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원 노무법인 ON 대표
서장원 노무법인 ON 대표

 가끔씩 서울 전경을 보면 참 많은 건물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아파트부터 업무용 빌딩, 오피스텔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다양한 건물들에는 많은 경비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경비근로자들에 대한 처우가 이슈화 되면서 많은 부분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그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근로조건하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늘 소개할 사건은 열악한 근무조건 하에서 근무를 하다가 퇴사한 후, 미지급된 연장근무 수당을 청구한 사건이다. 

서울 모처의 오피스텔 건물에서 건물관리인으로 근무하던 김 모씨(85세)는 근무하는 동안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해 왔다.

08시부터 근무를 시작해서 다음날 08시까지 근무하는 고강도의 노동. 그러나 회사는 이 근로자에게 12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급했다. 근로자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근무시간에 대해서 임금을 청구했다.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자 출석한 회사 담당자는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을 받았고, 휴게시간을 부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란 노동강도가 약해 장시간 근로가 가능하다고 노동부의 승인을 받은 근로자를 말한다.

회사가 내미는 근로계약서에는 1일 24시간 근무 중 12시간이 휴게시간으로 설정돼 있었다. 주간에 4시간, 야간에는 밤 10시부터 새벽 06시까지 야간수당이 지급되어야 하는 8시간을 모두 휴게시간으로 잡아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근로자는 3평도 안되는 주차관리실에서 책상에 합판을 올려 그 위에 담요를 깔고 잠을 청해야 했고, 그나마도 차량이 들어오거나 나가는 경우에는 일어나서 근무를 해야 했다.

주간에도 주차관리실 안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해야 했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 주차관리실을 잠시 비우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4시간의 휴게시간은커녕 점심시간 1시간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휴게시간은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근무를 위해 대기한 시간, 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근무한 시간은 모두 근무시간으로 보아야 한다.

서울 중구 한 아파트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경비원. / 뉴시스

상식적으로 야간에 밤 10시부터 06시까지 취침을 하고 완전히 업무에서 배제될 수 있다면 퇴근했다가 아침에 나오면 될일 아닌가?

그러나 매일매일 휴게 시간에 일을 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이미 퇴사한지 수개월이 지난 근로자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건물에 입주한 사업자들을 찾아가서 밤에 일하는 것을 보았다는 확인서를 받았지만, 근로감독관은 그걸로는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확인이 가능한 미지급 미사용 연차수당만을 지급받고 사건은 마무리 됐다. 

많은 경비근로자들이 아직도 휴게시간에 잘 쉬지 못하고, 계속 대기하면서도 그에 대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매년 최저임금은 오르지만 전체 용역단가는 오르지 않으니 휴게시간을 늘려 ‘쉬지 못하는 휴게시간’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휴게시간의 준수에 대한 당국의 감독뿐 아니라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본 칼럼은 필자가 노동사건을 수행하면서 겪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의뢰인의 비밀 보호를 위해 식별이 가능한 정보는 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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