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훼손됐으나 신청까지 시간 남아있어"

STX조선해양이 결국 자구계획안과 노사확약서 제출 시한을 넘겨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처지에 놓였다. 산업은행은 원칙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새벽 노사 합의가 이뤄진 만큼 자구안이 접수되면 추가검토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채권단이 인건비 절감 등이 포함된 자구안을 수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전경./뉴시스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전경./뉴시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산업은행은 STX조선 노사가 생산직 인건비 75% 감축(약 500명) 등의 자구계획에 합의해 확약서를 가져오면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하는 등 자력 생존의 길을 터주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그러나 STX조선 노사는 인력 감축 목표에 전날까지 합의하지 못했고, 희망퇴직과 아웃소싱 신청 규모도 감축 목표에 못 미쳤다.

산은이 법정관리행을 최종 결정할 경우 재산 조사 등 조사 보고를 토대로 법원 판단 하에 회생형 법정관리 또는 인가 전 인수합병(M&A), 청산 등이 결정될 전망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STX조선해양은 은행권에서의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이 중단되는데 이 경우 진행중인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이 높아 법원은 이 회사에 대한 청산을 결정할 공산이 크다.

다만 법정관리를 피할 가능성도 있다. 산은이 STX조선해양 처리 방안에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STX조선 노사는 합의서 초안을 마련하면서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STX조선해양 노사가 채권단이 제시한 고정비 40% 감축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잠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동안 STX조선해양 노사는 고정비 40% 감축을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논의된 인력 감축 부분에서 상당한 의견 차이를 보여왔고 이에 따라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구안 제출 시한이 임박함에 따라 이 회사 노사는 500여명으로 추정되는 인력 감축 대신 무급휴직, 임금삭감, 상여금 삭감 등을 통해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고정비 40% 감축 효과를 내도록 한다는 데 의견 접근을 이뤘다.
대체적으로 산은이 무리하게 STX조선해양을 법정관리로 내몰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경우 이미 수주했던 선박 계약이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회생 자체가 더욱 힘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정관리행은 곧 청산이라고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법정관리 후 근로자들에 대한 대규모 정리 작업이 추진될 경우 지역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고 이미 성동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비슷한 체급의 조선사가 또 무너질 경우 국내 중소조선업계의 근간이 흔들릴 우려도 있다. 

이와관련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채권단이 정해준 시한을 넘긴 것은 사실이지만 10일 새벽에 고정비 40% 감축을 위한 노사간 합의안이 잠정적으로 도출됐다"며 "노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충분히 했다. 나머지는 채권단이 결정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한편 STX조선해양은 글로벌 금융 위기와 조선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난으로 지난 2013년부터 채권단 관리를 받아오다가 2016년 5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6월 인가를 받았으며, 1년 만인 2017년 7월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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