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특별조사단 조사는 거부
사법 행정권 남용 등 혐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고발 사건을 검토하고 있는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28일 검찰 등에 따르면 관련 고발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조사보고서를 입수해 검토 중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마친 후 인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마친 후 인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향후 검찰은 조사단이 밝힌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들을 분석한 후 이를 지시한 이들에게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검찰은 시민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과 참여연대 등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지난 1월 배당한 뒤 상황을 살피는 데 집중해왔다. 대법원 자체 조사가 진행 중이었던 만큼 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지난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가 검찰 수사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조사가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만큼 이번 조사는 사실상 마지막 조사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법원 안팎에서는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본인이 사찰 대상이 됐던 차성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페이스북에 "특조단이 형사고발 의견을 못 내겠고, 대법원장도 그리 하신다면 내가 국민과 함께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변호사 단체 역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조사단은 다수 간부가 권한을 넘어서는 일을 한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형사상 조치를 취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했으나, 검찰 수사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를 '면죄부'로 판단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조사를 거부해 직접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주요 자료가 보안 등을 이유로 제공되지 않은 점 등이 작용했다. 

검찰은 수사 본격화 시 사법부를 직접 수사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만큼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조사 결과에 뒤따르는 대법원 후속 조치 등이 검찰 수사 본격화 여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관련자에 대해 검찰 수사를 맡길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런 부분까지 모두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3차 조사 결과를 두고 변호사 단체들도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8일 논평을 내고 "분노를 넘어 참담한 심정"이라며 "단순한 사법행정권 남용을 넘어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민변은 "조사단은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판단하고 관련자에 대한 수사의뢰 등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며 "검찰 수사와 기소, 법원 재판을 통해 판단돼야 할 문제를 예단해 평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변은 특히 "향후 이루어질 수사와 재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민변은 특별조사단 조사가 필수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채 진행됐고, 일부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을 내렸다며 검찰의 엄정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민변은 또 "세 차례에 걸친 사법부의 셀프 조사 과정을 통해 개혁은 결코 스스로의 손으로 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재차 확인하게 됐다"며 "검찰은 한 치의 부족함도 없이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책임자들이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도 지난 26일 논평을 내고 "조사위원회의 결과 발표는 국민의 시각에서 사법부에 대한 그간 의혹과 불안감을 해소했다고 볼 수 없다"며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판결로 말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