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허설은 끝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지도자로서 역사상 처음으로 한반도 남녁땅을 밟는다. 이전의 남북정상회담과 비교해도 스케일이나 스타일 모두 전혀 다르다. 

26일 공개된 북한의 공식수행원의 면면만 봐도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남북관계는 물론 외교·군사 라인업이 총출동한다. 26일 공개된 남북정상회담의 북측 공식수행원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최 휘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수용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용호 외무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총 9명이다. 

특히 국방과 외교 실무자들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이번 남북 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부분이 재차 확인됐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비핵화인 데다 이례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다는 점에서 외교 분야 인사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남북미정상회담의 최대 의제인 한반도 비핵화가 얼마나 논의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일단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지난 20일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각탄도미사일(ICBM)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조치를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일단 환영하면서도 최대의 압박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나선다면 통큰 담판이 가능하다는 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단계적 비핵화를 원하는 김정은에게 이른바 '빅뱅' 방식으로 비핵화와 보상을 한꺼번에 일괄타결하는 제안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비핵화의 의미는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미국의 일괄타결식 해법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달 말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국이 우리의 체제를 확실히 보장하고 핵 포기에 따른 전반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반도가 비핵화를 추구하는 과정은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북핵해법으로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북한의 비핵화와 평화협상)'을 제시하며 미국의 원샷 방식과는 분명한 차이가 보인다.

더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 문제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당장 북한은 이 이슈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남북미중 평화협정 논의로 이어지면 주한미군 문제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차이나패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CNN은 중국 전문가를 인용,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인해 북한이 전통적 혈맹관계의 중국을 떠나 미국과 가까워지는 협상에 합의할 것을 중국이 우려한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한과 미국 사이의 비핵화 간극을 최대한 좁히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국 등 정전협정 당사국이 이미 남북간 종전선언 논의를 지지한다고 밝힌만큼 비핵화 문제에서 성과가 도출된다면, 북미회담 이후 종전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던 매듭 지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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