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삼성물산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일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부당한 징계 조치를 한 책임을 인정했다. 회사가 노조의 유인물 배포를 제지하고 설립을 주도한 조합원을 해고한 점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강화석)는 금속노조 삼성지회 위원장 박모씨와 부위원장 조모씨, 사무국장 백모씨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삼성물산이 조씨에게 5000만원, 박씨에게 700만원, 백씨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앞서 조씨 등은 삼성물산이 지난 2011년 8월과 9월 노조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유인물을 배포하려던 활동을 제지한 것과 부당하게 징계 조치를 취했던 것 등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서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물산에서 노조는 지난 2011년 7월13일 설립됐다. 이후 노조 측에서는 같은 해 8월과 9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삼성노조가 설립됐다'는 내용 등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하려 했으나 관리·경비직원을 동원한 회사 측에 의해 제지당했다.

노조는 이에 대한 구제를 신청, 법원은 회사 측이 유인물 배포를 제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조씨는 회사 측의 해고 처분을 받아 법적 다툼 끝에 지난해 3월 복직했으며, 박씨도 감급 처분에 대한 다툼을 벌여 부당함을 인정받았다. 

아울러 당시 삼성물산 임직원 일부는 해고 처분과 감급 처분과 관련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되는 일도 있었다. 법원은 이 같은 사정에 더해 삼성그룹에서 2012년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이라는 문건 내용 등을 판결을 위한 정황으로 고려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유인물 배포 제지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서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것으로 인정된다. 이로 말미암아 원고들은 단결권을 침해당하는 무형의 손해를 입게 됐으므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로 형사 처벌을 받았다는 점과 단체교섭 무력화, 노조 부위원장 해고 등이 벌어졌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유인물 배포 제지 행위가 노조를 와해하려는 의도 아래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유인물을 배포 제지는 계획적, 조직적으로 이뤄졌으며 네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라며 "유인물을 배포한 시점은 삼성노조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로, 노조 설립 사실을 알릴 필요성이 컸다. 그럼에도 노조 홍보 이메일을 삭제했고, 사내 전산망을 통해 노조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해 홍보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물산 직원들은 업무 특성상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넓은 공간에 분산돼 근무 중이어서, 통근버스 승하차장을 찾아가 직접 유인물을 배포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도를 찾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회사는 적극적으로 유인물 배포 제지행위를 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에 중대한 장애가 초래됐다"라고 강조했다.

부당징계와 관련해서는 "사유가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음에도 노조 활동을 실질적 이유로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라면서 조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노조 대응 문건 내용과 연계해 "삼성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회사는 노조 설립이 구체화되자 평소 채증해 뒀던 징계사유를 내세워 조씨를 해고처분을 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삼성물산의 박씨에 대한 감급조치 또한 부당하게 이뤄진 것으로 봤다. 반면 백씨의 경우에는 정직 처분이 "노조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고의로 명목상 이유를 내세워 불이익 처분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면서 부당징계 부분에 대한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삼성물산 측은 고객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는 등의 이유를 제시하면서 유인물 배포를 제지한 행위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조씨에 대한 해직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만 정도가 과한 것에 불과했으며,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임금에 상응하는 금액만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실 확인 과정과 변론·노조 대응 문건 내용 등을 토대로 삼성물산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조씨가 배상 받을 손해에 해직 기간 임금 이외에 성과인센티브(PS)·회사에서 직원에게 제공하는 파크 이용 포인트·복지포인트 등까지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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