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어 다음·네이트도 압수수색
대선전후 '댓글조작' 기사 9만여건 확보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네이버 뿐만 아니라 다음, 네이트 등 다른 포털사이트에서도 댓글공작을 벌인 정황이 포착돼 강제수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에서 드루킹 일당의 댓글공작 단서가 발견돼 지난주 중반에 포털사이트 2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댓글 여론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드루킹' 김모씨가 추가조사를 위해 지난 11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뉴시스
댓글 여론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드루킹' 김모씨가 추가조사를 위해 지난 11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뉴시스

앞서 경찰은 드루킹 김모씨가 만든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중 한 명인 김모(43·필명 '초뽀')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암호화된 USB에서 댓글조작이 의심되는 대선 전후의 기사 주소를 9만여건을 확보한 바 있다.

경찰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각 포털사이트에서 드루킹에 의한 공작이 의심되는 기사의 내용과 댓글 개수 등을 일체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사링크 9만여건 중에 일부 다음·네이트 기사가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며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현재 자료보존 조치를 요청했으며 그 조치가 진행 중"이라며 "몇 건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초뽀의 USB에서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대선 전 댓글조작이 의심되는 1만9000건의 기사가 발견된 것과 관련, 지난 10일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네이버 측에 자료 보존조치 중이다.

지난해 5월 말부터 지난 3월 말 사이 기간에 집중된 기사 URL 7만1000여건에 대해서는 지난 8일 네이버 측으로부터 자료보존 조치가 완료됐다는 전달을 받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이 ‘드루킹 사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풀어야 할 의혹은 계속 늘고 있는 반면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일각에선 제자리걸음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수사 초반 경찰은 지난 1월17일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기사 1건에 대한 댓글 2개에 매크로프로그램(자동화프로그램)이 사용됐다고 봤다.

수사가 진행되자 해당 기사에 대해 조작 의심 댓글은 2개에서 50개로 급증했다.

조작 댓글이 달린 기사는 애초 1건에서 총 676건으로 늘었다. 지난 남북단일팀 관련 기사 1건을 포함해 1월17~18일 양일간 작성된 기사 675건에서 2200여개 아이디를 이용해 댓글 추천수 조작을 벌인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수준이다. 현재 의심되는 기사만 대선 전후로 9만 여건이 된 상태에서 여태 경찰이 댓글 조작 여부를 밝혀낸 기사보다 앞으로 조작 여부를 밝혀내야 할 기사들이 더욱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해당 기사들이 일반 매크로프로그램이 아닌 드루킹 측이 개발한 '킹크랩'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졌는지, 현재까지 댓글 조작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진 아이디 2200여개의 명의가 도용됐는지 등 경찰이 풀어야 할 숙제는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 역시 좀처럼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하다.

김 전 의원은 메신저를 통해 드루킹과 수천 건의 기사 URL을 주고받았다. 대부분 드루킹이 보냈지만 김 점 의원 또한 기사 URL 10건과 함께 '홍보해주세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드루킹인 이에 대해 '처리하겠습니다'라고 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주변인들에게도 기사 URL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김 전 의원의 통신내역을 확보하지 못했다.

드루킹 측과 김 전 의원 측의 석연치 않은 금전 거래 의혹도 풀리지 않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전 의원의 한모(49) 전 보좌관과 드루킹 측은 주고 받은 500만원이 인사청탁 등 민원편의를 기대한 대가성 거래였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의 최측근으로서 돈을 받았지만, 김 전 의원은 자신과의 관련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피의자들 계좌를 추적하던 중 초뽀의 USB에서 발견된 후원내역에 이름을 올린 경공모 회원들 중 160여명이 실제 김 전 의원의 후원회 계좌에 후원액을 입금한 사실도 파악됐다. 그러나 김 전 의원에 대한 금융계좌 압수수색 영장 재신청에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경찰은 수사가 더디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 사이버수사대가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은 사실 3월21일부터"라며 "두달이 좀 안 됐다. 다른 (사이버)사건에 비하면 속도가 안 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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