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탈세, 밀수, 일감몰아주기 등 연일 터져
국민청원·정치권·노조 등 “오너 경영 거둬라”

전국민을 분노케 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사건’으로 국토교통부,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을 비롯한 그룹 전반에 대해 불법, 탈법을 조사하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 조양호 회장은 현아·현민 두 자녀의 책임을 인정하며 이들을 퇴진시키겠다는 사과문을 뒤늦게 발표했지만 여론은 더욱 나빠지면서 조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 전체가 그룹경영 일선에서 퇴진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회장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습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뉴시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뉴시스

한진그룹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이 발생한 이후 폭로된 각종 의혹에 대해 주요 국가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가장 먼저 경찰이 나섰다. 경찰은 조 전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으며 이후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행, 폭언 논란을 조사 중이다.

이후 국토부는 조 전 전무가 대한민국 국민만 가능한 항공사 등기임원 지위를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 동안 지낸 부분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갑질 사례가 끊임없이 폭로되던 중 이들이 조직적으로 탈세를 해왔다는 사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되자 이어 관세청이 조사에 나섰다. 기업에 대한 조사로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관세청은 현재 총수 일가가 연루된 대한항공의 조직적이고 상습적인 탈세와 밀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밀수와 관세포탈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관세법에 따라 관련자들은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실직적인 갑질 논란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조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공정위가 한진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조사를 나선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기내에서 판매되는 면세품 수익이 부당하게 한진그룹 일가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대한한공 노조와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까지 나서 조양호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조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갑질 논란을 일으킨 두 딸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조치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민들은 이미 등을 돌린 후였다.

일각에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더라도 결국 자녀 대신 자신의 측근을 부회장직에 앉혀 그룹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 퇴진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11.81%, 대한항공 11.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3대 주주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합칠 경우 지분율이 20%에 육박한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움직여 조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 해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최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듯 국민연금도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계속되는 자녀들의 일탈과 아내의 갑질 행태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조 회장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퇴진을 포함한 수습책까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태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메일 사과나 두 딸의 경영일선 후퇴로는 무마될 수 없는 일이며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 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경영인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꼼수는 안 통한다"며 "조 회장이 이들(직원, 투자자, 주주)에게 해야 할 진정어린 사과는 가족경영의 포기이고, 수사에 착실히 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통해 한 청원인은 "대한항공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데 왜 아무 말을 하지 않느냐"며 "국민연금이 제가 낸 돈으로 갑질하는 사람을 보호함에 따라 국민연금과 대한항공을 감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다른 청원인은 "일반 개인이 특정 상장사의 2대 주주만 돼도 주주총회의 안건에 대한 찬반만이 아닌 각종 경영 현안이나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이를 지적, 감시, 항의하는 것이 당연한데 국민연금은 사실상 그러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항공 소속 3개 노동조합은 오는 27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건너편에서 '대한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직원 촉구대회'를 개최한다.

대한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대한항공조종사 새 노동조합은 최근 불거진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갑질 논란을 비판하는 한편 재발방지 서면 약속 등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지난 25일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일탈에서 비롯된 작금의 사태에 자괴감을 느낀다"며 "이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항공은 그동안 오직 사주 주머니만을 채우는 곳간에 지나지 않았다"며 "우리 전 직원은 그 곳간을 채우기 위해 날품 파는 머슴에 불과했다. 이제 우리는 목소리를 내어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대한항공의 명실상부한 주인은 바로 우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의 삶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기에 한줌의 망설임과 주저 없이 우리의 권리를 요구한다"며 ▲즐겁게 일 할 권리 ▲나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행복에 대한 권리 등을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일 들춰지고 있는 오너 일가의 일탈을 넘어선 범죄수준의 사건들은 기업이 사주 개인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후진적인 오너 일가의 의식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이제 그 의식에 일침을 가해 정신이 번쩍 들게 함과 동시에 우리도 스스로의 자존감 고취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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