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뉴스=김정은 기자] 미국과 터키의 무역전쟁으로 애플이 가장 우려했던 사태가 표면화되고 있다. 바로 아이폰 보이콧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국 경제제재에 맞서 전자제품을 비롯해 자동차, 주류, 쌀, 석탄에 대한 추가 관세를 결정했으며 그 중에서도 아이폰을 직접 거론하며 불매를 공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국영방송에서 "(미국이) 아이폰을 갖고 있다면 다른 쪽에는 삼성이 있다. 국산 제품인 터키 스마트폰도 있다"며 아이폰을 미국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지목, 불매운동의 표적으로 거론했다.  

◆ 승산 없는 승부에 나선 터키..그 배경은?  

8월 터키 리라화 급락으로 인한 이른바 '터키 쇼크'가 발생했지만 양국 통상전쟁의 배경에는 사실 다른 문제가 자리한다. 

트럼프 정권은 2016년 7월 터키에서 발생한 쿠데타 미수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체포·기소된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랜슨의 석방을 요청했지만 터키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원래 브랜슨이 구속된 배경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선거 전략과 맞물려 있다. 6월 대선에서 연임을 노렸던 에르도안 정권이 쿠데타 배후로 미국에 망명한 이슬람 학자 페토라흐 규렌을 지목하고 "미국이 규렌을 보호하고 있다"며 인도를 요구했지만 미국 측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터키도 브랜슨의 석방을 거부하면서 경제 제재의 도화선이 됐다. 터키 정부가 대통령의 자존심이 걸린 브랜슨 목사를 석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시각이 팽배한 가운데 양국 갈등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터키 중앙은행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인플레이션 상황임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정책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해 왔으며 올해 7월 시장 예상과는 달리 기준 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터키 리라화 급락으로 이어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이번 터키발 충격은 에르도안 정권의 경제 정책 실패와 대미 강경 자세라는 별도의 요인이 겹쳐 증폭되고 있다. 그럼에도 터키는 미국을 상대로 한 승산 없는 관세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갈등이 장기화되면 미국과 터키의 동맹관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간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일원으로 유럽에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란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는 등 유럽·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 애플, 신흥국으로 경제 불안 확산될까 ‘초초’ 

이 과정에서 뜻밖의 형태로 도마에 오른 애플은 터키에 두 군데의 직영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이스탄불에 있는 애플스토어 졸루센터(Apple Store Zorlu Center)는 구조공학협회의 어워드(Structual Awards 2014)에서 2개 부문 최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아이폰 보이콧까지 호소한 이번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애플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또 리라화 폭락은 애플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보이콧 및 관세 문제와 상관없이 터키 시장이 크게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터키발 충격이 터키만의 문제가 아닌 재정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신흥국 전체로 확산될 경우 애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애플의 최근 결산(4월~6월)을 보면 아태지역(일본 제외)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6% 증가하며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신흥국 경제 불안이 확산될 위험은 남아 있고 팀 쿡 CEO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달러 강세 추세에 따른 역풍을 지적하기도 했다. 달러 강세, 즉 신흥국의 통화 약세는 애플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 불매운동, 중국으로 번질 조짐 보여  

국제 외교 마찰의 대표격은 단연 미중 무역 전쟁이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강화에 보복 조치를 취해 왔지만 수입액 규모에서 미국이 중국을 크게 웃도는 상황인 만큼 곧 총알이 떨어질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다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는 애플이 포르노나 도박과 같은 금지 콘텐츠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가하며 불매 운동을 시사하고 있다. 애플은 발 빠르게 중국 앱스토어에서 약 2만 5천개에 달하는 불법앱을 삭제하며 일단 꼬리를 내렸지만 이는 도리어 강한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 언론은 애플이 애초에 자사 플랫폼에 불법 콘텐츠를 허용한 셈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확대되자 미중 무역전쟁 심화 속에서 중국 미디어가 애플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애플에 대한 집중 공격이 최근 미 정부기관이 보안상의 이유로 화웨이와 ZTE 등의 중국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한데 따른 대항의 의미라고 풀이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과 WSJ 등 미국 매체들은 "양국 긴장감 고조로 중국 소비자들이 미국 제품 불매운동에 나선다면 미국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은 보복관세의 불똥이 튈까 중국 심기를 거스를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애플 전체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15%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불매운동이 무역전쟁과 결합돼 본격화된다면 직접적이고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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