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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기획-정치개혁②] 정치 구태, 권・정・비 하나로 싹쓸이 봉쇄
[ST 기획-정치개혁②] 정치 구태, 권・정・비 하나로 싹쓸이 봉쇄
  • 김태현 선임기자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8.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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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가 공약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안으로 부상한 권・정・비(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거대양당, 구태정치 청산 위해 기득권 포기 합의할 때

<목차>
① 구태정치 청산, 선거제 개편이 해답
② 정치 구태, 권・정・비 하나로 싹쓸이 봉쇄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경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혼합비례대표제’ 또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라고도 불리는데, 선거의 비례성과 대표성이 보장되도록 인물 중심 선거와 정당 비례선거를 결합하는 선거방식의 총칭입니다.

2012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무산된 바 있습니다. 2014년 10월 말, 헌법재판소가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가 인구 비례에 맞지 않다”고 판결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2017년 3월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대선전이 본격화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현안으로 재부상하기도 했습니다.

정의당의 심상정 19대 대선 후보(자료:redian)
정의당의 심상정 19대 대선 후보(자료:redian)

그러나 문재인 후보가 그간 언급했던 선거제도는 정확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큰 틀 중 ‘권역별 비례대표제’였을 뿐입니다. 대선 당시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도 동일한 공약을 내놓았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정당명부제+비례대표제’에 반대했고, 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아예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6일 원내대표 5인을 초청한 자리에서 언급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정확히 공약한 인물은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뿐이었습니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여러 개 권역으로 나눠서 인구비례에 따라 각 지역에 의석을 배분한 다음 지역구 선거부터 치르고, 그 후에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방식입니다. 이미 우리나라 선거에도 적용된 바 있는,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 각 1표씩 행사하는 ‘1인 2표제’입니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란?

그런데 독일식 정당명부제(연동형 비례대표제)나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그게 그것 같습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핵심은 비례대표를 배분하기 위한 정당 득표율의 적용 기준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할 때,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전국 득표율에 따라 전국적으로 일괄 배분하지만,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권역별로 배분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개정안에서 제시한 6개 권역별 국회의원 의석수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개정안에서 제시한 6개 권역별 국회의원 의석수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예를 들어, 독일식 정당명부제 하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정의당이 각각 50%, 30%, 10%의 지지를 얻었고 의석수가 100석이라고 가정하면, 총 100석 중 민주당은 50석, 한국당은 30석, 정의당은 10석을 가져갑니다. 설사 지역구 선거에서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만약 지난 6・13지방선거가 독일식 정당명부제로 치러졌다면 정의당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전국적으로 6석이 아닌 21석을 차지했을 겁니다.

반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하에서는 각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전남과 경북 권역의 비례대표 의석수가 각 10석으로 동일하고, 민주당이 전남에서 80%, 경북에서 10%의 지지를 얻었다고 가정하면, 민주당은 전남에서 8석, 경북에서 1석을 차지하게 됩니다. 두 권역에서 민주당의 비례대표 비율이 달라지는 겁니다.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원은 200명이 되도록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은 100명 안팎으로 늘입니다.

이 부분은 ‘비례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최상의 비례성은 장기적으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1:1, 즉 150석씩 배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2:1 비율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눈 다음, 의원 300명을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로 배분합니다. 계산해 보면, ▲서울 59석, ▲인천・경기・강원 98석, ▲부산・울산・경남 47석, ▲대구・경북 31석, ▲광주・전북・전남・제주 34석, ▲대전・세종・충북・충남 31석이 됩니다.

이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 200석을 뺀 100석이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로 할당됩니다. 예를 들어 서울 권역의 경우 59석 중 지역구는 40석, 비례대표는 19석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각 정당은 서울 권역에서 얻은 득표율만큼 19석을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시 유의할 부분은?

그러나 이런 시스템도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24표 차이로 아깝게 낙선한 한국당 심재국 후보를 구할 수는 없습니다.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엄청난 수의 사표를 방지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중앙선관위는 이에 대한 방안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현행 선거법상 지역구 후보는 비례대표로 등록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정안은 향후 지역구 후보들도 비례대표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고도 낙선하는 후보들이 비례대표로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자는 취지입니다.

이처럼 높은 지지를 얻고도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 당선자로 결정하는 제도를 ‘석패율제’라고 합니다. 현재 일본에서 시행 중인 제도입니다. 그러나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가 다시 당선됨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투표 효능감이 저하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두 가지 봉쇄조항도 유의해야 합니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하에서는 과격한 종교단체나 자질이 의심스러운 소수정당도 손쉽게 원내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이를 봉쇄하기 위해 독일에서는 정당 득표율이 5%에 미치지 못하는 정당에는 의석을 배분하지 않습니다.

정당 득표율 5%는 우리나라의 대한애국당, 녹색당, 노동당 등 마이너 정당들에게는 여전히 쉽지 않은 문턱입니다. 기준 미달인 정당의 원내 진출은 정치를 혼탁하게 하기에 반드시 걸러져야 합니다. 그러나 한 코미디언의 인터넷 정당으로부터 출발해 원내 제3당을 꿰차고 두 명의 시장까지 배출하면서 이탈리아 정치 변혁의 중심에 선 ‘오성운동’을 보면, 정당 득표율 5%라는 문턱을 조정해 도입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또 한 가지 봉쇄조항이 있습니다. 지역구에서 3석 이상 당선시키지 못한 정당에 의석을 배분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봉쇄조항 역시 정당 득표율 5% 봉쇄조항과 연계해 조정・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거대양당 기득권 포기해야 정치발전 가능

“대원칙, 즉 투표수에 비례하는 의석수를 가져야 한다는 비례 원칙에는 전 국민이 동의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7월 18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한 발언입니다. 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 역시 지난 6월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아직까지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는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 논의와 선거구제 개편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선거제도 개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원내대표의 발언 하나로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편에 적극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한국당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시절부터 선거제도 개편에 매우 소극적이었습니다. 소선거구제로 인해 손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으로 소선거구제는 야당보다 여당에, 소수정당보다 거대정당에 유리합니다. 따라서 거대정당이자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서는 바꿀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현재 거대정당이자 여당인 민주당 역시 선거제도 개편에 뜨악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왜 하필 우리 때냐”는 반발에 수긍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개편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발언도 그렇지만, 지난 선거에서 참패한 한국당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 선거제도 개편을 관장할 국회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점도 가능성을 높이는 호재들입니다.

흔한 오해가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다수결의 원칙을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생각이 존중되는 정치시스템이지, 머릿수가 더 많은 진영의 의견만 무조건 채택되는 승자 독식 시스템이 아닙니다. 채택되지 못한 진영의 의견을 얼마나 놓치지 않느냐에 따라 한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이 결정됩니다.

또한 민주주의의 수준은 채택되지 못한 의견보다 더 작은 목소리, 즉 소수의견을 내기 위해 시민들이 정당을 얼마나 자유롭게 조직할 수 있는지, 그 정당의 원내 진입이 얼마나 쉬운지에 따라서도 결정됩니다. 이는 “소수의견이라도 최소한 공적인 자리에서 의견을 주장할 수는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소수의견이 인류사 발전에 끼친 영향은 지대합니다.

(자료:psychologistworld)
(자료:psychologistworld)

선거 때마다 사표로 버려지는 표심이 1천만에 달합니다. 국민의 선택 중 대략 25%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정치인이 자신만의 정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협의정치가 실종된 채 공천권을 두고 싸우는 정치, 소수정당의 의회 진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가운데 거대양당이 당리당략에 따라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정치, 이제는 그만둬야 합니다.

매번 구호에 그친 정치발전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만 있다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도 좋고, 독일식이나 뉴질랜드식 또는 스웨덴식 비례대표제도 좋습니다. 선거의 비례성과 대표성만 제대로 담보된다면, 일본은 물론 아프리카 밀림 어느 구석에서라도 제도를 빌려와야 합니다.

어느 정당도 과반을 확보할 수 없어 대연정을 비롯한 협의정치가 일상이 되는 정치, 당선만을 위한 당대당 연합이 불필요한 정치, 자질을 갖춘 소수정당이 지금보다 더 쉽게 원내로 진출하는 시스템, 공천권이라는 당 내부 권력이 사라져 이른바 공천을 따라 떠도는 ‘철새 정치인’들이 없어질 정치는 꿈이 아닙니다.

자당의 이익에 매몰되어 결함 많은 소선거구제를 끝끝내 버리지 못했던 한나라당・새누리당 등 보수 진영이 오는 21대 총선에서 절멸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현 대통령보다 더 정확한 선거제도 개편 방향을 제시한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게 됐습니다. 국회의장도 나서고 있고, 중앙선관위 역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는 대안을 이미 내놓았습니다.

우리 정치사에서 지금만큼 선거제도 개편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적도 없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여당 자리를 꿰찬 민주당과 소선거구제의 달콤함에 빠졌던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이 합의에 이르는 것뿐입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정치발전을 위해 거대양당이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롤러코스터식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뿐입니다.
김태현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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