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여론조작에 30억 원 자금 투입 정황
서울경찰청이 수사 중인 한나라・새누리당 여론조작 의혹
드루킹보다 더 큰 사안, 정치권 특검 도입 서둘러야


“한나라당이 직접 30억 원을 썼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그랬던 것처럼 민주당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특검을 위해 단식투쟁하세요!” -L******-

"민주당, 이것을 그대로 두면 직무태만이다.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그냥 넘어가면 지지를 철회합니다. 꼭 수사하길." -범**-

허익범 특검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해 요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예전 한나라당 시절 댓글을 조작한 정황이 또 드러났다.

아시아경제의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드루킹 김동원씨는 “한나라당이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당 차원에서 댓글을 조작하는 조직을 운영했고 총 3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됐다”고 진술했다.

공판에 출석 중인 드루킹 김동원씨(자료:SBS 화면 갈무리)
공판에 출석 중인 드루킹 김동원씨(자료:SBS 화면 갈무리)

드루킹 김동원씨는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개발한 경위에 대한 특검 수사에서 “2007년 대선에 관여한 한나라당 인사로부터 댓글 기계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며 한나라당이 대당 500여만 원 하는 댓글 기계 200대를 구입하는 데 10억 원, 이를 운용하는 데 20억 원을 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댓글조작 정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방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 6월 7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과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의 댓글조작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2006년부터 각종 선거에서 매크로를 활용해 포털에 댓글을 다는 등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고, 새누리당 시절에도 2014년 지방선거에 매크로를 동원해 가짜뉴스를 유포한 정황이 드러났다. 여론조작에 가담한 성명 불상자를 찾아내 처벌해 달라.”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경찰청은 현재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을 수사한 사이버수사대 2개 팀에 지능범죄수사대 2개 팀을 보강한 합동수사팀을 꾸려 수사 중이다.

앞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2006년부터 2014년 6・4지방선거까지 각종 선거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가짜뉴스를 유포한 정황이 지난 6월 5일자 한겨레 단독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

이튿날인 6일에는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 디지털종합상황실장으로 일했던 박철완 교수가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SNS와 포털 사이트 등에서 여론을 조작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당시 박 교수는 김한수, 고 이춘상 보좌관,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전하진 전 새누리당 SNS 소통본부장 등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불법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청와대 홍보수석실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은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2012년 대선, 2014년 지방선거(오토핫키 프로그램)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특히 2014년 지방선거 관련,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장 후보와 세월호 유병언 세력 연대 관련 허위사실 유포,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의 38억 블루바이크 납품 의혹 유포 등이 주요 의혹 대상이다.

고 이춘상 보좌관을 조문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전하진 전 새누리당 SNS 소통본부장 ⓒ스트레이트뉴스DB
고 이춘상 보좌관을 조문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전하진 전 새누리당 SNS 소통본부장 ⓒ스트레이트뉴스DB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2012년 대선에서 불법 SNS 선거운동을 벌인 ‘서강바른포럼’의 활동을 다시 들여다보며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수사팀의 수사선상에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SNS 선거운동을 총괄 관리했던 고 이춘상 보좌관의 관여 여부 및 행적,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전하진 전 새누리당 SNS 소통본부장,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 서강바른포럼 운영진 등이 올라 있다.

문제는 공소시효다. 드루킹 일당에 적용된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라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여론조작 수사가 올해 안에 마무리된다 해도 2011년 이후 저질러진 범행에만 적용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의식해 업무방해 혐의 외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고발장에 추가로 명시했다.

다만, 의혹을 제기한 기사 외에 별다른 증거가 없는 점, 서강바른포럼 운영진들이 이미 사법처리를 받은 점 등은 수사에 한계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트레이트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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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작 행위는 국민의 사고와 선택을 기만하는 엄중한 사안이다. 더구나 심각한 여론 왜곡 작업이 선거에 동원됐고, 그런 행위가 개인 차원을 넘어 정당 차원에서 저질러졌다면 민주주의의 근간까지 뒤흔드는 사이버 쿠데타에 가깝다.

개인 차원에서 벌어진 댓글조작 사건에 특검까지 나선 마당이다. 정당 차원에서 여론조작 행위가 벌어진 의혹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특검 외에는 대안이 없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타 정당은 이 사건 특검 도입에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동일한 혐의를 받는 두 사건 중 규모 면에서 더 크고 죄질 면에서 훨씬 심각한 사안이 특검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선 측면이나 국민의 알 권리 측면에서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미 수사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허익범 특검에 대해 “특검을 특검해야 한다”거나 "특검을 연장해야 한다"는 정치적 수사로 다투기보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여론조작 의혹을 밝히는 데 정치력을 집중해야 한다.
김태현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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