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로 인해 거대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외교적으로 미국은 유럽 각국과 공동으로 합의한 이란 핵협약에서 탈퇴하면서 동맹국의 비난을 낳고 있다. 중국, 러시아 등은 미국을 더욱 신뢰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을 믿고 핵을 완전히 폐기할 지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본시장은 이란 핵문제로 불거진 지정학적 불안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당장 유가가 급등했고 달러와 금리까지 동반 상승하며 이머징을 옥죄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고질적인 국가부도 위기 상황에 또 몰리면서 다른 이머징에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 국제사회 혼란에도 反 오바마...대북 협상 노림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 버락 오바마의 최대 외교 성과로 평가받는 이란과의 핵협정을 무책임하고 불공정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이란의 핵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채 경제 제재만 풀어줘 핵위험만 높였다며 기존의 핵협정에서 탈퇴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미국과 함께 10년 넘게 진행된 협상을 타결했던 유럽 각국의 반감이 크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기존의 협정 이행을 약속했다. 이란 역시 핵협정에 남을 것이라면서도, 제한없이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이번 결정을 우려하며 이란과의 '정상적인 경제 교류와 무역'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번 결정으로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된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가 독단적으로 보이는 결정을 내린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AP통신은 '트럼프가 취임 후 보인 충동적이고 변덕스러운 행보 이면에는 전임자인 오바마에 대한 반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는 취임 이후 줄곧 오바마의 성과를 원상복귀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을 흔들었고 국제적으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했다.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오바마가 성공하지 못한 북핵폐기를 이끌려는 노림수도 있다. 미국 대통령 역사학자인 더글러스 브린클리 미국 라이스대 교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트럼프에게 북한이 미국의 최대 국가안보위협이라고 경고한 사실을 상기했다. 그러면서 "그(트럼프)는 오바마가 못했기 때문에 이 문제(북한)를 해결하려 한다"며 "오바마가 이란 핵협정을 자랑스러워하니까 트럼프가 그걸 탈선시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이 국제적으로 맺은 조약인 이란핵협정을 파기하면서 북한이 미국을 얼마나 신뢰할지는 의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는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훨씬 선진전이고 예측할 수 없는 적인 북한과의 협상을 목전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컨설팅회사인 롱뷰글로벌어드바이저의 DJ피터슨 대표는 경제전문채널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결국 미국을 신뢰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를 굳이 구별하지 않고 그저 미국, 백악관과 거래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3고 현상에 이머징 타격 불가피

트럼프의 이번 결정에 대한 자본시장의 반응은 더욱 분명하다. 당장 유가 상승세가 심상치않다. 9일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는 모두 3% 넘게 급등했다. 투자자들은 중동지역의 갈등 고조, 세계 석유 공급 감소 등의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이 신규 제재를 가할 경우 이란의 원유 공급은 일평균 20만~10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유가 전망치의 상방 위험을 가져왔고, 브렌트유는 현재 배럴당 77달러 수준에서 올여름 82.50달러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설상가상으로 유가와 더불어 미국의 달러와 금리(국채수익률)도 오름세다. 미 달러와 국채는 세계 자본시장에서 가장 유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의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3주 동안 5% 가까이 뛰어 200일 이동평균선을 뚫고 올라갔다. 200일 이평선 위에 안착할 경우 달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9일 심리적 저항선인 3%를 다시 넘어섰다. 투자자의 수요가 새로 입찰된 10년물 250억달러에 쏠린 영향이다. 10년물 쿠폰금리(약정금리)가 7년 만에 처음으로 3%로 제공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입찰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낙찰 수익률은 2.995%로 결정됐다. 지난 2014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실제 제공된 쿠폰 금리는 2.875%였다. 

오펜하이머펀드의 크리쉬나 메마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채권 수익률 3%는 장기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매력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기며 달러는 오르고 이머징 통화는 급락하고 있다. MUFG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지정학적 위험 고조를 의미하며 이머징마켓에 불확실성을 더해 취약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자금지원 협상을 요청했다. 달러 급등으로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사상 최저로 급락하며 금리를 올렸지만 페소화 매도세가 여전히 강력하다. 아르헨티나는 4월말 이후 8일 만에 기준금리를 27.25%에서 40%로 모두 3차례 끌어 올려 버렸다.

결국 달러 강세에 따른 이머징 시장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보고서를 통해 달러 강세와 미 국채금리 상승에 대해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정의하면서 이머징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IIF는 올해 이머징으로의 자본 유입 전망을 430억달러 줄인 1조2200억달러로 하향했다. IIF에 따르면 미국의 국채수익률이 100bp(1bp=0.01%p) 오를 경우 이머징 채권시장으로의 자본 유입은 200억달러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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