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의 국가검진 도입이 또 다시 무산되면서 정부의 C형간염 예방관리 노력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C형간염이란 간에 C형간염 바이러스(HCV)가 감염돼 염증이 발생하는 전염병의 일종으로 감염자의 혈액 또는 체액을 매개로 전파되는 감염질환이다. 

 

16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국내 C형간염 환자는 30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지난 2016년 기준으로 40대 이상의 진료인원(4만9569명)이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체 C형간염 환자의 15%정도만 치료를 받고 있고 나머지 85%는 C형간염에 걸린 사실 자체를 몰라 진료를 받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의 그늘이 심각한 수준이다.  

C형간염은 한번 감염되면 80% 가까이 만성간염으로 진행되고 이중 30~40%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다. 하지만 예방 백신이 없고 감염자의 70~80%가 증상이 없어 증상이 악화되기 전까지는 감염여부를 파악하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의료계는 C형감염이 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이 반드시 필요한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형 감염은 주로 주사용 약물남용, 주사바늘찔림, 1995년 이전 수혈, 문신 등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감염된다. 국내 C형간염 평균 유병률은 0.6%다. 
 
의료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C형간염은 아직까지도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에도 C형간염 관련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의료기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간염 집단감염 재발 방지를 위해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금지 규정 신설 및 관련 수가 조정 검토'가 포함됐지만 이는 기존 일회용 주사용품에 대한 재사용 금지 규정이 일회용 의료기기 전반으로 확대된 것일 뿐 C형간염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 모색 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지난 2015년 C형간염 집단사태가 발생한 다나의원./사진=뉴시스
지난 2015년 C형간염 집단사태가 발생한 다나의원./사진=뉴시스

  반면 대한간학회를 포함한 의료계에서는 '국가검진체계와 연계해 C형간염 항체검사를 통해 잠재 환자를 발굴하고 더 나아가,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형간염의 경우 혈액 매개 질환이라 환자 발견이 늦어지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우려가 있어 집단감염 사태의 단초가 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지난 2015년 다나의원을 시작으로 잇따라 발생한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를 계기로 C형간염의 국가관리체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당국도 C형간염의 위험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지난해 한해 C형간염 진료환자가 많은 지역 35개 시·군·구와 대조군 10개 지역 내 만 40~66세 생애전환기 검진 대상자를 대상으로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 시범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전체 수검자 65만213명 중 약 1.6%인 1027명이 C형간염 항체 양성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아직까지 도입을 미루고 있다. 

예방백신은 없지만 C형간염은 진단만 이뤄지면 12주~24주 치료로 90~100% 가량 완치할 수 있다. 과거에는 치료비가 고가 약의 경우 3000만원에 달하기도 했지만 약가 인하 등의 영향으로 현재는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용이 300만~400만원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C형간염의 경우 발병 사실을 뒤늦게 알 경우 간경화 등으로 발전할 수 있어 치료비용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숙향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발표한 '한국의 최근 C형간염 현황과 대책' 논문에 따르면 C형간염 발견이 늦어질 경우 지출하는 비용이 일찍 발견했을 때와 비교해 최대 7.5배나 차이가 벌어졌다. 

정 교수가 2011~2012년 8개 대학병원을 방문한 445명의 C형간염 환자들의 직접 의료비용을 알아본 결과 간질환 정도가 만성 C형간염에서 간경변증, 비대상성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 될수록 환자의 월평균 직접의료비용은 183달러, 252달러, 1020달러, 1375달러로 증가했다. 

정 교수는 "만성 C형간염에서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진행하는 데 20~30년이 소요되므로 국가검진체계와 연계해 가능한 조기에 C형간염 환자를 발굴하면 단기적으로는 진단과 치료비용 부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사망률과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있어 비용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C형간염을 건강검진에 포함하더라도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29억원으로 추산돼 비용 부문에서 효율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브란스병원 김도영 교수가 C형간염 검사비용을 추계한 결과에 따르면 40세, 66세 생애전환기 대상자 81만2000명을 1차 검진에 포함시킬 경우 약 29억원의 재정이 소요되는 것으로 점쳐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2030년까지 'C형간염 박멸'을 목표로 국가별 전략을 수립하도록 제안했다. 올해 초 잉글랜드 국민보건서비스(NHS)는 2030년에서 5년 이상 앞당긴 2025년까지 C형간염 퇴치 목표를 밝혔다. 현재 잉글랜드의 C형간염 환자는 16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지금까지 2만5000명이 치료를 받았고 올해는 3만명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C형간염국가검진 도입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유발률이 높은 지역의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대상자를 대상으로 C형간염 검사시범사업을 실시했으나 C형간염 유병률과 사망률이 1% 미만으로 매우 낮다는 점을 이유로 도입을 꺼리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C형간염이 국가검진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유병률, 사망률, 치료방법 존재 여부, 비용대비 치료 효과성 등 5가지 원칙이 맞아야 하는데 현재 그 원칙에 따라 국가검진에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미 연구용역을 마친 상황이고 이를 토대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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