하고 선정적 묘사와 함께 피해여성에게 원인 제공의 책임을 전가한다"며 "젠더화된 폭력을 사회구조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고 권력형 성범죄 등 사회구조적 범죄의 공론화에 실패한다"고 했다.

그는 "젠더 감수성에 대한 교육과 성폭력보도 가이드라인의 실제적 활용, 보도를 넘어 미디어 전체의 성폭력 재현에 대한 모니터링과 생산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미디어의 성폭력 보도 관행에 개선을 요구했다.

여기에 특정 인물을 겨냥한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리면서 순수성이 훼손되자 진짜 피해자들은 2중, 3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런 가짜뉴스들은 사회적으로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들이 확산되면 어렵게 용기를 내 나선 고발자들을 위축시킬 염려가 있다.

이소희 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유독 성폭력 사건이 언급됐을 때 피해자의 목적과 의도가 다르다는 의심이 팽배해서 그런 가짜뉴스가 도는 것 같다"며 "실제 일반 직장 성희롱 피해자들도 문제를 제기한 이후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국면을 맞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투가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빠른 구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