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앞에 아기가 타고 있는 유모차를 두고 본인들은 카페 안에서 커피를 즐기는 부모들의 모습. 대학 등록금이 무료이고 만 18세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주는 복지제도. 휘게라는 독특한 문화를 공유하는 모습.

덴마크를 다룬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들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만으로는 덴마크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했다고, 나아가 행복의 원천을 알았다고 할 수는 없다. 

점심시간을 생략하고 이른 퇴근을 하는 직장 생활, 삶의 규칙처럼 여기는 휘게가 사실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얻기 위한 노력들이고, 때로는 강박적인 행복 추구가 높은 이혼율과 청소년들의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은, 덴마크인만이 설명할 수 있는 덴마크 사회의 이면이다.

살인적인 세율을 '견뎌내는' 것, 정치인들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 구두 계약조차 당연히 실행될 것이라는 생각하는 것, 이 모두가 기독교적 가치관 가운데 하나인 신뢰에서 비롯됐다. 제삼자 입장에서 보면 덴마크인들이 차가운 겨울 같은 감정을 내비쳐 기본적으로 타자를 배척하는 사회가 아닌가 오해를 하지만, 실은 '휘게를 함께할 수 있어야 진짜 친구'라고 생각하는 그들만의 삶의 원칙이 있다. 

덴마크는 여러 가지 고민을 가진, 완벽하지만은 않은 나라다. 사실 덴마크에서 행복은 삶의 일부가 돼야 한다.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도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 선택이 왜 행복한가에 대한 이유를 찾아내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무슨 일을 해서 행복해져야 하나?"라고 한다면 덴마크에서는 "그 일을 해서 행복하다"라고 한다. 전자는 행복하기 위해 다른 일부터 하지만, 덴마크에서는 행복을 위해 다른 이유를 찾지 않는다. 즉, 행복의 파랑새가 자기 옆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한 사고방식이다. 

「상상 속의 덴마크」 에밀 라우센·이세아 지음(틈새책방·2018)
「상상 속의 덴마크」 에밀 라우센·이세아 지음(틈새책방·2018)

물론 한국인의 정서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행복을 느끼는 연습을 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을 얻는 방식이 많은 것을 희생하고 얻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다.

한편으로는 '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인생의 패자가 된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를 담보로 지금 이 순간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미룰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과 덴마크가 행복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행복이 개인적인 차원인가 공동체의 차원인가에 대한 관점이다.

한국인은 행복을 개인 차원에서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덴마크는 사뭇 다르다. 공동체 차원에서 행복을 다루고 있다. 그들이 높은 세율과 복지 제도를 택하는 이유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는 공동체 차원의 합의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의 희생을 통해 공동체의 존립을 가능케 하고, 덴마크인은 '휘게'를 통해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덴마크 사람들이 주변에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남들과 다투는 일 자체를 이상하게 여기는 것도 행복과 맥락이 닿아 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자신도 존중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덴마크를 동경하면서도 쉽게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복지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인식과 행복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달라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는 덴마크 사람이다. 즉 자신들의 환경에 맞춰 살아가는 방식을 익힌 그들만의 삶의 노하우가 덴마크식 복지로 발전한 것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설령 북유럽의 복지 시스템을 따라 할 수 있다고 해도 결코 그들만큼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는 될 수 없다.

우리가 미래를 위해 덴마크에서 배워야 할 것은 복지라는 껍데기가 아니라 행복에 대한 관점이다. 그래야만 북유럽 국가들에 대한 상상과 오해를 걷고, 우리가 행복하기 위한 삶의 방식을 어떻게 정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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