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상회담 끝난뒤에 결정"
일각선 부결땐 큰 부담돼 철회 제기

여야가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실시를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끝내 처리하지 못하면서 6월 개헌은 무산됐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다만 정부 개헌안 철회와 관련,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결정하겠다고 밝혀 향후 진행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8회 국무회의에서 "국민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제가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남북정상회담 후 심사숙고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개헌안 철회 가능성에 대해 "철회는 아니다. 사실상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투표는 물 건너갔지만 대통령이 발의한 날로부터 60일 안에 국회가 (의결)투표를 해야 한다"면서 "그때까지는 아직 유효한 것이다. 그때 또 설사 넘어가더라도 20대 국회 때까지는 (개헌안이) 남아있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는 지켜보면서 판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31년 만에 찾아온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높다. 특히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겪으면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개헌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대 국회는 지난해 1월 여야 합의로 개헌특위를 구성했고, 지난 5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대선 후보들은 모두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개헌특위는 1년간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해산했고, 지난 1월 다시 꾸려진 헌법개정·정치개혁 특별위원회(헌정특위)도 4개월 넘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여기에 정권이 바뀌면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6월 개헌은 할 수 없다'며 개헌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협상은 더 어려워졌다.

국회 논의가 1년 넘게 지지부진하자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개헌안 발의' 카드를 빼들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국회 개헌 논의에도 다시금 물꼬가 트이는 듯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여야 입장차가 커 국회 개헌 합의안 도출 가능성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특히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국무총리의 선임 방식을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 개헌안대로 현행 방식을 유지하자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는 방안을 내세운 것이다.

개헌투표 시기를 두고도 민주당은 “대통령 공약 사안인 만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당은 “개헌 이슈가 여당에게 정략적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우려해 10월께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립했다.

또 6월 개헌을 현실화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인 4월 임시국회마저 방송법개정안,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거취 문제, 드루킹 사건 특검 수용 여부 등 잇따른 문제들로 개점휴업 상태다.

결국 지난 23일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여야는 네 탓 공방만 반복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정부 개헌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국회는 헌법 130조에 따라 헌법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의결해야 한다. 정부 개헌안이 지난달 26일 국회에 제출된 점을 고려하면 국회는 다음달 24일까지는 이를 의결해야 한다.

단 헌법에 따르면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웃도는 의석을 보유한 만큼 극적 합의를 끌어내지 않는 한 국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은 오는 6월 개헌안 도출 후 9월 개헌 국민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개헌안이 부결될 경우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정부안을 철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개헌 무산의 책임이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친문 인사는 "다음번 총선에서 국민이 개헌이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줄 것"이라며 "(한국당 등이) 국민의 시선을 더 부담스럽게 느끼도록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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