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AK켐텍 원료서 검출 됐다"
AK켐텍 "표준시험절차에 오류 가능성"

환경부가 섬유탈취제에 들어간 ‘가습기살균제 성분’ 논란을 놓고 피죤, AK켐텍과 법정 다툼을 벌일 전망이다.

환경부는 AK켐텍 측이 지난달 국민신문고를 통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표준시험절차에 이의를 제기한 데 대해 "표준시험절차에 문제가 없으며 PHMG가 검출된 것이 맞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환경부와 AK켐텍이 '가습기살균제 성분' 논란을 놓고 법정 싸움에 돌입할 전망이다./ 뉴시스
환경부와 AK켐텍이 '가습기살균제 성분' 논란을 놓고 법정 싸움에 돌입할 전망이다./ 뉴시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7일 "이미 행정처분이 이뤄졌고 기업 간 법적 분쟁이 진행 중에 있으므로 현 시점에서는 재분석보다 추후 사법기관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히면서 피죤과 AK켐텍은 법정 공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논란은 환경부가 지난 2월 사용제한물질이자 가습기살균제 성분 중 하나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가 검출됐다며 피죤의 스프레이형 섬유탈취제 2개 제품에 회수명령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조치 이후 피죤은 해당 제품 원료 공급처인 AK켐텍을 검찰에 고발했고, AK켐텍 측이 지난달 국민신문고를 통해 검출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재분석을 요구하면서 커지게 됐다.

AK켐텍은 현재 표준시험절차상 '질량 대 전하비(m/z, 이하 질량값)'이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만 규정돼 있어 질량값이 유사한 자사제품인 '베타인'을 PHMG로 오인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환경부는 PHMG는 분자식이 같지만 배열 방식에 따라 성질이 달라질 수 있는 A~G타입 등 7종류 '이성질체(異性質體)'를 가진 고분자화합물질로 70종까지 분자구조를 가질 수 있는데 지난해 12월 해당 섬유탈취제 시료분석에서 총 10종의 PHMG 함유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K컴텍 측은 이중 4종은 PHMG가 아닌 베타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환경부가 고시한 이들 4종의 질량값은 300.3(A2), 441.4(A3), 399.4(B2), 342.3(C2) 등인데 소수점 셋째자리까지 예상한 베타인의 화학조성별 질량값인 300.309, 441.405, 399.358, 343.295 등과 유사해 오인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6종도 검출되지 않았다며 8개 분석기관의 분석결과를 근거로 반박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같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표준시험절차 적정성 문제에 대해선 해당 PHMG 시험분석법이 전문가 검토를 충분히 거쳐 마련된 신뢰성 있는 시험방법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분석법인 '매트릭스보조레이저탈착이온화 시간비행형 질량분석법'은 가습기살균제 사고원인 물질 분석방법 개발을 위해 2012~2015년 3년간 환경부 연구개발(R&D) 사업과 전문가 확인 등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최신기기로 소수점 여섯째 자리까지 분석해야 한다는 AK켐텍 측 주장엔 시험분석법상 차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이 요구하는 '메트릭스보조레이저탈착이온화 이온사이클론 공명 질량분석법'은 질량 판별력이 높은 반면 이온의 수가 제한돼 되레 미량의 PHMG는 발견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맞섰다.

AK켐텍 측이 근거로 내세운 시험기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환경부 의뢰를 받은 FITI시험연구원을 제외하면 '한국인정기구(KOLAS)'에서 화학시험분야 인정을 받은 곳은 7곳 중 2곳이다. 이마저 도핑, 방사성, 수질, 폐수, 폐기물 인정 기관으로 화학제품 분석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환경부의 주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표준시험절차에 문제가 없고 PHMG 검출이 재확인된 상황에서 해당 분야의 공인된 시험기관이 아닌 시험기관의 분석결과를 근거로 재분석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위해우려제품 관리제도의 안정적인 운영 차원에서도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정부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가습기살균제 관련 환자들을 위해 가해기업들로부터 걷은 피해구제기금의 지급률이 3%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제4차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 회의가 열린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회적 참사 특조위 회의실에서 유가족들이 '가해기업 검찰 항고 촉구와 3,4단계 피해자 구제 인정'을 촉구하는 표어를 들고 있다./ 뉴시스
제4차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 회의가 열린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회적 참사 특조위 회의실에서 유가족들이 '가해기업 검찰 항고 촉구와 3,4단계 피해자 구제 인정'을 촉구하는 표어를 들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 참사 특조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8월 피해구제법에 따라 가해기업 18개사로부터 특별구제계정 기금 1250억원을 징수했다.

특별구제계정은 질병과 가습기 살균제 간 연관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해 정부로부터 피해자 인정을 받지 못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우선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생활자금 등 지원금액은 정부가 피해자로 인정한 구제급여 대상자와 같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을 신청한 6013명 가운데 5341명(폐질환피해 3995명, 태아피해 51명, 천식피해 1295명)이 관련 질병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정부 지원금인 구제급여 대상자는 8.8% 수준인 470명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나머지 4871명이 피해구제법에 따른 특별구제계정 대상이 되는데, 지난달까지 지급된 지원금은 2.8%인 35억원이다. 폐질환 3~4단계 피해자 등 123명이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8월 법이 시행된 지 10개월 가까이 시간이 지난 동안 지급률이 3%에도 못 미치는 데 대해 사회적 참사 특조위는 지난 3일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소위원회 현안점검 회의'에서 환경부의 소극적 대응을 문제 삼았다.

최예용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소위원장은 "피해 신고자가 6000명이 넘고 사망자가 1300명을 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제대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바와 전혀 다른 결과"라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사과하고 약속한 뜻에 걸맞게 환경부가 전향적인 피해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소아와 성인 간질성 폐질환과 독성간염 등 현재 검토되고 있는 관련성질환 대부분을 인정질환으로 받아들이고 구제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은 피해자들에게 기업으로부터 걷은 구제계정 기금을 속히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특별구제계정 기금 지급 결정 여부는 대부분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구제계정운영위원회'에 달렸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위원회 측에 조속한 기금 집행을 요청했다고 토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구제계정운영위원회 위원 16명 중 1명을 제외한 15명이 의사, 독성 화학물질 전문가, 변호사 등 민간위원"이라며 "특별구제계정 기금은 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에서 합리적인 기준 등을 검토해 의견을 올리면 위원회에서 지급 여부를 최종 전적으로 결정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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