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오르고 여행수지 악화...반도체 호황에도 수입증가율 높아

올 상반기 경상수지가 6년 반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상품수지 흑자 폭이 다소 줄어든데다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여전히 부진하면서 여행수지가 크게 악화 6년만에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시장 호황으로 상반기 상품수지에서 수출 증가폭은 4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자료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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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상반기 경상수지는 296억5000만달러(약 33조4540억원)로 반기 기준 지난 2011년 하반기 이후 6년 반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흑자 규모는 지난 2012년 상반기(108억6000만달러)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었다.

이는 상품수지 흑자 폭이 다소 축소되고, 여행수지 악화로 서비스수지 적자가 컸던 탓으로 풀이된다. 우선 상반기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556억9000만달러로 2016년 하반기(555억1000만달러)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적었다.

반도체 시장 호황에 힘입어 상반기 수출(3072억7000만달러)은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기는 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과 승용차 수입 증가 등의 영향으로 수입(2515억9000만달러)도 크게 증가했다. 상반기 수출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8.8%였으나, 수입 증가율은 11.1%로 더 높았다.

서비스수지는 159억4000만달러 적자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다소 해소되긴 했으나 중국인 입국자수는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반면 해외로 나가는 출국자수는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여행수지를 악화시켰다. 

상반기 중국인 입국자수는 217만100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3.7% 감소했지만, 출국자수는 1431만5000명으로 같은기간 13.4% 늘어났다. 이로 인해 여행수입(77억1000만달러)보다 여행지급(162억1000만달러)이 더 늘어나며 여행수지 적자도 85억달러를 나타냈다. 

수출 호조에 따른 해외 임가공료 지급이 늘면서 가공서비스수지도 37억5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국내 기업들의 배당지급 증가로 배당소득수지가 82억9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선 점도 경상수지 흑자 축소에 영향을 줬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축소된 것은 대부분 국제유가 상승에 기인하고 있고, 여행수지가 악화된 영향도 일부 받았다"며 "주로 고유가 시기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4% 정도였는데 올해 상반기도 3% 후반 정도인 점을 볼 때 과거 패턴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6월 기준 경상수지는 73억800만달러 흑자로 지난 2012년 3월 이후 76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계속했다. 상품수지는 100억4000만달러 흑자로 전월(113억9000만달러)보다는 다소 줄었다. 수출(522억6000만달러)이 8.8% 늘긴 했으나 수입(422억2000만달러)이 9.4% 늘었기 때문이다. 

서비스수지는 24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여행수지 적자는 12억달러로 전월(13억5000만달러 적자)보다 개선된 모습을 나타냈다. 중국인 입국자수가 38만명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49% 늘어난 영향이다. 일본인 입국자수도 23만5000명으로 40.2% 증가했다. 한은은 "중국의 사드 갈등에 따른 기저효과와 대북 리스크 완화 등으로 중국인과 일본인 입국자수가 4개월 연속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상반기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173억8000만달러 늘어났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기업 인수 등 지분투자가 확대된 영향이다. 해외 증권투자는 350억달러 증가해 지난해 상반기(425억4000만달러) 이후 역대 두번째로 크게 늘었다. 해외 채권투자(148억1000만달러) 증가세는 미 장기금리 상승 등으로 둔화됐으나, 주식투자(202억달러)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채권투자(187억9000만달러)를 중심으로 179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반면 주식투자는 무역분쟁 확대 등으로 투자심리가 약화되면서 8억6000만달러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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