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스트레이트뉴스는 29일부터 선거 직전까지 격전지에서 뛰고 있는 주요 승부사들의 공약을 살펴보고 판세를 분석한다. ST 취재 당시 각 기관의 여론조사 및 언론 보도를 취합한 ‘정당별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17개소 누적 판세 예상’은 다음과 같다(구분: 압승, 우세, 박빙). <편집자주>

■ 서울시장 : 더불어민주당, 압승
■ 경기도지사 : 더불어민주당, 압승
■ 경남도지사 : 더불어민주당, 압승
■ 부산시장 : 더불어민주당, 우세

충남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후보와 자유한국당 이인제 후보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충남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후보와 자유한국당 이인제 후보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충청남도는 6・13지방선거가 본격 궤도에 오르기 전부터 전국적인 관심 지역으로 부상했던 곳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출발한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현직 안희정 도지사를 끌어내렸고, 이어 등판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마저 내연녀 공천 의혹으로 하차했기 때문이다.

당시 졸지에 충남 맹주 안희정과 중량급 인사 박수현을 잃은 민주당은 패닉에 빠졌다. 그만큼 한국당에는 충남 탈환에 다시 오기 어려운 호재였다. 그러나 한국당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선거전이 중반으로 접어든 지금 깊어지는 당내 갈등으로 패배 위기에 몰리고 있다.

양승조 후보의 견고한 승리 기조

이번 충남도지사 선거에는 민주당 양승조 후보, 한국당 이인제 후보, 코리아 차국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후보별 지지율 추이부터 살펴보자.

중앙일보조사연구팀(18~21일)과 코리아리서치센터(MBC 의뢰, 19~21일), 한국리서치(KBS 의뢰, 25~26일)가 각각 충남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809명, 806명,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양승조 후보의 지지율은 41.9%, 40.3%, 49.1%로 집계됐고, 한국당 이인제 후보의 지지율은 21.5%, 20.2%, 20.3%로 집계됐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 페이지 참조).

최대 28.8%p, 최소 20.1%p 차이에 지지율 간격이 두 배가 넘는다. 종전의 여러 선거에서 후보 간 격차가 10% 초반을 넘어서면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없었던 결과에 비추어 보면, 아무리 보수적으로 예측한다 해도 보수 후보 이인제가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연령별 조사 결과와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는 한국당에 더욱 절망적이다. 양승조 후보가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의 유권자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았고, 정당 지지율 격차(한국리서치)는 민주당 55.6%, 한국당 18.5%로 후보 개인의 지지율 격차보다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 여타 정당의 지지도는 바른미래당이 6.1%, 정의당이 5.4%, 민주평화당이 0.4%를 얻었다.

그나마 이인제 후보가 30%를 웃도는 지지율을 획득한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리얼미터가 충남의 지역 언론인 충청뉴스, 굿모닝충청, 대전뉴스 등 세 곳의 의뢰를 받아 충남 거주 19세 이상 남녀 805명을 대상으로 지난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리얼미터가 조사한 충남도지사 지지도 및 당선 가능성(자료:충청뉴스)
리얼미터가 조사한 충남도지사 지지도 및 당선 가능성(자료:충청뉴스)

이 조사에는 이인제 후보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사퇴한 무소속 김용필 후보도 포함되어 있다. 조사에서 이인제 후보는 32.2%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승조 후보의 지지율 역시 50%선을 넘어 20.4%의 격차를 유지했다. 여타 여론조사 결과와 다를 바 없다.

충남은 천안권, 서해안권(서산・태안・보령・서천・홍성・예산), 아산・당진권, 남동권(논산・금산・계룡・공주・부여・청양) 등 4개 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양승조 후보는 천안권에서 58.8%, 아산・당진권에서 55.2%를 얻는 등 충남 전 권역을 싹쓸이했다. 특히 이인제 후보의 텃밭이 포함된 남동권에서마저 45.3%를 획득, 36.7%에 그친 이인제 후보를 오차 범위 밖으로 밀어냈다.

차별화 요소가 많지 않은 공약

양승조 후보는 ▲플러스 아동수당(10+10) 추가 도입, ▲공공임대주택 20,000호/사회주택 5,000호 공급, ▲70세 이상 버스비 무료화, ▲고교 무상급식 및 수업료/입학금 전액 지원을 통한 고교무상교육 실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인제 후보는 ▲일자리 50만 개 창출을 위한 중앙/지방/기업 3자 상설협의체 설치 및 충남 비전 1・3・5프로젝트, ▲장애아동/어린이를 위한 전문재활병원 설립, ▲보편적 복지 차원의 어르신통합복지카드 발급, ▲참전명예수당 인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반적으로 두 후보의 공약에서 차별화 요소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인상적인 부분은 그간 ‘선별적 복지’를 주장해왔던 것과 달리, 이인제 후보가 ‘보편적 복지’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충남 도민들이 당면 현안으로 인식하는 사안은 내포신도시 열병합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 두 발전소의 가동 지속 여부다. 열병합발전소 가동과 관련, 두 후보 모두 친환경 발전소로의 전환을 약속했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린다. 양승조 후보는 조기 폐쇄 후 천연가스 등 친환경 발전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고, 이인제 후보는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에만 가동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소속 정당과 정치적 경험의 맞대결

두 후보가 저마다 정책과 공약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번 충남도지사 선거를 좌우할 핵심 요소는 따로 있다.

충남의 유권자들이 양승조 후보를 선택한 1, 2위 기준은 ‘소속 정당(30.1%)’, ‘정책과 공약(26.0%)’ 순이었고, 이인제 후보를 선택한 기준은 ‘정치적 경험(29.3%)’, ‘정책과 공약(19.0%) 순이었다(리얼미터, 19~20일).

조사결과만 놓고 본다면, 충남도지사 선거 역시 몇몇 지역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이라는 정당과 이인제 후보라는 개인의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양승조 후보가 대통령과 중앙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데 비해, 이인제 후보는 홀로 악전고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인제 후보가 고전을 거듭하는 이유로 홍준표 대표의 가벼운 처신과 한국당 내 갈등을 꼽는다. 30일 현재, 한국당은 지방선거에 패배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텃밭인 영남뿐 아니라 안마당인 TK(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이 심상치 않은 변화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경남의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여론조사 결과는 없다. 모두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대구, 경북 지역에서도 한국당 후보가 1위를 달리고는 있으나, 민주당 후보와의 격차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홍준표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미리부터 불거지는 이유다.

결국, 당내에서 비난이 터져 나왔다. 정우택 전 원내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홍 대표가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막말을 이어가자,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까지 나서서 “백의를 입고 헌신해 달라”며 비난 대열에 가세한 상황이다.

1 대 4의 싸움을 벌이는 이인제 후보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1 대 4의 싸움을 벌이는 이인제 후보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당내 한 의원에 따르면, 충남 지역 의원들 간에 “홍 대표로는 안 된다. 홍 대표가 물러나기만 해도 지지율 10%는 금세 올라갈 것”이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 30일, 홍 대표는 충남도지사 선거를 돕기 위해 천안을 찾았다.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회의’ 석상에서, 홍 대표는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에 이어 충남이 여섯 번째로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지역이다. 위대한 충남 시대를 열기 위해 경륜 있고 중후한 후보를 뽑아야 한다”며 이인제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이인제 후보는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이번 지방선거에 나선 한국당 후보들이 홍 대표의 방문을 꺼린다는 세간의 평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양승조 후보는 이인제 후보와 싸우고 있다. 그러나 이인제 후보는 대통령의 지지율, 홍 대표의 가벼운 처신, 당내 갈등, 양승조 후보 등에 맞서 혈투를 벌이고 있다. 1 대 4의 싸움이다. 공약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정계에 입문한 후, 경기도지사와 노동부장관, 5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충남의 맹주로 자리매김한 이인제 후보다. 갈등과 부침이 거듭되는 정치판에서 당적을 무려 16차례나 변경해 가며 살아남은 ‘피닉제’, 그는 깃털 빠진 네 날개를 펴고 충남의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아니면 양승조 후보가 힘겹게 퍼덕이는 피닉제의 날개를 부러뜨려 버릴까?
김태현 bizlink@hanmail.net

이번 6・13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유권자가 받게 될 투표용지는 광역자치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시・도의원(지역구/비례대표), 기초시・군・구의원(지역구/비례대표), 교육감 등 총 7장이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역은 총 8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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