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어렵다"학부모에 깜짝 통보해 전학 유도
서울교육청, 은혜초등교 이사장 검찰에 고발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청의 폐교 인가 없이 무단폐교를 강행해 학사운영 파행을 야기하는 등 비위가 드러난 은혜초등학교 법인 이사장에 대해 18일 고발키로 결정했다. 학생들이 모두 전학을 떠난 은혜초는 사실상 '폐교' 상태에 들어갔다.

서울교육청이 은혜 유치원 및 초등학교와 법인 은혜학원을 대상으로 지난 3월14일부터 23일까지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 총 20건의 비위 사실을 적발했다.

지난 1월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은혜초 측은 서울시교육청의 반려 조치를 무시한 채 2월28일 폐교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폐교 요건을 충족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지난 1월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은혜초 측은 서울시교육청의 반려 조치를 무시한 채 2월28일 폐교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폐교 요건을 충족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이민종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은 지난 18일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은혜초는 교육청의 폐교인가 없이 불법으로 무단 폐교 추진을 강행해 헌법에서 보장하고 관계 교육법령에서 규정한 기본적인 학습권을 침해했다"며 "학사운영 파행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혼란과 정신적 피해를 주는 등 사회적인 물의를 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은혜학원 이사장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취소와 경고, 은혜초 교장 등 4명에 대한 중징계 또는 경징계를 학교 법인에 요구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학교회계 관리를 부실하게 하고, 교원인사위원회 위원의 발언 일부를 삭제해 회의록을 작성하는 등 교원인사위원회를 부적절하게 운영하는 등 비위가 적발된 은혜초 교장에 대해서는 중징계인 해임과 함께 경고 조치를 요구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립초등학교가 교육감 인가 없이 폐교 절차를 강행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은혜초 폐교 논란은 지난해 12월 세상에 알려졌다.

은혜초는 지난해 12월28일 서울서부교육청에 폐교 인가 신청을 내고 같은날 학부모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 방학 하루 전날 폐교 신청 사실을 기습적으로 벌여 학부모들의 큰 혼란에 빠졌다.

폐교 신청 이유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적자라고 밝혀 교육계의 본격적인 저출산 충격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져 관심을 모았다.

학부모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집단행동에 나섰고, 서울교육청도 폐교 신청을 받아주지 않기로 하면서 은혜초등학교 폐교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지난 1월28일 은혜초가 서울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폐교 계획을 중단하고 정상화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가라앉는 듯 했다.

하지만 3월 개학을 앞두고 2018학년도 분기당 수업료로 397만원을 제시하면서 학교 정상화 조처는 요식행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개학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다급해진 학부모들은 하나둘씩 주변 타학교로 아이들을 전학시켰고, 지난달 6일 마지막 남은 40명도 모두 전학하기로 하면서 은혜초등학교 학생은 한명도 남지 않게 됐다.

사실상 '폐교 아닌 폐교'가 이뤄진 것이다. 당시 학부모들은 "학생·학부모의 자발적 의사가 아닌 학교의 이기적인 횡포에 따른 결정"이라며 "추후 학교와 재단의 무책임한 처사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분노했다.

서울교육청은 학교측의 기습 폐교 신청부터 집단 전학에 따른 사실상 폐교까지 약 3달 동안 이같은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이 사립학교를 통제할 권한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후 서울교육청은 학교측이 정상화 의지가 없다고 보고 무단 폐교 강행과 학사 파행 운영에 대해 책임을 묻고자 지난달 특별감사를 진행해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청 감사 결과, 은혜학원 이사장 A씨는 총 4건의 비위 사실이 적발됐다. A씨는 교육청의 폐교인가 없이 무단 폐교를 추진해 헌법에서 보장하고 관계 교육법령에서 규정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학사운영 파행을 야기했고 교육청의 시정명령도 이행하지 않았다.

또 수익용 기본재산을 교직원 급여 등의 명목으로 서울시교육청의 처분 허가 승인 없이 무단으로 집행하고, 실제 근무하지 않은 유치원 사무직원과 교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한 사실도 교육청 감사 결과 확인됐다. 특히 유치원에 출근하지 않은 사무직원 1명에게는 2014년 3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2년 10개월간 급여와 퇴직금으로 1억1038만원 가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

교육청은 이사장 A씨가 감사기간 은혜학원과 은혜초 자료와 이사회 관련 서류 및 정관에 따른 각종 내부규정 등 추가요구 자료를 일부 제출하지 않고, 학교에 남은 초등학교 교원들에 대해 교내 대자보 부착 건으로 징계를 요구하는 동시에 직위해제하는 등 감사 업무 수행을 방해한 책임을 물어 경고 조치도 학교 법인에 요구했다.

교육청은 학사 및 교원인사위원회 운영이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난 은혜초 교장 B씨에 대해서는 학교 법인에 해임을 요구했다. B씨는 2017학년도 신규교원 채용을 위한 교원인사위원회 심의에 자격이 없는 위원들을 참여시키고, 교원인사위원회 위원의 발언 일부를 삭제해 회의록을 작성하거나 대리 서명하는 등 교원인사위원회를 부적절하게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 정원을 절반가량 채우지 못했음에도 이사장의 지시라는 이유만으로 추가모집과 교육과정 편성을 중단했다.

이 밖에도 학생 전출입 이동 등에 따른 세입 업무 처리 부적정, 교직원 보수 지급 부적정 등 문제점이 드러난 B씨에 대해 교육청은 경고 조치를 학교 법인에 요구했다.

B씨는 2014~2017학년도 학교회계의 세입·세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세입예산이 매년 부족한 상황임을 인지했음에도 교원 수급을 조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7학년도 신규 교원 채용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없이 이사장의 구두 승인으로 교원을 2명 더 채용하는 등 학교 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올해 1월1일 전학간 1학년 A 학생 등 48명의 2017학년도 4분기 수업료 약 1630만원을 학생 전출에 대한 감액 결의 등 절차를 거쳐 반환하여야 함에도 현재까지 이를 반환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교육청은 학사 및 교원인사위원회 부당 운영의 책임을 물어 은혜초 교감직무대리 C씨와 교장직무대리 F씨에 대해서는 각각 경징계인 감봉 3개월과 경고 조치를 학교 법인에 요구했다. 2017학년도 통학버스 운영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2016학년도 계약 업체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하고, 2016~2017학년도에 걸쳐 총 9393만원을 초과 지출해 학교회계 운용에 부담을 준 C씨에 대해서는 주의 조치도 함께 요구했다.

은혜초 행정실장 D씨에 대해서는 통학버스 차량 계약 및 운영상 부적절의 책임을 물어 감봉 3개월과 함께 개방이사 및 추천 감사 선임 절차 부적정, 교직원 성과상여금 지급 소홀 등을 이유로 경고 조치도 함께 요구했다.

은혜 유치원 원장 E씨의 경우 교직원 명절휴가비 등을 현금이나 상품권으로 지급하면서 지출결의서상 당사자에게 지급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서류를 구비하지 않고, 실제 출근하지 않은 유치원 사무직원과 교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한 책임 등을 물어 감봉 3개월을 요구하는 동시에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물품을 유치원 회계에서 구입, 지출한 것 등을 문제삼아 경고 조치를 요구했다.

서울교육청은 "이번 감사를 계기로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 폐교 강행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피해와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부서에 폐교 관련 처리 지침을 정비하도록 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청은 이와 별개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은혜초와 같은 사례가 또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교육청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2018학년도 서울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는 7만7252명으로 지난해(7만8867명) 보다 2.05%(1615명) 줄었다. 2014년 8만6184명, 2015년 8만116명, 2016년 7만6423명 등으로 감소 추세다.

서울지역에서도 학생 감소세가 가팔라 향후 은혜초 같은 사례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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