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영업기밀 유출 우려"…고용부 "근로자 산재 입증에 꼭 필요"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 분야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 여부를 놓고 고용노동부와 갈등을 빚는 가운데 산업계에선 한 목소리로 공개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정부가 국가적 핵심 경쟁력 산업인 반도체분야의 기술을 경쟁국에 유출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사진=삼성전자

11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관련 전문가들은 고용노동부의 공개 강행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근로자의 노동과 인권 문제도 외면할 수 없지만, 작은 정보로도 기술 격차가 줄어들 수 있는 반도체 산업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지금 제일 걱정되는 것은 인력유출과 정보유출"이라며 "공장의 위치라든가 배치, 화학물질이라든가 사소한 하나의 정보라도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반도체 산업은 국가핵심기술이자 핵심전략 산업"이라며 "이번 보고서 공개 결정은 단순히 삼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가차원의 문제"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공개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대상과 범위를 한정해 국가산업의 피해를 줄여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이지만 최근엔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중국은 올해 하반기 D램과 낸드플래시 양산을 발표하며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통한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은 15조6000억원(잠정치)인데 이중 반도체 부문 이익이 11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약 4분의3을 차지한다.

삼성전자가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기술 유출에 따른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산업계에서는 기술유출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산재 피해자들의 피해 원인 규명을 위한 정보 제공은 필요하지만 이와 무관한 정보들까지 최소한의 보호장치 없이 공개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상당한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업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고서 내용에서 화학물질 이름 및 농도만 봐도 핵심적인 내용을 유추, 파악할 수 있다”면서 “당사자에 한해 열람하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전체 공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용부는 작업환경 보고서는 일하다 질병을 얻은 노동자의 산재 입증을 위해 꼭 필요한 자료이기에, ‘영업상 비밀’이라 해도 노동자의 생명·신체와 직결된 정보라면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작업환경 보고서가 반도체 라인, 공정 배치 순서 등을 담고 있는 기밀 내용임을 우려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산자부에 공식 질의했다. 산업부는 민간 전문가로 이루어진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장관이 위원장인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핵심기술 해당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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