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드라이브 힘실려 추가 하락 점쳐
"한번 오른 가격 쉽게 꺾이지 않을 것" 전망도

정부의 대 부동산 정책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집값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여당의 지방선거 압승, 미국 금리인상과 보유세 인상, 입주물량 증가 등 대내외 변수로 하반기 시장 침체를 점치고 있는 반면, 한번 오른 집값이 쉽게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하다.

자료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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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국감정원의 '5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03%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3년 8월(-0.13%) 이후 57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국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은 올해 2월 0.20%를 기록한 이후 3, 4월  각각 0.12%, 0.06% 등으로 하락세를 지속중이다. 

특히 전국 집값을 주도하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하락세 전환이 컸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건축 부담금 과세 등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단지 등을 중심으로 집값이 떨어진 강남 4구는 이번 조사에서 -0.11%를 기록해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에 하락으로 돌아섰다.

표면적으로 집값은 내려가고 있지만 국민들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차갑다. 강남 재건축 단지의 경우 연초에 비해 2억원 가량 집값이 떨어졌지만 2016년 이후 2~3년 만에 10억원 가량 급등했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실제 서울 송파구 리센츠 전용 124㎡의 경우 2016년 5월 13억5000만∼15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로얄층의 경우 10억원 이상 오른 23억원에 매매됐다.  

은마아파트 전용 76㎡은 올 초 16억원 안팎에 거래됐지만 최근엔 2억원 떨어진 14억원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은마아파트는 2년 전 10억원대 거래 된 만큼 최근 하락세를 감안해도 이미 4억원 가까이 가격이 오른 상태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역시 마찬가지다. 전용 76.5㎡는 지난 4월 최고 18억2000만원에 매매됐으나 5월 거래 신고액은 17억4000만원으로 8000만원 떨어졌다. 이 단지 역시 2016년에는 11억~12억대에 거래돼 최근 일부 가격이 빠졌어도 여전히 2~3년 동안 5억 이상 오른 상황이다. 

실제 송파구의 경우 5월 한달 동안 0.16% 가격이 떨어졌지만 최근 1년 사이 10.52%나 가격이 치솟았다. 최근 3년 동안 상승폭은 15.76%, 5년은 18.17%에 달한다. 

강남구 역시 지난달 0.14% 떨어졌지만 최근 1년간 상승폭은 10.45%나 된다. 최근 3년 동안 무려 21.45%나 폭등했고 5년 동안은 27.70% 올랐다. 

다만 대출 규제가 여전하고 공급물량 증가와 전셋값 하락, 금리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하반기부터는 집값이 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연 1.50~1.75%에서 연 1.75~2.00%로 0.25%p 올렸다. 올 들어 두 번째 금리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10년 만에 2% 시대를 맞았다.

당장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진 않겠지만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 폭이 0.50%p로 확대되면서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면 주택 수요자들의 자금 압박이 커지면서 주택 구매나 투자가 힘들어지게 된다. 

총 9510가구의 미니신도시급 단지인 '송파 헬리오시티' 입주물량도 집값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오는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헬리오시티는 지난 2월만 해도 9억원까지 갔던 전용 84㎡ 전세는 세입자 선점을 위해 7억원대까지 떨어졌다. 12월 입주가 다가올 때쯤엔 5억원대까지 전셋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오는 21일 공청회를 열어 보유세 개편 권고안을 공개하면 집값 하락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은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과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절충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세율 조정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자문위원은 "보유세 개편과 금리인상이 하반기 부동산 시장 이슈"라며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각종 규제드라이브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서울 집값이 2년전으로 회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기 수요가 썰물처럼 빠진 강남 재건축 단지와 달리 실거주 수요가 많은 마포나 용산, 성동구 등은 하락세가 크지 않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중개업소를 통해 일정 금액 이상 집값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집값 담함을 강요하는 행위 등이 만연해 버티기에 들어간 경우도 적지 않다.  

직주근접 수요나 개발 호재가 있는 마포구, 서대문구, 중구, 강서구 등은 국지적으로 상승했다. 실제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성북구(0.54%)와 서대문구(0.50%), 강서구(0.41%) 등은 가격 하락 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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