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직까진 큰 문제없지만 변동사항 많아 잘 지켜봐야"
LG디스플레이, 美 관세 부과 품목 해당 안돼 일단 '안심'
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 난항, 中 당국 심사 지연 '우려'

미국과 중국, 세계 양강이 무역 패권을 놓고 격돌하면서 삼성, SK하이닉스, LG 등 우리나라 전자업계에도 유탄이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6일 전자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양국의 주요 수출품목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우리나라 전자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우리나라 전자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뉴시스

미국 무역대표부가 지난 3일(현지시각) 발표한 고율 관세 부과 대상 중국산 품목 1300개 가운데 반도체 관련 품목은 트랜지스터, 사이리스터, 발광다이오드(LED) 등 10개로 모두 비메모리 반도체다.

우리나라 전자업계는 주요 수출품목인 스마트폰, 메모리 반도체가 제외돼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향후 미중 간 갈등이 증폭되거나 협상 결과에 따라 파장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西安)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품을, SK하이닉스는 우시(無錫) 공장에서 D램 메모리 제품을 각각 생산 중이다.

미국이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기업들이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미칠 영향과 관련,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워낙 변동사항이 많아 앞으로 잘 지켜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 삼성과 LG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LCD TV의 경우는 관세 부과 대상에 올라있기 때문에 확정될 경우 수지타산이 맞지 않게 돼 생산중단까지도 고려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 광저우에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합작법인을 만드는 투자를 결정한 만큼 불똥이 튀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2020년까지 국내에 15조원, 중국에 5조원 등 총 20조원을 OLED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지난해 7월에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한 현지 대형 OLED 디스플레이 제조 공장 건설 계획을 내놨다.

현재 중국 광저우에서 2019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대형 OLED 공장 설립을 위한 지반과 건물에 대한 기초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단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완성품 업체에 패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 업체일 뿐이며, 디스플레이는 미국의 관세부과 품목에 포함되지 않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3조원을 투자해 마련한 중국 광저우 OLED공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중의 갈등에 직·간접적 손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품목은 없다"며 "중국 완성품 업체에 패널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로, 미중 무역 갈등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미중 무역전쟁, 대안은 있는가' 세미나에 참석한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이 '미중 통상갈등: 전망과 대응'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미중 무역전쟁, 대안은 있는가' 세미나에 참석한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이 '미중 통상갈등: 전망과 대응'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뉴시스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의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는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미국과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이끄는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대한 승인 심사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발 보호무역 정책에 중국 역시 자국 산업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9월 도시바 본사와 계약을 체결한 한미일 연합은 당초 올해 3월 말까지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마무리짓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수급이 많은 주요 8개국에서 반독점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최종 관문인 중국 당국의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브라질, 필리핀, 대만 등 7개국은 도시바 메모리 매각안을 승인했다.

중국은 자국 기업들이 낸드플래시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는 데다, 한미일 연합에 SK하이닉스가 포함된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과 미국이 국제 통상질서를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이 관련된 M&A 거래에 대한 검토를 일부러 지연시키고 있다고 반도체 업계는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도 "중국이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인수, 퀄컴의 네덜란드 NXP반도체 인수 등 미국 기업이 관련된 M&A 거래 승인에 대한 검토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주된 이유"라고 진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와 중국의 보복조치 등이 우리나라의 對미국 중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산업연구원 측은 지난 12일 미중 무역분쟁 관련 업계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1억1000만달러(0.07%), 대미 수출이 9000만달러(0.1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별로 대중 수출은 화학과 정보통신기술(ICT)에, 대미수출은 자동차와 부품, ICT에 제한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 미칠 영향은 당장이 크지 않으며, 최근 미중 정상 모두 협상가능성을 시사해 원만히 해결될 가능성도 남아있다"면서도 "미중 무역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무역대표부(USTR)는 다음달 11일까지 미국 산업계 등으로부터 이번 조치에 대한 서면 의견서를 받고 다음달 15일에는 워싱턴에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중국과의 협상을 거쳐 과세 부과조치를 발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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