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드루킹 핵심 측근' 변호사 영장기각
긴급체포 적법성 지적…법리 다툼 여지도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의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사건 수사가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댓글 조작 의혹의 주범 '드루킹' 김모(49)씨의 최측근인 도모(61) 변호사를 구속해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 속도를 내려 했는데, 영장 기각으로 차질이 불가피해 셈이다. 법원은 특히 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 절차의 적법성까지 지적해 특검팀이 받게된 심리적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드루킹' 김모씨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드루킹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뉴시스
'드루킹' 김모씨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드루킹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정치자금법 위반 및 증거위조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도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도 변호사는 드루킹의 최측근이자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핵심 회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드루킹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으로 추천한 대상자이기도 하다.

특검팀은 앞서 도 변호사가 드루킹과 공모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5000만원에 달하는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점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또 과거 수사 단계에서 도 변호사가 허위 계좌 내역 등을 꾸미는 등 증거를 위조토록 한 정황도 파악했다.

특검팀은 도 변호사를 수차례 불러 조사를 벌이던 중 지난 17일 새벽 1시께 긴급체포했다. 도 변호사가 조사 중 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증거위조 혐의점이 있기에 부득이하게 체포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특검팀은 다음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도 변호사가 관여했다는 경공모 회원들의 진술을 다수 확보했고, 그에 대한 물적 증거도 뒷받침돼 있어 특검팀 내부에서는 구속수사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혐의에 대한 판단보다 먼저 긴급체포의 절차 문제부터 지적했다. 도 변호사를 '긴급히 체포할 수밖에' 없었다는 특검팀의 근거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을 수 없는 여유가 없는 상황일 경우 긴급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불구속 수사 원칙, 인권 침해 등에 대한 지적이 있기 때문에 그 결정은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

허 부장판사는 "긴급체포의 적법 여부(긴급성)에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현 상황에서 과연 피의자의 심리 불안이 긴급히 체포해야 할 근거가 될 수 있겠냐는 취지로 해석된다.

도 변호사는 앞서 특검팀의 공식 수사가 개시되자 자진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고, 그 뒤로도 수차례 피의자 소환에 응했다. 도 변호사 측도 "그간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다"며 갑자기 체포돼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구속 심사에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허 부장판사는 도 변호사가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입장에서 법리적으로 다툴 만한 여지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도 변호사 측은 일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핵심 혐의와 관련해서는 강력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허 부장판사는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핵심 피의자 구속 수사를 거쳐 정치권 불법 자금 의혹의 핵심을 파고들려던 특검팀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검팀은 도 변호사 신병을 확보, 집중적인 조사를 벌임으로써 김 지사 및 노 원내대표 등에 대한 드루킹 일당의 불법 자금 혐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법원 결정으로 인해 불구속 상태가 된 도 변호사가 향후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생기게 됐다.

그간 특검팀은 인적·물적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도 변호사 등 핵심 피의자에 대한 조사에 어려움이 생길 경우 의혹 규명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1차 수사기한인 60일 중 3분의 1(24일)이 이상이 지났기 때문에 특검팀으로선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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