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울산시장·북구 국회의원·5개 구·군 싹쓸이
표심 대이동·시장 측근비리 수사에 한국당 참패

대표적인 '보수텃밭'으로 여겨졌던 울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시장과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 5개 구·군을 모두 싹쓸이 하며 '지방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자유한국당은 불과 4년 만에 단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하며 존립마저 위태롭게 됐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설치된 더불어민주당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당선자들에게 당선 스티커를 붙인뒤 파이팅 하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설치된 더불어민주당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당선자들에게 당선 스티커를 붙인뒤 파이팅 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6·13지방선거 특징은 보수인사들의 대거 민주당 입당과 진보정당 표심 이동, 김기현 시장의 측근비리 수사에 따른 보수세력 타격 등으로 대표된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으로 10년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지역에서도 활발한 정계 개편이 이뤄졌다. 특히 당초 보수세력으로 분류됐던 인사들이 대거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며 지방정권 교체의 선봉에 서게 됐다.

이번 중구·남구·동구·북구에 나온 민주당 소속 후보 모두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중구청장 박태완 당선인은 중구 의장을 역임할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으며,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울산지역 노동공동본부장도 지냈다.

남구청장 김진규 당선인은 김기현 시장 아래서 울산시 고문 변호사를 맡았으며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울산시당 법률지원단장을 역임했다. 

동구청장 정천석 당선인는 지난 2006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동구청장에 당선된 후 한나라당에 입당해 활동을 펼쳤다. 

이 밖에도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 출신인 이동권 전 국민권익비서관도 민주당 후보로 북구청장에 당선되는 등 지역 인사들의 진영 간 이동이 두드러진 선거였다.

이번 지방정권 교체에는 진보정당의 표심 이동도 뚜렷했다.

울산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미포조선, SK, S-OIL 등 대기업의 공장이 밀집해 있어 노동자들의 표심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특히 양대 조선업체가 위치한 동구와 현대자동차가 입지한 북구는 진보정당 출신의 구청장과 국회의원을 수시로 배출하며 보수정당과 팽팽한 힘겨루기를 해왔던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 열풍이 불면서 노동자들의 표심이 적폐청산을 슬로건으로 내건 민주당으로 쏠렸다.. 수십년간 토착화되며 비대해진 지방권력의 부패를 청산할 대안으로 민주당을 선택한 셈이다.

옛 통진당 출신의 인사들이 주축이 된 민중당은 북구 강진희 후보와 동구 이제현 후보가 출마해 각각 3위에 그쳤다. 

경찰이 토착비리 수사에 나서면서 한국당 관계자들의 연루 의혹이 잇따라 불거진 점도 보수정당 전멸이라는 충격적인 선거 성적표를 받게 된 데 일조했다.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3월 16일 지역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시장 부속실과 건축 관련부서 등 시청 내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을 벌였다.

김기현 시장의 친인척과 비서실장, 관계 공무원 등이 비리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 법원의 영장을 받은 적법한 절차였고 경찰은 해명했지만 한동안 지역정가는 표적수사 논란으로 들끓었다.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이날은 김 시장이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날이었다.

이후 경찰에 의해 진행된 남구 태양광 발전설비업체 선정비리 의혹과 울주군 시설관리공단 채용비리 의혹 당사자로 거론됐던 주요인물들도 대부분 한국당 소속이다. 

이러한 지역 토착비리에 대한 경찰의 수사과정이 연일 지역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하며 부패한 보수정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지역정권 교체론에 힘이 모아졌고, 이는 그대로 한국당 참패라는 선거 결과를 낳았다.

울산 유권자는 기초 단체장과 광역·기초 의회에도 메스를 가했다. 기초 단체장 5곳에 민주당 후보를 입성시킨 데 이어 19명을 뽑는 시의회에도 민주당 후보를 15명 당선시켰다.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이 비례대표로 1석을 차지한 것과 큰 대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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