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 온 편지 : 충무공 이순신

「이씨 성을 가진 모리배, 남북 분단 지경에 진정한 보수의 씨를 말리고」
「박씨 성을 가진 왜장이 준동해 민주주의의 고혈을 빨아」
「그러나 힘없는 백성, 곧 주인을 이길 것은 어디에도 없으니」
「촉구하건대, 역사를 책임지는 국태민안의 위인을 발견하라」

 

김태현 : 인문작가, 강연가, 전직 노숙

이틀 전, 우리 국민은 광복의 오랜 기쁨을 되새겼다. 광복이란 빼앗긴 주권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니 당연히 상대opponent가 있고, 그 상대는 일본이다. 그러나 사실 70년 동안 누려온 주권 회복의 기쁨이 퇴색된 지는 이미 오래다. 일제 강점기를 벗어난 지 오래건만, 일제의 잔당들이 주축 세력이 되어 여전히 이 땅을 유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산은 끝났는가? 70%를 상회하는 우리 국민의 한결같은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이를 몸소 실천해온 잔당 세력은 부지기수다. 가깝게는 친일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광복절 대신 건국절 주장을 들고 나온 이영훈 서울대 교수와 정갑윤 의원, 그리고 인간의 길이 아닌 길로만 다니는 ‘일베’와 그들을 인간이 아닌 길로만 인도하는 배후세력 등이 있고, 멀게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있으며, 그 사이에 낀 세월 동안 전두환, 박정희라는 두 독재자와 그 하수들이 국민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활개를 쳐왔다.

공교롭게도 그들 모두 헌법을 유린한 반(反)헌법행위자들이며, 2015년 오늘 반헌법행위의 적통을 이어받은 유신의 공주가 구태의 수하들을 거느려가며 친일의 정점에서 국민을 노려보고 있다.

아베 정권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우경화, 아니 극우경화가 일본을 더 이상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역사의 수렁으로 끌어내리고 있는 지금, 이 땅에 펼쳐져 온 친일의 역사는 청산될 수 있을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불가하다. 가능하다 할지라도 역사는 ‘불가’에 상응하는 피를 요구할 것이다. 왜냐하면 친일이 이미 수백 년 전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여기, 과거로부터 당도한 서신이 있다. 오늘을 경계하는 과거의 장수 이순신이 비장한 사랑으로 전해온 서신이다. 이 서신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친일을 청산해야만 나라가 바로 선다는 애민의 애끓음이다. ‘불가’에 상응하는 피를 대가로 지불하는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친일을 청산해야만 한다는 애국의 피토함이다. 친일청산대첩에 임할 장수를 하루빨리 천거하라는 늙은 장수의 준엄한 출정 명령이다!

 

과거로부터 온 편지

나 이순신, 이 땅의 후예인 그대들에게 애민愛民의 염念으로 이르노니, 잠들지 않는 정신으로 늘 살피기 바라노라.

이씨 모리배와 박씨 무뢰배가 준동할 시기에 ‘진정한 보수’가 있으리라 하니 어찌된 영문인가 싶기도 하리라. 허나 이 늙은 장수의 말을 들어보라.

양심도 염치도 뒷전에 두고 엽전 챙기는 일에나 몰두하는 패거리들이 보수를 자처하며 거들먹대는 시절이 곧 도래할 것이나, 염려컨대 그들을 보수라 여기지 말라.

진정한 보수라 함은 ‘적과 싸워 나라를 지키지 못하는 자, 죽어 마땅하다’는 유언을 남기고 자결할 안모 장수, 무고한 이들을 간자(세작)으로 모는 것을 거부하고 낙향해버릴 판관들, 왜구를 따르는 무리의 청산을 민족적 양심으로 외치다가 불(총알)에 맞아 혼이 되어버릴 백모 대관, 어린 아해들을 분연히 떨쳐 일어나게 할 함모 교인, 수학을 위해 물 건너갔다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돌아올 백모 학생과 같은 자들을 말하는 것이노라.

박씨 무뢰배들이 자식을 까고, 그 자식들이 또 자식을 무수히 까대니, 그대들이 사는 시절은 소리 없는 저항의 아우성으로 넘칠 것인즉, 허나 그러한 와중에도 ‘진정한 보수’의 자식들 역시 자식을 생산하고, 또 그 자식들이 자식을 생산하여 외려 ‘진보’를 자처하며 극악무도를 저지하려 할 것인 바, 그대들의 기댈 언덕이 되어 줄 것이다.

그대들의 나라는 결코 침몰하지 않으리라. 이씨가 선장을 맡고 그 수하 모리배들이 선원질을 하는 때에도, 박씨가 선장을 맡고 그 수하 무뢰배들이 선원질을 하는 때에도 침몰하지 않을 것이며, 박씨보다 더한 전씨와 그 앞잡이들이 빛고을光州에서 수만의 백성을 도륙하는 때에도 그러할 것이다.

허나 이 하나만은 분명코 알기를 바라노니, 나라를 침몰에서 구해내는 이들은 이씨 모리배와 박씨 무뢰배, 전씨 앞잡이들이 아니라, 저 죽을 줄 번연히 알고서도 그들의 면전에서 불(총알) 맞기를 주저하지 않는 ‘힘없는 백성들’일 것임을.

비유를 들어 설명하자면, 바쁜 생업을 핑계 삼아 세월의 흐름에 무심하던 그대들은 어느 한 날 무심하였던 시절을 뒤덮고도 남을 만큼의 아픔을 겪게 될 것이다. 300여 명의 백성을 태운 거선巨船이 침몰할 지경임에도 마치 임란을 당하였던 왕 선조처럼 손을 놓고 있는 나라를 목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저승으로 간 백성들은 돌아올 수 없다 하여도, 그러한 아픔 속에서도 나라를 침몰지경에서 건져낼 이들은 나올 터이니, 이를테면 거선이 침몰할 지경에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아니하고 자신보다 어린 아해들을 먼저 하선시킬 아해들, 그 아해들을 먼저 하선시킬 훈장들, 그리고 고작 거선에서 주전부리나 파는 일개 점원에 불과하면서도 “나는 선원이야. 선원은 제일 마지막에 나가는 거야.” 하고 외치면서 훈장들까지 먼저 하선시키고는 종국에야 불귀의 객이 되어버릴 어린 처자가 그들일 것이다.

그대들이 살아갈 세상은 가히 악마들의 놀이터라 부를 만할 것이다. 그러함에도, 그러한 악마들이 그대들의 나라를 좌우로 심하게 흔들어 침몰할 지경까지 몰아간다 하여도, 여전히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이 늙은 장수는 믿노니. 그대들의 나라는 ‘힘없는 백성들’의 것이 분명하고, 악마들이 원하는 바는 나라가 아니라 자신들의 영달이니, 결국에는 힘없는 백성들, 곧 나라의 주인을 이길 것은 어디에도 없는 까닭이다.

허나 애민愛民의 염念으로 바라건대, 객客의 오만방자함으로 하여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을 어찌 진정한 주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대들의 나라를 책임지지 않는 악마들, 너무나도 급박한 침몰지경에 이르러도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객들에게는 어떠한 것도 맡기지 않는 것이 정도正道일지니, 백성들이 부르짖는 고통의 소리가 하늘에 닿기 이전에 정인正人, 곧 올바른 이를 찾아내고 옹립하여 국태민안을 도모케 하여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재촉하여 바라건대, 나라를 이끌고 백성의 안위를 도모할 자를 속히 찾으라. 그는 무도無道하지 않으며, 위선僞善하지 않으며, 오만傲慢하지 않으며, 방만放漫을 증오하고, 경거輕擧와 망동妄動으로부터 멀고, 경망輕妄치도, 백성에게 불손不遜치도 않은 자리에 거하고 있으리니..

삼차, 사차 촉구하건대, 역사는 책임지는 이들의 것이니, 고통이 민심民心을 포악으로 이끌어 자중지란自中之亂의 시절이 당도하기 전에, 속히 대의 충만한 선비, 올바른 위인을 찾으라!

수백 년이 흐른 연후에, 이 늙은 장수가 혼백으로 쓴 서신이 왜구 후손들의 손에 들리어 무용지물로 흩어질까 심히 저어하노라.

德豊府院君 李舜臣(代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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