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은행 '채용비리' 전·현직 은행장 등 38명 기소
서류 조작에 청탁 대상자 명부까지 집중 관리
조사 받은 윤종규-김정태회장 기소 대상서 빠져

검찰이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 전국 6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수사 결과, 전·현직 은행장과 인사 담당자 등 38명을 기소했다. 남녀를 차별해 채용한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2곳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렸다.

이번 수사는 금감원으로부터 넘겨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6개 청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현재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에 대한 채용비리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검찰이 '채용비리'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후 은행 로비를 나서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검찰이 '채용비리'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후 은행 로비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대검 반부패부(부장검사 김우현 검사장)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국민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6곳을 작년 11월부터 이달까지 수사해 12명을 구속 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2곳도 양벌규정으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하나은행은 함영주 은행장과 장모 전 부행장 등 4명이 지난 14일 불구속 기소됐다. 송모 전 인사부장 등 2명은 지난 4월 구속 기소된 데 이어 추가 기소됐다.

함 은행장은 2015년과 2016년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불합격 대상자들을 합격시키고, 남녀 비율을 4대 1로 사전에 설정, 성별에 따라 별도 커트라인을 적용해 차별 채용한 혐의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들에게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아울러 2013~2016년 남녀 차별 채용을 한 혐의로 하나은행도 함께 기소했다.

우리은행은 이광구 전 은행장과 남모 전 수석부행장 등 6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서울북부지검에 따르면 이 전 은행장은 지난 2015년 신입행원 채용 당시 서류전형에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조카 등 불합격자 5명을 합격시켰다. 이후 면접에서 전 국정원 간부 직원의 딸 등 불합격자 7명을 합격시킨 혐의다. 더불어 2016년과 2017년 채용 과정에서도 다른 은행 간부들의 자녀들을 부정하게 합격시킨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국민은행도 이모 전 부행장 등 인사 담당자 4명이 기소됐고, 이 가운데 3명이 구속됐다. 이 전 부행장 등은 지난 2015년부터 작년까지 신입행원과 인턴 채용 과정에서 청탁대상자들의 자기소개서 평가등급을 높이거나 면접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 등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들과 함께 국민은행도 2015년 신입 채용 당시 서류전형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남성지원자 113명의 자기소개서 평가등급을 높여 합격시키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등급을 낮춰 불합격시키는 등 남녀를 차별해 합격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 2월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사 앞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면접과정의 출신학교 차별 채용비리 규탄' 긴급기자회견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홍민정(왼쪽 세 번째) 상임변호사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 2월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사 앞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면접과정의 출신학교 차별 채용비리 규탄' 긴급기자회견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홍민정(왼쪽 세 번째) 상임변호사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채용 비리에 관여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관련 혐의가 없다고 보고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부산은행은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 등 총 10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이 가운데 3명이 구속됐다. 

성 전 회장 등은 지난 2012년 신입행원 채용 절차에서 당시 부산시 세정담당관인 송모씨로부터 아들의 채용을 청탁받고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다. 

부산지검은 부산은행의 경상남도 도금고 유치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딸의 채용을 청탁한 조문환 전 새누리당 의원도 업무방해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전 의원 딸을 부정하게 합격시킨 박모 경영지원본부장 등 4명도 기소됐다.

대구은행은 박인규 전 은행장 등 2명이 구속 기소되고, 나머지 임직원 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박 전 은행장은 지난 2014년부터 작년까지 신입행원을 채용하면서 주요 거래처와 사회 유력인사, 부행장 등 청탁대상자 수십명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 등이다.

작년 금감원 감사와 수사기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인사부 직원들에게 컴퓨터를 교체하고 채용 관련 서류를 폐기하도록 지시해 증거를 인멸하려 한 혐의도 있다.

광주은행은 지난달 서모 전 부행장 등 2명이 구속 기소되고 양모 전 부행장 등 2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광주지검에 따르면 양 전 부행장은 2015년 신입행원에 지원한 자신의 딸의 면접전형에 직접 참여해 고득점을 줘서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대검은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금감원 등 관련기관에 통보해 채용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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