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fruit)은 “즐기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나왔고, 우리말의 열매에 해당하는 과실(果實)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런데 토마토는 과일일까? 채소일까? 19세기 말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에 대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과일에는 붙지 않고 채소에만 부과하는 관세법 때문에 상당한 논란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토마토는 후식에 나오지 않는다고 채소라고 판결하였다.
 
일상에서도 채소냐 과일이냐에 대한 논란이 자주 일어나곤 하는데 대체적으로는 이렇다. 열리는 곳이 나무이고 여러해살이이면 과일이고, 작은 나무나 덩굴에 열려도 한해살이이면 채소로 구분한다. 즉 나무든 덩굴이든 해를 넘겨도 죽지 않고 거기에서 열매가 열리면 과일이요, 아니면 채소라고 할 수 있다. 하여간 과일이든 채소든 세상의 모든 열매가 사람에게 이로울까? 과일(여기서부터는 글의 편의상 채소를 포함한 열매를 통칭)에 대하여 잘못 알기 쉬운 것들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과일은 누구에게나 좋을까
피부가 유난히 좋고 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동안(童顔)을 소유한 이들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면 유독 과일을 많이 먹어서 그렇다는 말들을 한다. 그렇다면 과일은 누구나 종류에 상관없이 많이 먹을수록 좋을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육식위주의 습관보다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고 장수하는데 당연히 더 이롭겠지만 과일도 자신의 체질과 몸의 상태에 맞추어 먹는 것이 좋다.
 
▲과일이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과일은 보통 생으로 드시고, 수분이 많고, 대개 차가운 성질이 많기 때문에 속이 냉한 사람들이 빈속에 먹거나 많이 먹게 되면 배탈이나 설사가 발생하기 쉽다. 제아무리 성분이나 영양학적으로 좋다하여도 흡수를 못하고 탈이 난다면 오히려 먹을수록 해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람들은 후식으로 조금 먹고, 더 나아가 따뜻한 성질의 과일을 찾아서 먹는 것이 좋다. 또한 냉장고에서 바로 나온 과일보다는 미리 꺼내두어 냉기가 제거된 후에 드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산후에 과일을 드시려면 으깬 형태로 차지 않게 드셔야 이가 시리거나 흔들리는 풍치(風齒)와 산후풍을 막을 수 있다.
 
▲제철 과일이 좋다
“메뚜기도 유월이 한철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모든 생명체는 가장 번창하고 활동력이 왕성한 때가 있는 것이다. 야채나 과일도 마찬가지다. 인공이 배제된 노천에서 자연적으로 숙성된 상태가 가장 영양분이 많을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며 실제로 실험적으로도 그러한 사실이 증명되었다. 요즘이야 경제성이 우선이다 보니 비닐하우스에서 인공으로 철 빠르게 재배된 철부지(?)의 과일들을 채 익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확하는 것이 대세이지만 좀 못생기고 상대적으로 출하가 늦은 제철과일이 몸에 좋은 것은 물어볼 필요가 없다. 요즘 어린 아이들의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성조숙증도 성장촉진제를 투여하여 자연을 거스르는 이러한 먹거리와의 연관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과일은 오후에 먹는 것이 좋다
흔히들 “아침 사과는 금(金)이고 저녁 사과는 독(毒)이다”고 한다. 이는 사과를 비롯한 산이 많은 과일을 특히 늦은 저녁시간에 먹고 잠자리에 들면 과다한 위산에 의하여 위염과 위궤양을 유발하며 심하면 상부로 역류하여 식도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하지만 너무 이른 아침에는 아직 외부의 기온도 높아지지 않고 몸도 충분히 워밍업(warming-up)이 안 되어 있는 상태라서 속이 찬 사람들은 수분이 많고 찬 성질의 과일들을 잘 감당해내지 못한다. 따라서 가능하면 충분히 활동을 시작한 낮이나 오후시간이 좋겠고, 저녁 식사 이후에 먹을 때는 반드시 위장의 내용물이 다 소화 흡수되어 공복(空腹)이 된 상태에서 수면에 들어야 한다. 특히 산이 많은 사과는 속이 차지 않은 사람만 식후에 디저트 정도로 드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누구나 무작정 아침에 사과를 많이 드시려고 노력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나에게는 어떤 과일이 좋을까
기왕이면 과일도 내 몸에 맞는 것을 가려 먹으면 좋다. 기운이 너무 상체로 치우쳐 있고, 하체가 약한 사람들은 감 사과 모과 다래 코코넛 레몬 망고 자몽 키위 포도 머루 올리브 호도 땅콩 등이 좋다. 성격이 급하고, 몸에 열이 많으며, 변비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토마토 딸기 바나나 파인애플 석류 산수유 구기자 으름 복분자 등으로 열을 끄며 수분과 진액을 보강해야 한다. 식탐이 많고, 소화흡수에 문제가 없으며,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배 밤 수박 참외 은행 잣 자두 살구 멜론 버찌 체리 리치 매실 오미자 오디로 기운을 펼치고 속의 열을 꺼주는 것이 좋다. 몸이 차서 설사가 잦고,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들은 맞는 과일이 많지는 않지만 귤 오렌지 복숭아 유자 한라봉 천혜향 등의 따뜻한 성질의 과일을 먹는 것이 좋고, 특히 먹고 배탈이나 설사를 유발하거나 포도 토마토 등 이뇨작용이 심한 것은 피해야 한다. 자신의 몸에 맞는 과일을 적당히 즐겨서 여름처 건강을 유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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