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 밑도는 물가상승률 반영"
전문가 "하반기 한차례 인상 가능성"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번째 동결했다. 지난달 정책금리를 1.50%~1.70%로 올린 미국과 달리 동결을 유지하면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양도세 중과, 보유세 개편 논의 등 악재가 겹친 부동산 시장에 한줄기 단비가 될지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이주열 총재가 전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성장률은 3%,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0.1%p 낮춘 1.6%로 각각 제시했다. 금리동결의 결정적 이유로 전문가들은 목표치를 밑도는 저물가로 지목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 12층 회의실에서 연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 12층 회의실에서 연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뉴시스

한국은행법은 '물가 안정'과 '금융안정'을 양대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물가안정은 한은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 가치로 금리를 올리려고 해도 물가가 2%를 밑도는 현재 상황에서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석된다.

저조한 물가상승률 덕에 규제로 점철된 부동산 시장은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6년5개월 만에 0.25%p 인상하면서 금리 정상화 속도고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올해 5월 중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초과이익환수제 등 고강도 규제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부동산 시장의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러한 '기준금리 공포'는 부동산 지표 등에서 나타났다. 4월 둘째주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1% 하락했다. 강남구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셋째주(-0.06%) 이후 6개월만이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아파트값 역시 전주보다 0.01% 떨어져 7개월 만에 하락세가 됐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상반기 금리 인상을 물 건너 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도 1차례 정도 올리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도 높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이 내년 이후 2%대에 달할지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한다. 원·달러 환율, 국제유가, 한반도 지정학적 정세, 4차산업혁명을 비롯해 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다양해 향후 전망을 내놓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작년 하반기 이러한 물가 논쟁에 불이 붙은 바 있다. 실업률이 4%대로 떨어졌는데도, 물가가 연 목표치 2%를 밑돌자 일각에서는 '아마존 효과' 등을 거론하며  첨단 기술로 무장한 유통 부문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며 물가 하방압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올들어 꾸준히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 한국경제가 지난해 3%대 성장을 하는 등 몸집을 키웠지만  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1월 1.0% ▲2월 1.4% ▲3월 1.3%씩 상승하며 1분기 중 1%대 초반 수준에 머물렀다. 석유류, 농산품을 비롯해 가격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큰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산정한 '근원물가'도 지난달 1.3%만 상승했다.

물가는 실업률과 더불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양대 요소로 꼽힌다. 실업률이 하락하면 대개 물가상승 압박이 강해지고, 물가가 목표치 이상으로 오르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려 경기 과열을 막는다. 작년 하반기 이후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한동안 신중한 태도를 보인 데도 목표치를 밑도는 물가가 한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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