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뒤 시진핑 방문 관측 나돌아
청와대"중국 참석 여부 지켜보겠다"
"양자회담에 3국 합류는 어색" 분석도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서 남북미중 정상이 함께하는 '종전선언'이 이뤄질지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싱가포르를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합류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종전선언은 휴전 상태인 한반도의 전쟁 종식을 알리는 정치적 선언이다. 이같이 역사적인 순간에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향한다면 한반도 분단의 당사국인 대한민국도 함께해 상징성이 커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북미 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린다면 문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합류해 남북미 회담으로 연계할 수 있지만 싱가포르는 여건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 주석이 싱가포르로 향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3일 "앞날에 대해서는 장담 못하겠으나 지금까지 흘러온 흐름으로 보면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데 중국이 같이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지켜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시 주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각각 지난 3월 6일 베이징(北京)·지난 5~7일 다롄(大連)에서 두차례 북중회담을 가지며 한반도 정세에 민감히 대응해왔다. 중국 외교부와 미국 백악관도 '제3국 정상이 북미 회담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가' 물음에 부인하지 않고 여지를 남긴 상태다.

다만 다자외교가 아닌 양자 회담에서 제3국 정상이 합류하는 모습이 어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중 정상이 합류하면 가까스로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 본연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한 전문가는 "(만일 북미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려) 종전선언을 하는데 (시 주석이) 이른바 '차이나 패싱'이 두려워서 원포인트로 판문점을 찾는다는 것은 굉장히 체면을 구길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중국 거리로 보면 서울이 더 가까울 수 있지만 싱가포르도 그리 멀지 않다. 제3지대이기 때문에 아마 시 주석이 체면이 덜 손상되는 상태에서 참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오는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북미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뉴시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오는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북미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뉴시스

싱가포르는 역사적 상징이 떨어지지만 제3국 중립국 위상 때문에 북미회담을 유치할 수 있었다. 시 주석에게도 판문점보다는 싱가포르가 정치적 부담이 덜할 전망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한중정상회담 답방,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등 계기가 있을 때마다 시 주석에게 방한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만약 시 주석이 북미 회담에 참여하면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였던 미국(유엔 사령부 대표), 중국, 북한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의미가 있다. 당시 남한의 이승만 대통령은 '북진 통일'을 주장하면서 정전협정문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종전협정체결 65주년인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조건으로 체제 안전의 보장을 제시했다. 체제 보장은 비핵화가 완료됐을 때 시작된다. 만약 북한이 조기 핵폐기 과정에 들어갈 경우, 핵폐기 출발부터 비핵화가 완료될 때까지는 체제 안정 보장이 공백 상태가 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방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빠른 비핵화를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한국과 동등한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밝혀, 북미간 비핵화 보상 프로세스가 구체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북미회담 일정에 합류해 종전선언 형식으로 북한의 안전 보장을 약속해 줄 것이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아울러 북미회담 결과를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직접 공유 받는 계기도 된다. 비핵화 의제를 중심으로 한반도 주요국들이 입장 정리하는 자리로도 이어질 수 있다. 남북미중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종전선언'을 밝히는 일정도 더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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