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한국힐링산업협회 명예회장/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이시형 한국힐링산업협회 명예회장/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좋은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도 일이 지겹고 지치는 날이 있다. 뇌는 몸에만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심리적으로도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지겹다’는 생각은 피로한 뇌가 자신에게 보내는 첫 번째 심리적 신호다.

피로한 뇌의 회복법은 따로 있지 않다. 잘 자고 잘 먹고 운동하며, 명상하면 피로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필자가 여든 다섯의 나이에도 40대처럼 일하고 인생을 즐기는 이유다.

첫 잠 90분의 힘

우리 몸은 낮 동안에 고된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자외선에 노출되면서 다량의 활성산소를 발생시킨다. 다행히 밤이 되면 우리는 낮 동안 지속하던 고된 업무와 활동을 멈추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에서 자유로위지기 때문에 세포의 산화와 손상이 줄어든다.

문제는 수면이다. 수면의 절대량이 부족하거나, 충분히 잠을 자지만 수면의 질이 나쁘면 피로가 풀릴 수 없다. 뇌가 완전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꿈이 거의 없는 깊은 비렘수면(non-REM sleep)을 취해야 한다.

수면은 90분을 한 주기로 하룻밤 4~5회 반복된다. 첫 잠에서 꿈이 없는 깊고 뇌의 파장이 느린 서파(徐波)가 나타나는 데, 뇌 피로는 주로 이때 회복된다. 반면, 꿈을 꾸는 렘수면은 서파가 나타날 때 분비되는 성장 호르몬의 지원으로 신체적 피로를 해소한다. 따라서 수면보다 뇌의 피로에 좋은 명약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수면 시에는 뇌척수액이 세정액으로 작용하여 뇌 피로인자인 아밀로이드 베타단백질을 씻어 흘러보낸다

그렇다면 뇌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얼마나 자야 할까? 최소한 하루 여섯 시간은 자야 한다는 것이 수면학자들의 권고다. 계절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는데, 내가 권하는 수면 규칙은 아주 간단하다.

‘밤11시 전에 취침. 6시 전 기상. 점심 후 낮잠 20분‘

하지만 많은 이들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잠이 쏟아질 때까지 수면 시간을 최대한 늦춘다. 결국 아침이 되면 출근 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일어나기 바쁜 생활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다.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 한 시간만 일찍 일어나자.

그러면 운명이 바뀐다. 아침에 규칙적인 운동을 할 수도 있고, 가족과 여유롭게 아침을 먹으며 가족애를 다질 수도 있다. 피로가 풀린 개운한 머리로 짧지만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도 있다. 딱 한 시간만 일찍 일어나 책을 읽으면, 1년에 100권이 넘는 독서를 할 수 있다. 어떤 분야든 전문가에 버금가는 지식을 쌓아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백세 시대에 평생 현역으로 뛸 능력을 아침 한 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자는데도 늘 피곤한 사람이 있다. 내가 무엇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기를 강조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인간의 활동 휴식 주기는 90분을 한 주기로 한다. 첫 잠 90분이 수면의 제1사이클이며 이때의 수면이 가장 깊고 양질의 수면이다. 따라서 이때는 잠을 깨우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 이때 양질의 수면을 취해야 다음에 올 하룻밤 4~5회 사이클의 수면이 정상 패턴을 그리며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첫 잠 90분을 깊이 자기 위한 팁도 있다. ‘잠들기 90분 전 41도 탕에서 10분 반신욕'을 하는 것이다. 41도의 열탕에 들어가면 교감신경이 흥분된다. 그러나 부교감신경 우위로 바뀌어 피로가 풀리고 편안히 휴식할 수 있다. 특히 취침 전 90분 전에 해야 잠이 잘 온다. 수면은 체온이 떨어지면서 찾아오며, 그 낙폭이 클수록 잠이 잘 오기 때문이다.

또 다른 팁은 늦게 자도 기상 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하루의 생체리듬을 가장 이상적으로 조율하는 방법은 규칙적인 수면이다. 따라서 어쩌다 늦게 자더라도 일어나는 시간만큼은 지켜야 한다. 그래야 수면 주기가 원래대로 빨리 회복될 수 있다. 일어나는 시간마저 흔들리면 생체리듬 전체가 난조에 빠져 회복이 더 어렵다.

강원도 홍천에 힐리언스 선마을에 숲 체험 @힐리언스 선마을
강원도 홍천에 힐리언스 선마을에 숲 체험 @힐리언스 선마을

잠은 양이 아니라 질이 결정한다. 첫 잠 90분이 가장 양질의 수면이라면 새벽으로 갈수록 수면의 질은 떨어진다. 꿈을 꾸고 뒤척임이 잦아지는 등 불량한 수면으로 바뀐다. 마지막 새벽잠 두 시간은 굳이 잠을 자지 않아도 그만인 장식용 수면이다. 따라서 어제 일이 많아서 피곤했다고 굳이 많이 잘 필요는 없다. 오히려 생활 리듬이 불규칙해져 피로가 가시기는 커녕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길게 자든 짧게 자든 우리에게 필요한 양질의 의무적 수면은 일정하다. 많이 자면 불량한 수면만 늘어날 뿐이다.

잘자는 아이가 잘 큰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맞는 정설이다. 성장호르몬이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늦어도 밤 11시에는 취침을 해야 아이들의 성장에 좋다. 이는 성장을 멈춘 성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성장이 멈췄다고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멈춘 것은 아니다. 성인의 몸에서도 성장호르몬은 분비되고 있다. 다만 성장판이 닫혀 눈에 보이는 성장을 하지 못할 뿐이다.

성장 호르몬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 피로회복에 좋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의 첫 잠 90분 동아에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피로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황금시간대를 놓치고 새벽에 더 많이 자봤자 피로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피부 대사를 활발히 한다. 잘 자는 사람이 미인이란 말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밤새 잠을 설친 사람은 이튿날 안색에서 당장 표가 난다. 성장 호르몬이 피부대사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소위 내적 미(inner beauty)의 진수로 알려진 것이 바로 성장 호르몬이다.

셋째,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성장호르몬은 지방 대사에도 관여한다. 지방을 분해하고 연소시키는 작용을 촉진하기 때문에 성장 호르몬이 잘 분비될수록 날씬해진다.

넷째,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한다. 뇌 과학적으로 밤샘 공부는 비효율적이다. 공부 양은 많아도 머리에 남는 게 없다. 오히려 첫 잠 시간대에 푹 자라. 그러면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그때까지 공부한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될 수 있다.

태양 아래서 가볍게 산책하자

수면을 돕는 호르몬에는 세로토닌과 멜로토닌이 있다. 낮 동안 망막을 통해 들어오는 빛 자극이 세로토닌을 합성시키고、해가 저물면 뇌 속에 비축된 세로토닌으로부터 멜라토닌이 합성된다. 이 멜라토닌이 잠을 자기 위해 꼭 필요한 수면 호므몬이다. 멜라토닌은 항산화 작용으로 낮 동안 우리 몸에 쌓인 활성화산소를 제거한다.

다음날 아침에 푹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산뜻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우리가 잠이 들면 세로토닌의 기능은 완전히 떨어지고 멜라토닌의 기능이 활발해져 새벽 2시쯤 정점에 달한다. 그리

고 해가 뜨면 차츰 약해지며 대신 세로토닌이 활성화된다. 세로토닌은 멜라토닌의 원료가 되면서 여러 역할을 맡고 있다. 세로토닌은 본능이 충족될 때 분비되는 기분 좋은 쾌감물질이다.

또한 뇌가 극단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조절하고 항상성을 유지해주는 등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호르몬이다.

세로토닌의 생성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햇볕, 리드미컬한 운동, 단란한 친교활동과 같은 그루밍 등 세 가지 자극이 필요하다. 따라서 아침의 신선한 태양 아래서 즐기는 가벼운 산책은 세로토닌 생성에 최고다. 아이와 어른의 잠의 질이 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이는 어른에 비해 낮 동안 햇볕에 노출될 기회가 많다. 그래서 세로토닌이 충분히 합성된다. 그만큼 밤에 많은 세로토닌이 멜라토닌으로 합성되기에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반대로 실내 활동이 많은 어른은 세로토닌을 합성할 기회가 부족해 불면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불면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낮 시간에 가벼운 산책이나 단란한 모임 등을 통해 세로토닌을 많이 합성해야 한다.

수면 장애를 앓고 있는 분이 적지 않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깊이 잠들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생활습관을 비롯해 좀 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코골이 때문에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 코골이도 문제이지만 코를 골다 호흡이 일시 정지되는, 면무호흡증이 더 심각하다. 수면무호흡증은 부정맥을 비롯해 심혈관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요즘은 집에서도 수면 시 막혀 있는 기도를 열어주는 지속양압호흡기를 쓸 수 있다. 이를 사용하면 수면 중에도 정상적인 호흡을 할 수 있어 기분 좋은 숙면을 취할수 있다. 잠이 안 온다고 수면제를 쓰는 사람도 있는데, 수면제는 전문의의 진료하에 단기간 복용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제는 10여 분 일찍 잠들고, 수면 시간을 10여 분 늘리는 효과밖에 없다고 한다. 기껏해야 플라세보 효과밖에 없다는 뜻이다

술을 마셔야 잠이 온다는 사람도 있다. 긴장이나 불안감이 들 때 한두 잔 정도 마시는 것은 괜찮지만, 과한 음주는 오히려 리듬을 난조에 빠뜨린다. 수면제와 술도 관성이 된다. 이건 수면이 아니라 약물 중독 상태라 할 수 있다. 잠이 오지 않으면 차라리 가만히 누워 있어라. 그것만으로도 70%의 피로회복효과가 있다

선마을에서도 불면증으로 힘들어하는 이 들을 위한 자연수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심신의 균형을 잡아주고 수면 호르몬의 재료가 되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내방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90분에 1번은 쉬어라

수면 전문가들이 불면증 환자에게 권하는 치료법 중 하나가 낮잠요법이다. 낮잠이라니, 얼핏 이해가 안 갈 것이다. 가뜩이나 밤에 잠을 못 자 힘든 사람한테 낮잠을 자라고 하면 밤에 잘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건강한 사람은 물론이고 불면증 환자에게도 낮잠을 권하는 데는 의학적 근거가 있다. 우리의 신체 활동은 90분을 주기로 오르내리 곡선을 그린다. 따라서 90분을 열심히 활동했다면, 한 번씩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당연히 이 휴식 시간에 낮잠을 자는 것은 신체의 생리적 리듬에 따르는 일이다.

이렇게 낮잠을 자고 나면 머리가 산뜻해 진다. 마치 상쾌한 아침을 하루에 두 번 맞듯이 오후의 업무 효율이 오전과 다르다. 당연히 피로 회복에도 좋다.

처음 불면증 환자에게 낮잠을 권하면 ‘밤에 더 잠이 안 오면 어쩌지?’하고 불안해한다. 그러나 낮잠 요법을 계속 진행하면 밤에 잠이 안 와도 낮에 좀 잤으니 괜찮아'라거나 '내일 낮잠으로 때우면 되지’하고 안심을 한다. 불면증 환자는 오늘도 잠이 안 오면 어쩌지 하는 예기불안으로 잠을 쫓는데, 낮잠은 이런 예기불안을 없애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런 심리적 안정감이 교감신경 우위에서 부교감신경 우위로 뇌를 바꾸며 수면을 촉진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잠자리에 누워 잠들기까지 약 20분이 걸린다. 그러나 불면증 환자는 잠이 안 와 뒤척이게 되는데 이때 온갖 생각이 떠올라 머리가 아프다. DMN(default mode network)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그럴 때 DMN활동을 억제하는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하버드대학교 수면클리닉에서 추천하는, 졸릴 때까지 침대에 들어가지 않는 '수면 제한 요법'이나 취침 시간을 일부러 늦춰 수면의 질을 높이는 '수면 스케줄법'도 생각해 볼만 하다.

이시형 박사가 뇌 피로 예방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한 신간,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
이시형 박사가 뇌 피로 예방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한 신간,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