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팀 꾸려 노조 와해 개입한 정황 드러나
숨진 지회장 장례식장서 주검 탈취 개입 의혹

최근 검찰이 삼성의 '노조 파괴 공작' 문서를 대량 압수해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4년전 스스로 세상을 등진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경남 양산분회장 죽음 재조명되고 있다.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지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해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지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해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와해 공작'을 위해 총괄TF(Task Force)를 조직한 정황이 지난 10일 언론에 드러나면서 2014년 5월 17일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호석(당시 34세) 분회장의 죽음이 주목받고 있다.

염 분회장은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시신을 안치하고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해 달라'라며 투쟁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겼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당시 삼성전자서비스센터의 경우 월급제나 시급제가 아닌 건당수수료 체계로 상당히 열악한 실정이었다" 며 "일감이 줄어들면 가족들 생계부터 걱정해야할 처지였다"고 지적했다.

당시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성명을 통해 "월셋집에서 살면서도 꿈을 갖고 있는 젊은 노동자였던 염호석 분회장의 삶은 삼성의 '시스템경영'이 어떻게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지 명백하게 보여줬다"며 "삼성은 위장폐업 철회, 생활임금 보장, 노조 탄압 중단, 노동조합 인정과 열사의 죽음 앞에 직접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사측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 소속직원들이지 삼성전자가 직접 고용한 직원들이 아니기에 각 종 협상 대상도 아니라는 주장을 펴왔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건당 수수료 폐지 ▲월급제 전환 ▲체불임금 지급 ▲근로조건 개선 ▲노조활동 보장 등을 촉구하며 사측으로부터 위임받은 경총과 집중교섭을 진행했지만 지속적으로 협상이 지연되는 등 진척이 쉽지 않았다.

이 역시 검찰이 삼성전자에서 압수한 6000여 건의 문서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는 교섭대응· 상황대응 ·언론대응 팀을 만들어 노조 현안에 대응하는 시나리오 중의 하나였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염 분회장의 장례인 '노동조합장'을 앞두고 사측이 염 분회장의 부친을 회유해 경찰이 염 분회장의 시신을 장례식장에서 빼내는 과정에 사측이 개입한 정황이 있는지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지회장에 따르면 당시 노조 측은 염 분회장 유족으로부터 장례절차를 위임받아 장례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유족이 위임을 철회, 가족장을 치르려 했고, 라 부회장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저지하다가 연행돼 구속기소 됐다.

그는 지난 2013~2014년 관련 수사와 조사를 진행한 검찰과 노동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라 지회장은 "당시 검찰이 지휘했던 이 상황에 대한 문건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라며 "검찰 스스로가 적폐청산을 얘기하고 있다. 당시 지휘했던 검찰의 문제도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이 출범과 동시에 특별근로감독을 (고용노동부에) 요청했으나 수시근로감독으로 바뀌었다"라며 "그마저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삼성그룹 서울 서초동 사옥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6000여건에 달하는 노조 와해 의혹 문건을 확보,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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