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화학물질 정보 제출토록 법 개정 추진
재계"행정비용 늘고 생산 노하우 유출 뻔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를 추진하던 고용노동부가 정보공개법 신청 외에도 산재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어 재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뉴시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뉴시스

업계는 산재 예방을 위한 법률 개정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개정안의 내용이 불명확하고 과도해 입법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화학물질 정보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한 조항은 영업비밀 유출 우려가 크다며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기업이 생산하는 모든 화학물질 정보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산안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 통과 시 고용부는 기업에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비롯해 유해하지 않은 물질의 정보 공개까지 법으로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115조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받은 경우 ▲새로운 유해성, 위험성 정보가 발견돼 근로자에게 중대한 건강 장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로 확인된 경우 고용부 장관이 직권으로 '영업 비밀'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도체 업체 등이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핵심 성분을 영업 비밀로 승인받았더라도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를 취소하고 공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계는 개정안에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외에도 공정안전보고서,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안전보건진단보고서 등 광범위한 안전보건자료 제공을 명시하고 있어 경영·영업상 비밀 유출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바 있다.

경총은 "물질안전보건자료 및 비유해성 물질 정보를 모두 정부에 제출하도록 한 개정안은 기업의 행정적 비용 부담 증대와 영업비밀 유출 우려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보건자료 제공 요청자의 범위는 산업재해를 신청한 근로자 또는 그 유족으로 제한하고, 자료 요청 사유도 근로자의 질병과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기 위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의 개정안 외에도 일부 여당 의원들도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물론 역학조사 결과, 유해위협방지계획서, 공정안전보고서 등 각종 기업 기밀 자료가 공개청구대상에 포함되는 산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용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과 함께 산안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정보가 공개되면 기업이 제조 과정에서 어떤 물질을 사용하는지 등의 기업 영업비밀이 경쟁업체를 비롯해 누구나 알 수 있게 된다. 반도체 등 첨단 부품소재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동자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은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 핵심기술로 보호받고 있으며 중국과 기술 격차가 단축된 상황에서 관련 정보가 유출되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 가능성이 있다"면서 "산업기술보호법에서 지정한 국가 핵심 기술을 보유한 사업장의 안전보건자료를 산업재해 피해 당사자가 아닌 일반에까지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과도한 규제"라며 "생산시설 구조, 장비 배치, 화학제품명과 같은 정보는 산재 입증과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경쟁사에서 생산 노하우를 추정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이므로 공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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